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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시인으로 유명한 스나이더 씨는 <거북섬(1974)>으로 퓰리처상을 <도끼자루(1983년)>로 아메리칸 북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또 1960년대 20년 가까이 일본에서 생활하며 선불교에 심취한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미국 내 불교를 대중화 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로도 평가 받는다. 지난 23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나 자신의 수행관과 문학관을 들려주는 그의 모습에서 칠순이 넘은 노작가라는 사실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 2000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한국방문으로 알고 있다. 평소 한국불교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가?
한국불교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정도는 아니지만 대승불교 전통을 따르는 일본, 중국불교와 많은 공통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체계적인 승단과 여성불자의 위상과 역할이 크다는 특징도 발견했다. 또 5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해인사를 둘러본 일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과 새벽예불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겨 이에 대해 시를 쓰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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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아침 참선과 함께 반야심경을 일본어, 영어로 독송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떤 일을 하던지 항상 깨어있는(mindfulness) 상태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지금 여기(here and now)’의 마음자세로 사물을 관찰하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 그와 같은 불교수행이 당신의 문학작품에도 영향을 미치는가?
그렇다. 그러나 나는 불교 수행자일 뿐 내 종교가 곧 내 삶이나 내 작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삶의 모든 요소가 수행이듯이 수행하는 자세로 사물을 대하고 이런 나의 마음가짐이 내 작품에 반영될 수는 있다.
▲ 하지만 일부에서는 당신을 선 시인, 불교시인이라고도 한다.
나는 ‘선 시인’이 아닌 ‘불교수행자인 미국 시인’이다. 나는 작품을 통해 생명, 자연, 일상,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인이며 예술가일 뿐이다. 내 작품에 선적인 요소나 불교를 직접 묘사하는 것보다 독자들이 그 안에 담긴 삶에 대한 성찰, 마음자세를 읽어내기를 바란다.
▲ 미국의 불교문학은 어떠한 수준인가?
미국 문학에서는 이미 90년대부터 <현대 불교시 모음집(Comtemporary Buddhist Poetry)>이 3권이나 발간됐다. 뿐만 아니라 <불교 생태시 모음집>이 출판되기도 했다. 최근 비영어권인 대만에서도 <미국 불교수행자 문학가가 중국문학에 미친 영향>이라는 책이 나왔는데 이는 미국문학 내 불자 작가들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좋은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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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학의 성장자체보다 좋은 작가의 양성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좋은 작가는 자신의 작품 속에 자신의 수행을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불교문학이라고 해서 선이나 불법에 대한 찬미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를 통해 삶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것이 좋은 불교문학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최근 시집하나를 막 끝냈고 20여 산문을 묶은 수필집도 올 가을께 출판할 예정이다. 또 생태운동의 일환으로 가까운 시기 한국을 다시 방문해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보고 그 곳의 환경과 희귀동물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입양아인 내 딸과 함께 방문해 한국전통문화를 경험하고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