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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과 한반도 통일 문제와 관련,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이 평화적 해결의 중요성을 미국 정부측에 강하게 전달했다.
미국을 순방중인 법장 스님은 현지시각 5월 25일 워싱턴DC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실에서 엘리어트 에이브럼스(Elliot Abrams) NSC 선임보좌관과 마이클 그린(Michael Green) NSC 아시아 담당 등과 만난 자리에서 고양이도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쫓는다는 옛 속담을 예로 들며 “북한 체제붕괴를 꾀하는 정책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이는 향후 동북아 지역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법장 스님은 또 부처님은 사람들이 강을 놓고 서로 차지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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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법장 스님은 지난 5월 12일 이라크 자이툰 부대 방문시 세계평화의 중요성과 함께 “평화를 명목으로 한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엘리어트 에이브럼스는 노무현 대통령의 6.10 워싱턴 방문을 언급하며 “이 때 양국정상이 만나 이라크 파병, 성공적인 주한미군철수 등 그동안의 한미동맹의 성과와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토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또 “6자 회담에서 미국과 한국은 북핵 불허라는 공동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엘리어트 에이브럼스는 또 “솔직히 말해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어려운 실상에 대해서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이번에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협의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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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어트 에이브럼스는 “한국은 화해, 교류 협력 등을 지향하는 정책과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정책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에서 이러한 양쪽의 균형을 잡는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엘리어트 에이브럼스는 “미국이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을 개발해 이를 테러리스트 국가나 단체에게 확산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며 “6자 회담이 이를 막을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엘리어트 에이브럼스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드문 국가인 북한은 베트남의 경우를 보고 배워야 한다. 공산주의인 베트남은 원래 종교를 국가의 적으로 몰았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며 점차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매체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며 법장 스님에게 북한에 영향을 줘 베트남과 같이 종교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법장 스님은 불상 조각과 ‘세계일화(世界一花)’라고 쓴 친필 휘호를 엘리어트 에이브럼스 등에게 선물했다.
이 자리에는 중앙종회의원 일면, 조계종 국제특보 미산, 화계사 국제선원 현각 스님과 주미 대사관 위성락 정무공사도 배석했다.
이어 법장 스님은 조셉 디트라니(Joseph Detrani) 북핵대사, 테드 오시어스(Ted Osius) 국무부 한국과장 대리, 스트럽(Straub) 국무부 동아태 수석차관보 대리 등 미국측 한반도 관계자들과 한식당 우래옥에서 열린 오찬에서 “북한에 식량과 에너지 지원 등을 지원해 주는 것은 북한주민들의 마음을 열어 설득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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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법장스님은 북핵 문제와 관련 “불교의 가르침인 ‘너와 내가 한 몸이고 한 마음’이라는 것을 배워 인내, 포용, 이해심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반드시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선언하며 동북아 지역에 궁극적으로 평화와 번영이 올 것임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디트라니 북핵대사는 “평화적 해결 방안을 찾는 입장은 미국 정부와 6자 회담의 다른 참가국들도 같은 입장”이라고 재차 확인하고 “대화를 통하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번 6월이면 북한과 대화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으며 몇 주안으로 대화를 재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장 스님이 “북한에 대한 성급한 독촉과 압력은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자 디트라니 대사는 “라이스 장관이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등 뉴욕에 특사로 갔던 일을 들며 아직 북한에서 대답이 없어 답답한 심정이나 개인적으로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자회담, 경제지원, 국교정상화 등으로 추진하는 방향은 6자 회담국들이 동의하고 있으며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것을 미국도 원치 않고 있다. 대신 중국측에게 북한을 설득하려고 하고 있으나 북한이 미국측이 내어놓은 제안을 믿지 않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말한 것은 절대로 지킬 것이며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의도가 전혀 없다”고 역설했다.
이에 법장 스님은 “6월 15일 북한을 방문해 7대 종교 지도자들을 만날 것이며 김정일 위원장에게 ‘미국측은 약속을 지킬 것이다’라고 전해주겠다”라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법장 스님은 “7년 전 북한과 지난해 말 방문했던 북한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며 “이러한 변화를 보면 미국도 미국의 사고의 틀 안에서만 이 문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북한의 시각으로 볼 수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트라니 대사는 “북한이 미국에 대해 위협을 느껴 핵무기를 가지면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적대적 의도가 전혀 없으며 북한의 체제보장과 국교정상화, 개방 등을 지원할 것이다. 미국은 핵무기 보유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를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법장 스님은 “이러한 문제가 불신에서 생겨나는 것이며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며 “신뢰를 회복하면 핵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와 자원이 부족한 북한에게 어느 정도 당근을 주는 정책이 필요하며 이는 개방의 대가로 여겨야 할 것이다. 대화만이 평화를 이룰 수 있는 도구다. 색깔안경을 쓰고 보지 말고 북한체제를 인정하며 대화와 불교의 상생원리로 끌어내어 핵을 포기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디트라니 대사는 “법장 스님의 말씀과 강렬한 메시지를 들을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 앞으로 지속적으로 한미동맹의 결속을 다지고 종교 분야의 역할에 대해 주시하겠다”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 자리에서 법장 스님은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는 북핵 및 한반도 평화적 통일과 관련한 친서를 디트라니 대사에게 전달했다.
법장 스님은 또 ‘세계일화’라고 쓴 친필 휘호를 선물하며 “꽃에 달린 꽃잎들은 제각각이지만 붙어있는 중심은 한가지여서 세계의 모든 국가, 인종, 각 민족은 결국 지구의 평등한 구성 존재들이다. 그러므로 모두 자비와 사랑을 베풀어야 할 이웃이다. 불교적 해석으로는 남이 아닌 자기 자신들이라는 뜻”이라고 부연 설명하며 “오는 6월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기타 고위층을 만나면 마찬가지로 이 점을 강조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중도(中道)’와 ‘본래무(本來無)'의 개념도 설명했다.
선물을 받은 미국측은 “이 선물을 다음 북한과의 6자 회담에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겠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