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개발을 통한 국력 신장과 국민복지 향상이 시급한 아시아 국가들이 최근 ‘자기 정체성’ 지키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화의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전통문화와 공동체 지키기 역시 소홀하기 어려운 중요 과제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법률 등 제도정비를 통해 정책적으로 전통 문화를 수호하려는 움직임은 중국 스리랑카 몽골 등에서 두드러진다. 특히 이런 활동의 기저에는 한국 등 개신교 단체의 무분별한 아시아 지역 선교도 한몫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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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보호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스리랑카. 국민 70%가 불교신자인 스리랑카는 최근 전통문화의 근간인 불교 공동체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해 비윤리적인 개종 유도행위를 금지하는 ‘종교자유법안(Freedom of Religion Act)’의 제정을 앞두고 있다.
이 법안은 종교문제가 개인과 집단간의 격렬한 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는 한편, 자금력을 앞세운 개신교 단체의 무분별한 선교 활동에 제동을 걸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비자야시리 주한 스리랑카 대사는 “이 법안은 속임수나 강압적인 방법으로 개종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지 특정 종교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 중국은 사회 통합 차원에서 전통문화 복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불교협회 한국담당 보정 스님은 “현재 중국 내 불자 수는 2억명을 넘어서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2008년까지 불자 인구를 4~5억 명, 스님 숫자를 3만 명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중국정부는 기독교 문명을 앞세운 미국의 세계 패권주의에 대항하는 불교문명의 중심 국가로 중국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스리랑카 - ‘종교자유 법안’ 제정해 비윤리적 개종 유도 막아
중국 - 2008년 불자 5억명 목표
몽골 - 토지제공 등 사찰에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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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기독교의 음성적인 선교행위가 사회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종교조례를 올 3월 발표했다. 중국정부는 이 조례를 통해 합법적인 단체의 종교 활동은 적극 장려하면서, 동시에 불법적인 종교 활동을 엄격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인구의 90%가 불자인 몽골은 전통문화를 복원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1930년대 사회주의의 탄압으로 궤멸되는 수준에 이르렀던 몽골 전통문화가 90년대 민주화 바람을 타고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 영향으로 몽골 스님의 숫자는 3천명으로 불어났으며, 140여곳의 사찰이 전국에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엥흐바야르 前총리가 5월 23일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같은 날 열린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은 몽골 정부가 전통문화 복원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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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정부는 물질적인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토지를 국가가 소유하는 사회주의 국가로는 이례적으로 최근 몽골 스님들에게 수도 울란바토르 시내의 노른자위 땅을 대대적으로 불하하고 있다. 이곳에는 아미타바사와 서비스센터, 박물관, 문화원, 갤러리, 도서관에 세워지고 있다. 또 한국 고려사에도 9천여 평의 땅을 불하해 한몽문화원을 건립하도록 후원하고 있다. 천태종, 불교진흥원 등 한국을 비롯 각국의 불교 종단 및 단체, 사찰에도 토지 무상불하를 통한 몽골정부의 지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 국가의 전통문화 복원 움직임과 관련해, 조계종 국제교류위 부위원장 진월 스님은 “아시아 국가들이 불교를 통해 전통 지키기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라며 “한국불교도 지나친 서구화로 위기에 처한 전통문화 지키기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통해 불교중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