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 문화 > 학술·문화재
회암사지 출토유물 소유권 어디로?
회암사 "유물 27건반환", 정부 "소유권 입증부터"
사찰 경내지 출토 유물의 소유권을 놓고 문화재청(청장 유홍준)과 양주 회암사(주지 각원)가 법정에서 맞붙는다. 출토 유물은 대개 국가에 귀속되는 현실에서, 소유권을 법정에서 가려지게 돼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보물 제388호 무학 스님 부도와 389호 쌍사자석등.


소송은 지난해 12월 29일 회암사 측이 문화재청과 양주시청을 상대로 의정부지방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면서 시작됐다.

회암사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유물은 사적 제128호 회암사지에 있는 맷돌, 괘불대, 돌계단 및 석축 등 지상 유물 4건과 ‘檜巖(회암)’이라 새겨진 청동발우, 각종 칠기류, 백자 등 출토유물 23건이다.

이들 유물은
경기도유형문화재 제51호 무학대사비. 유생들이 파손(1821)한 원 비석(오른쪽) 옆에 7년 후 다시 세웠다.
현 회암사가 소유한 양주군 회천읍 회암리 18·19·20번지에서 나온 것들이다. 즉 회암사는 ‘역사 또는 기록 등에 의해 당해 사찰과 밀접한 연고가 있다고 인정되는 토지’로 규정된 전통사찰보존법상의 경내지 출토 유물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다.

소송을 제기한 회암사는 회암사지 뒤편 천보산 자락에 위치하며, 회암사지 1만여 평 가운데 3천여 평을 비롯해 지역 일대 15만여 평의 산림과 지공·나옹·무학 스님의 부도 등 7점의 지정문화재를 소유·관리하는 조계종 사찰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회암사의 연속성’ 여부다. ‘소송을 제기한 회암사’와 ‘절터만 남은 옛 회암사’가 과연 동일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회암사지(경기 양주). 양주시와 경기도는 회암사지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회암사는 매장문화재의 소유자가 판명된 경우에 소유자에게 반환토록 규정하고 있는 문화재보호법 46조를 근거로 반환을 요구하고 있으나, 문화재청은 지금의 회암사와 옛 회암사의 연속성을 입증해야만 반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매장문화재는 원칙적으로 국가 소유로, 토지 소유권과는 별개”라고 전제한 뒤, “현 회암사가 매장문화재의 소유권을 주장하려면 먼저 옛 회암사와의 연속성을 입증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회암사의 연속성 문제가 제기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암사지로부터 약간 떨어진 곳에 지금의 회암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과 역사적으로 단절된 의혹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현 회암사 전경. 회암사지 뒷산에 있다.


회암사지가 아닌 곳에 회암사가 재건됐다는 지적에 대해 회암사측은 동의하지 않는다.

현 회암사가 회암사지의 뒷산에 불과 500m남짓한 거리를 두고 있어 별개의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회암사지 발굴이 진전될수록 사역은 더 넓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회암사 소유부지에서 출토된 암막새. 회암사는 이를 비롯한 27건 유물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별개 지역으로 본다하더라도 회암사지 중심에 절을 재건할 수 없었던 역사적 상황은 감안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조 38년(1605년) 회암사에 선왕의 어실을 조성하며 잡역을 면제시켰다가 사헌부의 반발을 산 일 △인조 4년(1626년) 회암사에 불사를 일으킨 종실 항산군 이정이 파직된 일 등으로 미루어볼 때, 조선시대 억불책으로 인해 폐허가 된 회암사지에 회암사를 재건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암사지에 대한 회암사의 토지소유권이 인정돼왔다는 점은 회암사의 역사적 연속성을 주장하는 유력한 근거가 된다.

회암사 전경. 굵은 테두리 내 부지를 현 회암사가 소유.

총독부의 토지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1911년 회암사지 일부와 배후 산림이 현 회암사에 속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회암사지 일부 소유권을 상실한 것이 제일명당으로 꼽히던 회암사지 보광전 일대 부지를 대원군이 빼앗아 자신의 가묘를 설치한 때의 일이고 보면, 구한말까지만 해도 현 회암사는 회암사지를 실질적으로 소유해온 셈이다.

17세기 중엽 회암사가 전소되고 1827년경 지금의 회암사가 재건되기까지의 역사적 연속성을 입증할 자료는 남아있지 않지만, 어떤 형태로든 회암사가 유지돼왔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는 것이 회암사 측 입장이다.

그밖에도 회암사 측은 선교양종으로 정리된 조선시대 교종본산으로서 건재했으며 연속성에 의문의 여지가 없는 봉선사가 회암사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해온 점과 서산대사 후손으로서 사자전승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법맥의 연속성 또한 회암사의 연속성을 뒷받침하는 사실로 강조하고 있다.

경기도유형문화재 제49호로 지정된 지공스님 부도와 석등. 현 회암사가 소유관리하고 있다.


회암사의 이번 소송을 돕고 있는 봉선사의 혜문 스님은 “사찰의 연속성은 구조물이 아닌 구성집단에서 찾아야 한다”며 “속가에서 호적이나 혈연이 연속성 판단의 기준이라면 불교에서는 사자전승을 통한 법맥이 그에 해당하는데, 이 같은 특수성이 감안되지 않는다면 조계종의 존립 근간마저 흔들리고 말 것이다”며 “회암사의 연속성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조계종 한 관계자는 “기존 유물과의 관련성이 명백한 경내지 출토 유물에 대해서도 소유관계 근거 제시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행정편의주의적인 처사다”며 “합리적인 판결이 나와 경내지 출토 유물을 일방적으로 국가귀속처리하는 관행이 근절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소송은 현재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이 열렸으며, 재판부가 양자의 입장을 경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변론준비기일은 7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5-05-24 오전 10:20: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7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