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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130만이 넘는 신도와 전국에 세워진 300여개의 문화회관, 전국을 35개 방면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111개 권으로 세분화해 구성된 조직은 매우 탄탄하다. 특히 광선유포(불교의 포교 개념, 이하 광포)의 핵심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대학생 신도역시 각 대학마다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불교 어떤 종단에도 뒤쳐지지 않는 조직 현황이다.
지난 5월 15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10만여명이 참가한 ‘2005 나라사랑 대축제’ 이후 많은 불자들이 한국SGI를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궁금해 하고 있다.
◇겉만 불교…속은 반불교
한국SGI는 겉으로는 불교를 표방하면서도 속은 반불교적인 교의와 반민족적인 정서를 포함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불교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교조에 있어서 석가모니불 대신 니치렌(日蓮, 1222~1282)을 받들고 있다. 오히려 니치렌을 석가모니불 보다 우위에 놓는 신앙형태다. ‘나무묘법연화경 일련’을 본존으로 하고 석가불과 다보불이 협시로 배치한 이들의 ‘만다라’는 단적인 사례다.
특히 이 만다라에는 일본의 신사(神社)에서나 볼 수 있는 개국신 아마데라스 오미가미(天照大神)와 가야를 침공한 장수를 보살로 격상시킨 하지망 보사쓰(八幡菩薩)가 포함돼 있는 점은 한국의 정서 보다는 일본의 정서에 가까움을 대변한다. 뿐만 아니라 이 만다라를 일본이 있는 문화회관의 동쪽 벽에 걸고 동쪽을 향해 절을 하는 동방요배(東方遙拜)를 올리고 있는 점은 민족적 정서를 자극하는 요소다.
한국SGI가 간행한 법화경 방편품·수량품 해설집에서도 불교를 왜곡하는 구절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대성인(니치렌)은 불이시다. 그 위(位)는 석가 등이 도저히 미칠 바가 아니다. 말법에 출현하신 본불이시다. 이런 것을 모르고 대보살이니 위인이니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틀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국왕의 위력을 도적의 두목 정도로 아는 것과 같다.”며 불교를 폄하·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하나인 <법화경> ‘방편품’의 “법화경만이 진실교”라는 구절을 인용해 석가모니불의 교설이 하근기에 맞춰 설한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격하시키는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께다 다이사쿠(池田大作) 3대 SGI 회장은 그의 저서 <불교사관을 말한다>에서 “출가와 재가는 동등하다” “재가의 몸이라도 공양을 받을 수 있다” “사원과 회관(SGI 집회장소)은 동등하다” “나는 생불이다” 등의 가르침을 펴 일본불교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이는 일련정종에서조차 파문당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또한 ‘선천마(禪天魔:선 수행을 하는 자는 하늘의 마귀)’ ‘진언망국(眞言亡國:진언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 ‘염불무간(念佛無間:염불하면 무간지옥에 간다)’ ‘율국적(律國賊:계율은 나라의 도적)’이라는 표현으로 전통불교와 수행을 비하하고 있다.
‘남묘호렌게쿄’를 염송하는 ‘제목봉창’이라는 수행방법은 궤변에 가깝다. SGI에서는 오로지 나무묘법연화경의 일본식 발음인 ‘남묘호렌게쿄’만이 불법의 진수요 심장이며 모든 중생을 성불케 하는 근원종자라고 가르친다. 인도식 표현인 ‘namo saddharma pundarika sutra’나 한국식 발음인 ‘나무 묘법연화경’으로 봉창하는 것은 공덕이 없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SGI는 절복, 승리, 광포, 진격 등 공격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SGI가 즐겨쓰는 절복은 본래 스스로의 삼독심을 제어해 나고 죽음이 없는 무생법인을 이룬다는 의미이지만, SGI는 전통종교와 문화가치 등 창가학회 이외의 모든 것을 항복 받는다는 단어로 사용하면서 모든 사상체계를 창가학회의 가치로 바꾸는 포교활동을 펼치고 있다.
◇확고하게 뿌리내린 한국S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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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우선 체계적인 교육방식을 꼽는다. 젊은 신도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켜 향후 단체를 이끌 수 있는 자원들로 키워내는 것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한국 신도들이 일본 등지에서 수년간 교육을 받고 일선 광포현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일꾼들을 ‘재생산’해내는 시스템이다.
서울대 종교학과 윤원철 교수는 “자체교육은 물론이고 전국 지자체의 교육시설과 복지시설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꾸준하게 활동을 벌이면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두 번째로는 조직적인 광포 방식을 꼽는다. 철저한 1대1 광포방식과 가족 단위의 광포가 주를 이룬다. “개신교의 선교 방식을 뛰어 넘는다”는 지적이 결코 빈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활동과 봉사활동 등을 활발하게 벌이면서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역사왜곡이 계속되고, 시마네현이 독도 관련 조례를 제정했을 때 한국SGI는 ‘독도는 우리땅’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였었다. 또 비핵평화운동은 물론 다양한 복지시설에서의 봉사활동도 각 지역별로 끊임없이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신도수는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SGI의 성장 배경에 대해 동국대 인도철학과 김호성 교수는 “SGI의 활동방식 중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사회성’이 강하다는 것”이라며 “민족정서에 잘 융합해 활동을 하다보니 신도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범불교계 차원의 대책 마련 절실
한국SGI가 성장을 거듭하면서 왜곡된 불교가 확산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불자들의 불교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전통불교의 왜곡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여기에서 간과할 수 없는 점은 한국SGI를 불교로 오인하는 불자가 발생하는데도 사례가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한국SGI를 ‘최상승법을 실천하는 불교’로 인식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D대학에서 한국SGI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뒤 불교에 귀의한 김모씨는 “‘대승불교단체’라는 한국SGI 회우(신도)의 말에 가입해 활동했던 2년동안 한국SGI가 불교인 줄 알았다”며 “한국SGI 신도들은 대부분 SGI야말로 진실한 불법을 실천하는 단체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취재현장에서 만난 한국SGI 신도들은 김모씨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국SGI 신도인 유희성(37)씨는 “법화경을 근본경전으로 하고 있는 SGI야말로 정통불교”라며 “직접 와서 교리체계를 배우고 신앙 활동을 하게 되면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SGI를 연구해왔던 학자와 일부 스님들은 불교왜곡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었다. 그런데도 SGI에 대한 연구와 대비책 마련을 위해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는 불교계의 태도는 가장 큰 문제다.
불교종단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조계종은 한국SGI의 실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조계종 포교부장 일관 스님은 “냉정하게 말해서 대부분의 스님들과 실무자들이 실체 자체를 모르는 것이 사실”이라며 “대책도 현황을 알아야 세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조계종 불학연구소 소장 화랑 스님도 “종단 차원에서 유사 불교와 신흥 종교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대책들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인적 물적 자원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어떤 사업을 벌이는 것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처님오신날이었던 5월 15일 한국SGI가 개최한 ‘2005 나라사랑 대축제’가 보도된 후 이제라도 한국SGI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현황 파악, 대응책 마련 등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화담정사 조실 혜경 스님은 “30여 년간의 활동으로 100만명이 넘는 신도를 확보하고 하루가 다르게 교세를 확장하고 있는 한국SGI의 불교 왜곡에 대해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는 한국불교계의 현실이 한국SGI의 미래를 오히려 밝혀주는 것은 아닌지 이제는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SGI는?
SGI는 Soka Gakkai International(국제창가학회)의 약칭으로, 소카 각카이는 창가학회의 일본식 발음을 딴 표현이다.
SGI의 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일본승려였던 니치렌이 완성한 민족주의와 사회개혁 성향의 법화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니치렌은 석가모니부처님이 설하려 했던 진리의 법이 ‘남묘호렌게쿄’에 있다고 설했다. 니치렌의 제자였던 니코(日興)가 이를 바탕으로 ‘일련본불론’을 주창해 일련정종을 세웠다. 일본 불교종단들의 일련정종에 대한 공격은 석가모니불을 본불로 하지 않는 ‘일련본불론’에서 비롯됐다.
1930년 마키구치 쓰네사부로(牧口常三郞, 1871~1944)가 결성한 창가학회는 다이세끼지(大石寺)에 본산을 두고 교세를 펴오던 일련정종의 재가신도단체였다. 그러나 이께다 다이사쿠(池田大作) 3대 회장에 이르러 세력이 커지면서 일련정종 국제센터 등과 결합한 SGI를 구성했고, 승단인 다이세끼지와 결별해 독자적인 단체로서 종교활동을 펴고 있다.
SGI의 한국지부격인 한국SGI는 1975년 설립됐다. 이미 1960년대 서울 각황사에 일련정종창가학회 본부를 두고 좌담회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정부의 활동금지령으로 제한적인 활동을 펴나갔으나 부녀자를 대상으로 치병과 소원성취를 내걸면서 저변층을 확보했고, 한국SGI로 모습을 바꾼 뒤부터는 ‘대승불교단체’를 자처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SGI는 전국을 35개 방면, 111개 권으로 나누어 그 밑에 지역, 지부, 지구, 반을 두어 좌담회를 열고 있다. 가장 기초조직인 반은 30~40명이 모여 형성된다. 3~6개 반이 모여 지구를 이루고 3~6개의 지구는 1개 지부로 묶인다. 이러한 지부가 3~6개 모여 지역을 이루며 지역이 모인 것이 권이다. 이같은 조직을 담당하는 간부가 7만명에 달하며, 주요 신행장소인 문화회관은 전국에 3백여곳에 건립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