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유일의 서양음악 오케스트라인 니르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단장 강형진ㆍ이하 니르바나)가 해체 위기에 몰렸다. 창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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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불교계에서 몇 안 되는 전문적인 예술공연단체를 파국으로 몰아간 것일까. 물론 누적된 재정난의 영향도 컸지만, 여러 문제점들을 종합하면 결국은 불교계의 부실한 문화 마인드로 귀결된다. 니르바나의 곪은 문제점이 외부로 노출되면서 전문가들은 “불교계도 이제 이웃종교와 마찬가지로 예술경영 마인드를 도입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불교계가 ‘예술경영’의 당위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이유를 니르바나의 사례를 통해 점검해 본다.
▽ 억대 빚에 '억'소리 나는 연습실
변변한 후원 단체 하나 없이 7년 동안 정기음악회 등을 꾸준히 이어온 니르바나에는 적자만 남았다. 니르바나측에 따르면 창단 이후 니르바나가 쌓아온 빚은 무려 7억원에 이른다. 물론 강형진 단장이 사재를 털어 쏟아부은 돈은 제외한 액수다. 현재 강 단장의 집은 물론이고 20여 평의 사무실도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이자는 물론이고 원금조차 막을 길이 없다. 출연료와 대관료 등 행사관련 비용의 합계가 표를 팔아 얻은 수익금을 언제나 넘어섰기 때문이다. 얼마 안 되는 후원금은 매번 필수 지출금으로 충당됐다.
돈으로 막을 수 없는 문제도 있었다. 최근 제7회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니르바나는 연습실이 없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결국 어렵사리 구한 봉은사 법당에서 악기 몇 번 맞추는 것으로 연습을 끝냈다. 50여 명이 내는 악기 소리는 천정이 낮은 법당 안에서 비빔밥이 됐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이번 무대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인 ‘님맞이’ 등의 창작명상곡 등은 검증과정도 거치지 못한 채 생으로 무대에 올랐다. 곡을 내놓은 작곡가들은 초조함 때문에 무대 뒤편에서 줄담배를 태워야 했다.
▽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지역주민은 물론 경기도에서까지 원정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경우 1년에 10억 이상의 지원금이 따라 붙는다. 이에 반해 니르바나는 지난 해 사찰 한 군데에서 200만원의 후원을 받은 것이 전부다. 개별 후원금은 무에 가깝다. 7년 동안 1만원 후원계좌를 지속적으로 이어온 이는 단 3명에 불과하다. 번 것 이상으로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재정적인 압박이 니르바나의 불씨를 꺼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강 단장은 “종단이나 사찰에서 우리를 초청할 때 마치 흥을 돋우는 ‘광대’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전문 연주집단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는 상태다. 이들에게 불교 오케스트라의 활용 방안을 얘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찰에서는 “잘나간다는 외부 오케스트라를 섭외해 몇몇 가수들의 고정 리사이틀 무대를 마련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같은 사실을 입증하듯 올 한해 봉축행사에서 니르바나가 초청된 경우는 단 한 차례 뿐이었다.
이처럼 교계 내의 문화포교 마인드가 부족하다보니 니르바나는 불교 안에서 어떤 도움도 얻을 수 없었다. 니르바나측으로부터 연주회 연습 공간 대여를 부탁받은 한 불교단체의 경우 “법당 마루에 흠이 생기기 때문에 안 된다”고 거절 사유를 밝혔을 정도다. 이 같은 현실이 매 연주회마다 반복되면서 니르바나는 더 이상 존립할 이유도 없고 존립할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 불교계에 예술경영 마인드 도입돼야
최근 개신교와 천주교 등 이웃종교는 ‘예술경영’ 기법을 적극 도입해 전문적인 예술공연단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개신교의 경우 명성교회 내에 오케스트라가 6개나 활동하고 있을 정도다. 불교계에도 이 같은 지원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단순히 예술단체만을 육성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문화포교의 토양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니르바나에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불교문화를 활용하려는 마인드의 변화다.
축제기획 불무 김유신 대표는 “문화예술 분야에는 투자만 있을 뿐 수익은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잘 만들어진 불교문화 컨텐츠는 포교에 절대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서 지속적인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난타, 뮤지컬 명성왕후 등의 성공사례가 성철 스님의 일생을 다룬 오페라에서 재현된다면 그 영향은 실로 지대할 수 있다. 이때 불교문화 컨텐츠도 새롭게 생산될 수 있고, 니르바나 등의 전문 공연단체는 이것이 보급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불교 예술단체 내부의 변화도 필수적이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는 “문화포교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려면 주먹구구식 운영의 고리를 끊고 스님들의 막연한 지원에 기대려는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니르바나의 경우 단장이 홀로 내부 경영과 외부 홍보 등의 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내부 체계를 새롭게 정립하려는 발전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일반 사회에서 기업이 메세나(Mecenat: 문화 예술 등에 대한 기업의 후원과 지원) 정책으로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듯, 불교 예술단체 등도 종단 및 사찰의 지원과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