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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숲 가꾸는 우리말


책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무작정 어휘 수를 늘리는 것이 말글살이를 풍요롭게 하는 것은 아니다. 쉽고, 편하고, 아름답고, 세련되게 다듬어야 한다. 그것은 글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지은이는 소설, 시, 수필 등의 문학작품에서,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에서, 또는 대중에 대한 파급력이 높은 방송 대본 등에 우리말을 살려 씀으로써, 사람들의 의식에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두루 새겨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 옛말 가운데서 일상적으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말 600여 개를 선정하여, 그 뜻과 어원을 자세하게 풀어 놓았다. 또한 그 말을 소설이나 수필, 기사문 등에서 어떻게 살려 쓸 수 있는지를 생생한 예문을 들어 보여주고자 했다. ‘우주와 자연’ ‘생물과 사물’ ‘사람과 사회’ ‘경제활동’ ‘일상생활과 문화’ 등의 주제에 따라 구분해 놓았지만, 책 말미에 찾아보기를 두어 낱말만 가지고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작품에 도움이 되도록 우리말 낱말들을 쓰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갈래사전의 형식을 띠고 있어 실용서로 활용하기에도 충분하다. 예를들면 금성이 저녁 때 서쪽 하늘에 보일 때에는 이를 개밥바라기, 태백성, 어둠별, 장경성 등 여러단어로 사용될 수 있게 정리해 놓았다.

이 책들을 접하면서 대학시절 공부할때가 생각났다. 물론 예전에도 우리말을 다룬 책들은 많이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정보의 공급에만 치중하다 보니 외면당한 우리말의 신세가 되곤 했다. 어떤 책들은 형식만 단행본이었지 옛날 초등학교 때 보던 전과를 다시 보는 것 같아 좀체 손이 가지 않았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책은 손에 맞춤하게 날씬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했지만 기획과 편집에 따라 같은 내용도 얼마나 새로운 형식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은 일종의 공구서(工具書)이다. 공구서란 말 그대로 공부의 도구가 되는 책, 즉 사전, 도감, 연감, 지도책, 연표, 백과사전 등을 말한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종류가 다양해져가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여전히 빈약하다. 중국 같은 경우만 해도 ‘삼국지’는 물론 ‘홍루몽’까지 한 작품을 다루는 사전들이 아주 다양하게 나와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토지’사전을 비롯해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상태이다. 학문이 발전한 나라일수록, 기본이 철저한 나라일수록 이러한 공구서의 종류도 다양하고 신뢰성도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 출판이 감당해야 할 큰 줄기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주제별로 나눈 도합 6503개의 올림말(표제어)이 수록되어 있고 본문에도 우리말들이 깨소금처럼 맛있게 박혀 있다. 식물 이름 100개만 외우면 아이들 심성이 절로 고와진다고 했다. 이 경청할만한 말에 기대어 말해본다. 우리말 100개만 중얼거려 보자. 머릿속이 빽빽해지면서 저절로 우리 생각도 울창해지지 않을까.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지음 | 서해문집 펴냄 | 1만4900원
김상미(강원대 국문학 박사과정) |
2005-05-23 오후 4: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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