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인권이 있다면 동물에게는 동물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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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동물의 권리를 말하는 것이 조금은 쑥스럽지만, 동물권 또한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것은 사실. 이번 세미나는 동물권을 본격적으로 다룬 첫 불교학계 학술행사라는 점에서 불교생태학의 외연을 한층 넓혔다는 평가다.
세미나에서는 신성현 교수(동국대 불교학과)의 ‘동물해방과 불살생’과 서재영 연구원(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의 ‘선사들의 삶을 통해 본 동물의 도덕적 지위’ 등이 발표됐다. 발표자들은 인간중심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는 한편, 불살생계(不殺生戒)와 선사들의 삶에서 드러나는 동물과 공존하는 자세 등을 통해 불교적인 동물권 정립을 시도했다.
불살생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신성현 교수는“인간이 동물에 대해 죄의식 없이 잔혹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이 동물과 차별화되는 존재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정도(degree)의 차이일 뿐 종류(kind)의 차이는 아니다”며 “인간과 동물을 명확하게 구별할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인간과 침팬지는 98.6%의 유전자를 공유하며, 침팬지와 오랑우탄 사이보다도 가까운 관계라는 것.
신 교수는 “누구나 죽음과 생명의 파괴로부터 벗어나려 하는 만큼, 다른 생명을 가벼이 여겨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불교의 입장이다"며 “동물의 형상을 한 붓다가 굶주린 동료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자신의 삶을 기꺼이 포기하는 <자카타>의 한 대목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삶이 종의 경계를 뛰어 넘어 서로 연결돼 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계율에서는 불사음계가 첫째 계였으나, <범망경>에는 불살생계가 제일계(第一戒)가 됐음”을 지적하며 “대승불교는 생명을 지닌 존재를 죽이지 않는 소극적 불살생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불교의 윤리적 삶으로까지 확대해 실천하고 있다”고 신 교수는 강조했다.
서재영 연구원은 “최근 도덕적 지위와 권리에 관한 담론은 인간중심 윤리에서 생명중심 윤리로 확장돼왔다는 점에서 동물권은 불교생태학에서 간과될 수 없는 부분이다”고 지적하며, 선사들의 어록과 행장을 통한 선종의 생명사상을 소개했다.
호랑이와 이리떼와 함께 생활했다는 우두법융(594~657)이나, 남악회양(677~744)의 법손의 제자가 호랑이였다는 등의 일화는 동물이 인간과 아무런 차별도 없으며, 동물조차도 진리를 이해하고 정신적 가치를 함께 나눌 수 있음을 일깨운다.
더 나아가 영명연수(904~975)가 암송하는 <법화경>을 염소들이 감동해 무릎을 꿇고 앉아 들었다는 이야기, 현사사비(835~908)가 제비새끼 울음을 듣고 “실상을 깊이 논하고 법요를 훌륭하게 설명한다”고 감탄했던 일 등은 동물이 공존의 대상을 넘어 법을 이해하고, 설하는 주체로 인식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처럼 선사들 삶에서 인간과 다른 생명들 간의 본질적 차별성이 해체돼 나타나는 까닭에 대해 서 연구원은 “선의 가치관이 이분법적 가치관과 분별심을 극복하고 중도적 인식을 깨닫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고 밝히며, “선에서 말하는 무념과 무상의 가치관은 사량분별 능력에 따라 존재의 도덕적 권리를 차별하는 종차별주의를 극복할 철학적 근거로 탐구해 볼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