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취업한 것만으로도 기뻤지만, 직장 내에는 아직도 월급차이부터 시작해 사소한 남녀차별들이 여전히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학교와는 너무나 다른 사회생활이 생소하기도 하고….”(예비졸업생 박모씨·24)
“직장에서 9년 간 앞만 보며 일 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유리천정에 가로막힌 것처럼 막막하기만 합니다. 더 이상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방향이 보이지 않아요.”(김모씨·44·서울시 강남구 삼성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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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불교여성개발원(원장 김인숙)이 지난달 여성리더십 교육일정을 발표한 뒤로 접수된 사례들이다. 지난 2003년 말 불교여성개발원이 전국 여성불자 600여명을 대상으로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불교계에 가장 원하는 것으로 손꼽혔던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여성불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만큼 여성불자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벽이 크다는 반증이다. 이화 사무국장은 “젊은 여성들에게만 인기 있을 줄 알았는데, 40~50대의 중년 여성들이 더 크게 공감한다”며 “어떤 중년 여성분은 ‘아이를 다 키워놓고 비로소 내 일을 가지려고 하는데 어떻게 일을 시작해야할지 막막하다’며 ‘우리야말로 진정으로 사회가 어떤 여성인력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할 사람들’이라고 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성 진출이 눈부신 요즘이지만 아직도 사회는 냉엄하기만 한걸까. 누구에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가 막막하게 느껴진다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여성주의 리더십 방법에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왜 많은 여성불자들이 조직생활에서 여전히 실패하고 좌절할까요? 그건 여성들이 조직생활을 할 때 반드시 갖춰야 할 ‘리더십’을 테크닉이나 기술로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원리는 결국 사람을 다루는 것이고, 그런 만큼 생존전략 또한 무궁무진 합니다. 100명의 조직원이 있으면 100가지의 적용방법이 있는 것이지요.”
지난 5월 18일 첫 강연을 맡았던 이화영 숙명여대 ‘여성과 리더십’ 강사는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말한다. 당당하게 말하는 이씨의 모습에는 자신감이 흘러넘치지만, 조직의 쓴 맛에 대해서는 그녀도 스스로 할 말이 많다. 이씨는 “지독히 남성중심적인 직장에서 20여 년간 일했다”고 회고하며 “그때 느낀 것이 ‘여성은 남성과는 또 다른 리더십을 개발해야 한다’는 깨달음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사회가 원하는 여성의 리더십은 무엇일까. 그리고 여성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리더십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명상상담연구원 인경스님, 이화여대 이근후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등 이번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따뜻함이야말로 여성주의 리더십의 근본”이라고 말한다. 조직원을 앞에서 이끌거나 명령하는 ‘남성적 리더십’이 과거 조직문화에서 필요한 리더십이었다면, 이제는 조직에 유연성을 주고 직원들을 보살피는 여성적 성향의 리더십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소리다. 제1회 불교여성개발원 여성리더십 교육에서 강연을 펼칠 10명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여성의 경쟁력 개발 방법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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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더십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려라=21세기 리더십은 여성적일 뿐 아니라 불교적이다. 중용과 공생, 상생과 조화를 지향하는 불교적 감수성과 21세기의 리더십이 상당부분 일맥상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은 어떤 특정한 직책에 오른 자가 조직 구성원들에게 행사하는 지도력의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 내의 그 누구라도 지위 여하에 상관없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각’을 통해 구성원들의 win-win 플레이를 이끌어 낸다면 그것이 바로 리더십이다. 어느 곳에서나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를 경영한다고 생각한다.
◇ 네트워킹을 강화하라=인맥 쌓기는 여성주의 리더십에서도 역시 강조되는 덕목이다. 모임을 좋아하는 여성들의 특징은 바로 이런 곳에서 발휘된다. 여성들이 삼삼오오 만든 크고 작은 모임은 업무 지원과 이어질 때 진정한 네트워크를 이뤄낼 뿐 아니라 학연, 혈연, 지연으로 똘똘 뭉친 남성들의 닫힌 세계에도 변화와 균열을 가져다줄 수 있다. 직장에 들어가면 여성 선후배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쌓도록 노력한다. 이러한 인맥은 유사시에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상하로 여성 선후배들이 끌어주고 밀어주는 등 동지관계를 형성해 놓으면 기본적으로 지지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정보교류, 조직적응 노하우 등을 익히는 데 있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은 편견에 불과하다.
◇ ‘나’보다 ‘우리’ 지향적 사고를 하라=기본적으로 관계지향적인 사고를 많이 하는 여성들에게조차 일상에서 타인을 배려하며 사는 게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직장 내의 갈등을 중재할 때 ‘내가’라는 단어보다 ‘우리가’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질 것이다. 상대의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의 소통을 원활히 하는 여성주의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어법은 중요한 힘을 발휘한다. <나를 낮추고 남을 높여라>라는 표제의 강연을 발표하는 서강대 물리학과 박광서 교수는 “우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아주고 인정하라”고 말한다.
◇ 구체적으로 실천하라=평균적으로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점수가 더 높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조직적인 사고가 남성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평가받아온 여성들. 실제로 성별에 따른 역량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평가를 받게 된 이유는 행동력이 남성에 비해 느리기 때문이다. 현장에 뛰어들고 힘든 일에 직접 도전하거나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라. 착한 여자보다는 강인한 여자, 예쁜 여자보다는 헌신적인 여자의 모습을 갖춰야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 창의력은 리더십을 빛나게 한다=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남에게 끌려 다니는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다. 남들이 생각해내지도 못했던 것을 생각해내는 힘, 즉 창의력이야말로 여성주의 리더십을 빛나게 하는 요건이다.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이고 익숙했던 것들을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는 훈련을 거듭한다. 창의성도 훈련을 통해 증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