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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용계는 “근대무용의 대표적 레퍼토리인 승무의 여러 버전을 종합, 표준화할 계기가 생겼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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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 복원ㆍ재현한 한성준 승무는 불교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승무’라는 이름 하나로 불교의 옷을 입히려는 생각은 일단 재고돼야 한다. 근대무용의 한 부분인 승무에 대한 개념을 풀고 또 오해들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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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무는 불교춤?
‘승무는 불교춤’이라는 생각에 이견을 제시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일단 복장에서부터 스님의 의상인 가사와 장삼, 고깔 착용이 일반화된 데다, 명칭 자체가 ‘스님의 춤(승무ㆍ僧舞)’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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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근대무용의 한 갈래인 민속무용으로서의 승무다. 현재 이매방류, 한영숙류 등으로 전승되는 승무는 불교의식과 무관하게 무용가들의 무대예술로서 진행된다. 북ㆍ징ㆍ호적 등을 사용하는 작법의 반주와는 달리 가야금ㆍ해금 등의 민속악기를 반주악기로 사용하고, 춤사위 역시 무당ㆍ민속춤의 형태를 대폭 수용한 것이 특징이다.
최종민(국립극장 예술진흥회장)씨는 “이 승무는 종교와 관계없이 근대무용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1969년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됐다”며 “이는 범패ㆍ작법무ㆍ장엄 등을 포함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와는 구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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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속무용으로서의 승무는 기방예술?
그렇다면 민속무용으로서의 승무가 의식무를 닮은 이유는 무엇일까. 불교계에서는 대체적으로 민속무용 승무의 기원은 나비춤, 바라춤, 법고춤 등의 불교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법현 스님(동국대 국악과 교수)은 “영산재 등의 의식이 거행되는 동안 사하촌 지역에는 장터가 열리기 마련이었다”며 “당시 저자거리의 예인들이 스님들의 의식을 흉내내면서 그 같은 춤의 형태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용전문가들은 입장을 달리한다. 성기숙(무용평론가ㆍ성균관대) 교수는 “현존하는 민속무용 승무는 불교의식무용으로서의 주제성을 탈각화한 형태”라며 “민속무용 승무는 불교의식에서 유래했지만 1900년대 초반을 거치며 기방예술로 변모됐다”고 말했다.
무용전문가들은 근대 기생들의 전통예능교육기관이었던 권번(券番)에서 승무가 비중있게 다뤄졌으며, <조선미인보감>에도 각 기생들의 특기종목으로 승무가 언급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승무는 이조때 명기 황진이가 지족선사를 파계시키기 위해 유혹하는 춤에서 비롯됐다”는 황진이 유래설 역시 민속무용 승무와 관련한 대표적인 기원설 하나로 꼽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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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성준 등에 의해 새로운 무대예술 장르로 인정받아
민속무용 승무의 기방예술화에는 한성준 선생의 활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한성준(1874~1941)은 승무 등의 전통춤을 서구식 극장무대에 맞게 양식화하는 작업을 도모한 인물. 그는 황진이 유래설을 바탕으로 극화한 승무 무대를 꾸몄다.
하지만 1935년 부민관에서 올린 그의 최초 승무 공연은 불교계의 반발로 중단됐다. 불교의식으로서의 승무와 새로운 공연예술로서의 승무 양자 간의 개념정리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시도가 훼불행위처럼 인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민속무용으로서의 승무는 불교와 무관한 하나의 독자적인 무용 영역으로 인정되기에 이른다. 한성준에게 사사한 한영숙은 1969년 한성준류 승무가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로 지정되면서 인간문화재가 됐고, 한영숙에게 승무를 배운 이애주ㆍ정재만 선생 역시 인간문화재의 반열에 올랐다. 이들 제자들의 승무는 현재 ‘한영숙류 승무’로 대표되고 있으며, 불교의식과 무속 장단의 몸짓과 소리를 충실히 따르면서 단정하고 절도있는 멋을 보이는 것이 주요 특징으로 언급된다.
한성준에 의해 발전된 경기ㆍ충청 승무 이외에 이대조를 통해 전승된 호남 승무 역시 자리를 잡았다. 이대조의 제자 이매방 역시 현재 인간문화재로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한영숙류 승무’와 함께 승무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이매방류 승무’는 힘차고 멋들어진 동작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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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와 예술 사이에 선 승무
세월과 사람을 거치면서 불교 의식무로서의 승무와 민속무용으로서의 승무의 영역은 확연히 구분됐다. 조계종과 태고종은 승무를 포함한 불교의식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벌이는 한편, 무용계에서는 이번에 마련된 한승준 춤 재현 등의 과제를 이수함으로써 민속무용 승무의 어제와 오늘을 점검하려는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확실히 구분돼왔던 양자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교류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병옥(한국무용사학회 회장ㆍ용인대) 교수는 “민속무용 승무의 변용과 발전에 있어 불교의식은 무한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며 “무용계에서는 특히 뒤에서 북을 치는 동시에 앞에서는 춤을 추는 법고춤 형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도 많이 보인다. 법현 스님이 이끄는 코리아나 예술단은 범패와 민속가락의 결합, 탱화에서 나타난 보살복장의 재현 등을 통해 새로운 승무를 차원의 선보이고 있다. 최근 김향금(창원대 무용과) 교수는 범패와 신디사이저를 결합한 반주음악과 그에 어울리는 승무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불교와 예술의 영역을 폭넓게 수용하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불교무용과 민속무용의 창조적ㆍ발전적 계승에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