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선대법회 첫 법회가 열렸던 3월 5일, 법문에 나선 범어사 조실 지유 스님은 '법회는 대화' 라고 했다. 대화는 홀로 할 수 없다. 열 번의 법회가 열린 두 달여 동안, 법회를 기획했던 범어사와 현대불교신문사, 열분의 법주스님들, 법문을 들었던 수 천여 불자들, 스님과 재가 질의자 모두가 ‘설선대법회’ 라는 거대한 그물에 꿰인 구슬이었다. 각기 다른 역할로 ‘설선대법회’ 라는 거대한 그물을 만들었고 그 구슬이 되었던 첨가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범어사 설선대법회의 의미와 파급효과, 향후 방향 등을 짚어보았다.
“생활속 수행으로 이어져야 회향 잘한것”
입제식ㆍ무차선회 사회 지환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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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선대법회 여섯 번째 법주이면서 입제식과 회향법회인 무차선회의 사회를 맡았던 지환 스님(조계종 기본선원장)은 이렇게 바람을 표했다.
“설선대법회가 간화선 중흥을 이끌어낸 법회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간화선 교육프로그램을 체계화하는 등의 후속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 고 강조한 스님은 “그래야 설선대법회가 진실로 성공적으로 회향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환 스님은 이어 “선(禪)은 법문 몇번으로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발심과 굳건한 신심이 있어야 한다”며 “이를 깨닫게 해주기 위한 선지(禪旨)법문이 필요한데, 주제 법문에 충실하느라 선법문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설선대법회에 참가했던 법주스님들 중엔 나중에 이런 안타까움을 토로한 스님들이 많았는데 일평생 정진해 온 수행의 열매를 대중들에게 남김없이 고루 나누어주고픈 자비심이 불러온 안타까움이었다. 지환 스님은 “대중들을 향한 법주스님들의 이런 안타까움이 제2의 설선대법회를 여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 법회는 선어록 중심으로 기획됐으면”
‘질의와 응답’ 사회 화랑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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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법회때 질의법사를 맡았으며 2회부터 9회까지 법문 후 있은 질의와 응답에서 능숙한 사회로 분위기를 이끈 화랑 스님은 설선대법회의 가장 큰 성과로 “두 분 조실스님들의 자상한 법문과 대답을 대중들에게 전함으로써 ‘선 공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라는 모범을 보인점”을 먼저 꼽았으며 “여덟 분의 선사스님들이 들려 준 법문은 신선했고, 범어사는 대중들의 높은 관심 속에 부산불교의 새로운 희망으로 선찰대본산의 본분을 찾은 것 같아 좋았다”고 밝혔다.
스님은 아쉬움 점도 없지 않았다고 했다. 먼저 법문의 내용이 대중의 수준에 맞게 단계별로 계획될 수 없었던 점. 그래서 법문의 내용과 질문자들의 질문이 일부 중복된 점은 내내 아쉽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 홍보를 통해서라도 청중의 질문을 유도하는 자리가 배려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하지만 스님은 “정광 스님의 준비된 법문원고와 그것을 하나도 틀리지 않게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진지함이 앞으로의 법회에 참고해야할 모습으로 기억된다” 면서 “다음에 만일 설선법회가 또 열린다면 어록에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기획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마치 부처님 당시 수보리 된 듯 가슴 벅차”
‘홍일점’ 비구니 질의법사 흥수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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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로서 그만큼 마음이 간절했던 것이다.
“간화선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끊임없는 우려 속에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설선대법회가 시작됐으니 질문에 나선 마음이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은 스님은 “간화선이 대중화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선공부에 입문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감개무량했던 질의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며 각박하게 살고 있는 현실에서 간화선 공부를 통해 서로 화합되고 활짝 열린 마음이 될 때 불국토가 가까워진다고 본다”는 스님은 재자들에도 최상승의 공부가 바로 간화선임을 거듭 강조하며 “대중들이 더욱 간화선에 가까이 가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참다운 진리를 느끼며 선의 세계에서 하나로 소통하는 멋진 살림살이를 맛볼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문답 통해 바른 법에 대한 의문 풀어”
재가질의자 설동근 부산시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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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재가질의자 중 한명이었던 설동근 부산시 교육감은 “몇 천명의 대중이 한마음 돼 숙연하게 법회를 듣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으며 대중을 대신해 질의를 하게 된 것이 너무나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범어사가 중심이 돼 참다운 법에 목말라 하는 부산시민들에게 선 법문으로 선의 문을 활짝 열어 시원한 감로수를 마시게 했고 대중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묻고 답하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자비를 그대로 펼쳐보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질문과 답을 통해 스스로 의문을 풀었을 뿐 아니라 대중에게 바른 법의 세계를 전달하는데 상당히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평가한 설 교육감은 “부산불자들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범어사를 찾아 고르지 않은 날씨에서도 흔들림 없는 신심으로 법문을 경청한 많은 불자들에게 깨침의 계기가 되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평생 공부 기반 될 확고한 신심 얻은 법회”
대중 대표해 수료증 받은 김용갑 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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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 회향법회에서 참가자를 대표해 수료증을 받은 김용갑 거사(77, 관조)는 허리가 아파서 중단했던 공부를 설선대법회로 인해 새롭게 시작했다며 기뻐했다.
부인인 문영옥(70, 연지행) 보살과 함께 열 번의 법회와 참선 실수 모두 참석한 김 거사는 “전에는 여러 경전을 공부했는데 이번 법회를 통해서 이렇게 산만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결론과 오로지 참선에만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을 세웠다”고 말했다.
“처음엔 날씨가 추워서 고생을 했고 나중엔 더워서 힘들었지만 범어사가 여러 가지로 배려를 해주어 고마웠다”는 김 거사는 “열 번의 법회가 평생 공부의 기틀을 다져줬으니 이제 더욱 정진하는 일만 남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며 “앞으로 힘들어도 범어사 토요 참선에 참석하고 또 생활 중에도 늘 화두를 놓치지 않도록 정진할 것”이라며 말했다.
“인생의 의문 덩어리 푸는 실마리 찾아”
카이스트 수석졸업자 이수칠 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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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선대법회로 인해 진정한 수행을 시작할 수 있는 안목을 얻었다는 이수칠 거사(26 , 정광)는 어머니와 함께 아홉 차례 설선대법회에 참석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한번을 제외하곤 아홉 번 법회 모두가 가뭄에 내린 단비처럼 반가웠고 마른 논바닥에 물이 스미듯 법의 감로에 흠뻑 젖어들었던 체험의 시간이었다.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이 거사가 동국대 한의학과로 편입학 한 후 더 이상 넘어설 수 없는 벽에 부딪친 것은 지난해 가을 해부학을 공부하면서다. 해부학 수업을 하면서 ‘과연 산자와 죽은 자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하는 근원적인 물음 앞에 서게 됐다. 그 물음이 해결되기 전에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어 휴학계를 냈고 의문을 풀기 위해 밤을 새며 매달렸다.
“무엇이 생각을 일으키는지, 생각내기 이전의 자리가 알고 싶었습니다. 평생 동안 수행하신 법주스님들의 법문, 또 이어지는 문답이 저의 의문과 고민을 푸는 실마리가 되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무차법회와 같은 공부를 점검할 수 있는 법회가 자주 열려 수행과정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점검받고 또 발심하여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철야정진하며 대중과 함께 공부하니 기뻐”
10회 참석 89세 변 금연대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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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세라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젊은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매주 토요일 철야정진을 하고 안거증을 받은 변금연대 보살은 차를 6번이나 갈아타며 설선대법회에 참석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성철 스님이 영가 스님의 <증도가>를 풀어 쓴 법문집을 공부의 길잡이로 삼고 있다는 금연대보살은 이번 법주스님들의 법문이 직접 공부를 해 오신 분들의 힘이 담겨 있어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68세부터 전국의 재가 선원을 다녔고 통도사 보살선방 등에서 입승을 10년 동안 보았던 금연대 보살은 수행의 대선배답게 “스님들의 좋은 법문도 또 대중을 위해 했던 많은 질문들도 결국은 스스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소용이 닿지 않는다”며 수행자세에 조언을 해주었다.
“어렵기만 하던 선불교 이제 첫걸음을 뗐어요!”
봉사하며 법문 들은 김외숙 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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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회 참석 때마다 설선대법회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범어사 기획실 종무원들, 주차 관리인들까지 챙겨가며 김밥, 초밥, 샌드위치 등을 만들어 가져온 김외숙 보살(48, 여의주)은 선공부에 입문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 보살은 이번 법회를 위해 뒤에서 점심도 굶어가며 고생한 범어사의 스님들, 기획실 직원, 현대불교신문사 임직원들에게 너무나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인사를 전했다.
토요일을 기다리며 한주일을 살았다는 김보살은 “최고의 선지식인 스님들의 설법과 질의응답, 선원에서 직접 공부하시는 스님의 지도로 이뤄진 참선실수 시간 등이 조화를 이뤄 초심자도 어렵지 않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법회 육성테이프도 사서 듣고 책도 사서 읽으며 복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김외숙 보살은 “행주좌와어묵동정에 계속 화두를 챙기며 공부할 수 있는 생활선에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으니 계속 열심히 정진하는 불자 되겠다”고 다짐했다.
*‘현대불교’에 보내온 편지
설선대법회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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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선원이 많이 생기고 있는 것도 큰 흐름으로 볼 수 있겠지만, 현대인들의 정신적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큰 신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불자들에겐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아도 다들 근기에 맞추어 척척 공부해 나가기 마련이지만 출가 수행자가 아닌 재가불자들에겐 이와 같은 큰 법회가 열림으로 인해 모두가 자기 공부 방향이나 새로운 원력을 가질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왕에 선으로 인도하기 위한 큰 법회라면 재가불자들이 공부하기 좋은 방법을 하나 하나 열거해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올리고 싶습니다. 생활선이 가능하다면 늘 지도를 받아야 하는지, 어떤 지침서가 필요한지, 무조건 선원에서 공부만 하면 되는지 등 여러가지 어리석은 질문들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회향날 무차선회시간은, 준비된 질문자보다 다소 수준은 떨어지고 예의에 어긋남도 보였지만 말 그대로 '대중화'에 가까이 가고 있는 듯 새로운 시대적인 가능성을 엿보게 하였습니다.
끝으로 현대불교신문사에 깊이 감사드리며 대법회가 아니더라도 지상(紙上) 무차법회를 열어, 출가자와 재가자, 각 선원별로 기회를 제공하여 선에 입문하고자 하는 불자들에게 공부의 길을 제시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고 두려움없이 욕심만 앞세운 말씀 드려서 송구스럽습니다. 합장 삼배 드립니다.
왕선자 (부산여성불자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