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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와 떠나는 새벽여행

새벽사진의 개척자 박상훈씨의 작품.


화엄사에서 입산해 법주사, 경국사 등지에서 오랫동안 수행하다 환속한 시인 겸 방송인. <누군가 사랑하고 싶을 때 길을 떠나라> 등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을 펴냈으며, KBS1 라디오의 ‘문화살롱’과 불교방송의 ‘행복스튜디오 황청원입니다’ 등 23년 넘게 방송을 하다 지금은 경기도 안성 죽산에서 글만 쓰고 사는 황청원 시인(50).

인기연예인들이 한번쯤 그의 사진 모델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 광고 사진계에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며 세계 3대 광고상의 하나인 ‘The New York Festivals’ 금상, ‘CANNE 국제 광고제’ 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작가 박상훈(53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

활동 영역은 달라도 25년 동안 우정을 지속해 온 두 사람이 만나 일(?)을 냈다. 사진 산문집 <새벽여행>과 사랑시 모음집 <우리가 혼자였다면 얼마나 외로웠을까>이다. 두 권이 함께 들어 있어 독특한 패키지 형식을 이룬다.


86년과 94년 <우리나라 새벽여행>을 주제로 사진전을 연 바 있는 새벽사진의 개척자 박상훈씨의 사진에 황청원 시인의 맑고 감성적인 언어를 붙였다.


<새벽여행>은 박상훈씨가 우리나라 곳곳의 자연과 삶이 담긴 새벽 풍경 사진에 감성을 자극하는 황청원의 글이 어우러져 서경과 서정의 절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잊혀진 고향의 풍경들을 오롯이 되살려주며 사랑과 인생에 관한 사색의 깊이까지 맛볼 수 있게 해주어 가볍게 책장이 넘어가면서도 내용의 무게만큼은 무겁다. 책은 ‘고향’ ‘사랑’ ‘인생’ ‘관계’ 등 네 주제로 나눠져 있다.

“자식 낳아 먼저 흙에 묻고 그 흙 속 깊이 손발 묻고 사시는 어머니의 마음은 바로 흙의 마음입니다.”(‘고향’중에서)

“때로는 멀리서 말없이 그렇게 오래오래 바라보는 것이 사랑입니다.”(‘사랑’ 중에서)

“흔들리지 않는 다리도 되어주고, 발 씻어주는 강물도 되어주고, 어리석음 거둬가는 안개도 되어주고, 허물 가려주는 어둠도 되어주며….”(‘인생’ 중에서)

“이른 새벽 여럿이 함께 배를 타고 안개 무성한 강을 건너며 깨닫습니다. 삶의 군데군데 놓여있을 절망의 강도 그렇게 건너는 것임을.”(‘관계’ 중에서)

책 <새벽여행-우리가 혼자였다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새벽에 떠나는 여행이야말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일”이라는 지은이 황청원씨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새벽이 갖고 있는 코발트 색 빛깔과 고요는 낮이나 밤의 풍경에서 느낄 수 없는 장중한 깊이가 있다. 단잠에서 깬 산과 강은 서있거나 누운 그대로 묵언수행 중이다. 번뇌의 옷을 벗은 세상은 보는 이를 숙연케 한다. 이 책은 그런 새벽 정경으로의 초대장이다. 그림 같은 사진과 잠언 같은 글들이 가득 녹아 있는 새벽행 티켓이다.

둘의 사진 산문집과 패키지 선물용으로 묶여 있는 황청원의 사랑시 모음집 <우리가 혼자였다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역시 맑고 투명한 언어로 새겨져 있어 긴여운을 남겨 준다.

“사랑해도 외로울 때 있나니 그때 꼭 말하세요. 그래 우리가 혼자였다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김주일 기자 |
2005-05-19 오후 2: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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