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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해사 소나무 군락지 수림장으로 개방
[이렇게 들었다]


“모든 흙과 물은 모두 나의 옛 몸이고 모든 불과 바람은 모두 다 나의 진실한 본체이다.”<범망경>

은해사. 현대불교 자료사진.
얼마 전 서울의 한 사찰이 유비쿼터스 납골당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분양가만 1억 원을 호가하는 납골당이지만 유족이 원하면 언제든지 고인의 얼굴과 음성, 심지어 체취까지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로 세인의 관심을 끌었었다.

그러나 5월 24일 영천 은해사는 시대를 거슬러 이와 정반대의 사찰 장례 제도를 현실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찰 주변 1만여 평의 소나무 군락지를 수림장(樹林葬) 장소로 개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수림장이란 화장한 유골을 흙과 혼합한 후 나무 밑둥 아래에 영원히 묻는 장묘형태.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간다는 자연의 섭리가 그대로 녹아있는 아름다운 장묘 전통이다.

고인을 그곳 은해사 소나무 숲에 묻는다면…. 당장 고인의 육체를 기억할만한 그 어떤 실체가 없어 잠시 쓸쓸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마음을 열어보자. 고인의 유골은 소나무의 뿌리가 되고 줄기가 되고 잎이 된다. 숲 속의 공기가 되고 구름이 되고 하늘이 된다. 육체를 벗은 고인, 그러나 그렇게도 기억하고 싶은 고인은 내가 사는 ‘지금-여기’에 언제나 함께한다.

수림장을 몇 번 찾지 않아 문득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고인이 떠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원의 오랜 나무에 고인의 음성과 향내와 온기가 오롯이 스며있다는 것을.

변변한 묘비나 상석 하나 없는 수림장이 디지털 첨단을 수용한 ‘유비쿼터스 납골당’보다 더욱더 눈길을 끄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강신재(취재부 기자) |
2005-05-30 오전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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