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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왕실과 왕세자에 대한 교육과정 뿐 아니라 조선시대를 전통적으로 지배했던 교육철학들을 자세히 서술한다. 조선시대 교육이란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느냐 이전에 어떻게 몸과 마음이 훌륭한 인간을 만들어내는가 하는게 문제였다고 지적하면서 태교, 육아, 유아기, 청소년기, 성년기까지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했는지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총제적으로 정리했다. 현명한 어머니가 길러낸 어진 임금으론 정조가, 최악의 태교 실패작으론 연산군이 꼽힌 점도 흥미롭다.
지은이에 따르면 조선시대 사람들은 태교 이전, 즉 부모의 만남에서부터 자녀교육이 시작된다고 생각해 좋은 배필을 만나는 것부터 신경을 썼다. 이어 아이를 가졌을 때는 부인뿐 아니라 남편까지도 태교에 동참했다. 유학자들의 필독서인 <소학>의 첫 부분도 바로 태교내용이다.
유아, 청소년기의 교육은 신체적, 정신적 발달과정에 따라 진행됐다. 전문적이고 의학적인 내용이지만 전통적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온 구전이나 동양의학적 식견에 따라 조상들은 인간의 발달과정을 알고 있었다. 지은이가 파악한 조선시대 교육철학의 핵심은 몸과 마음이 건강한 인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리고 총명하고 건강하고 뛰어난 자녀이자 훌륭한 인간을 만들어 내는 최고의 교육 수단은 부부의 화목이라 말한다. 특히 엄마의 역할을 강조한다.
조선후기 최고의 성군으로 꼽히는 정조는 할아버지(영조)와 아버지(사도세자) 간의 심각한 불화 속에 자랐다.
특히 11세때는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뒤주에 가둬 죽이는 일까지 당한다. 그렇지만 어진 임금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지은이는 왕실 교육과 함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역할에 주목한다. 또 원자교육의 모범 사례로 인종을 들고, 공부하는 지도자상으로 세종을 꼽으며 그 교육과정을 분석한다.
반면 조선왕실 최악의 태교 실패작으로 연산군을 보여주고, 사도세자를 통해 부모의 애정결핍이 어떤 비극을 낳는지를 설명한다. 가정불화가 청소년기 자녀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경종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이밖에 좋은 자녀를 얻기 위한 부부생활과 태아를 위한 아버지의 역할, 임신부 건강을 위한 식생활, 육아의 기본 방향 등 전통시대 육아법도 소개돼 있다. 하지만 옛 육아법이라고 그냥 흘려보내기 보다는 찬찬히 곱씹으면 현재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 조선왕실의 자녀교육법
신명호 지음 | 시공사 펴냄 |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