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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꽃이 피고 날씨가 훈훈해진 봄이다. 더불어 결혼식 준비로도 분주해지는 이 때, ‘번잡한 일반 예식장에서의 결혼’ 대신 특별한 결혼식을 원하는 불자 예비 신랑신부라면 ‘불교전통혼례식’도 고려해볼 만하다.
지난 5월 7일 오후 1시 서울 봉은사에서는 주지 원혜스님의 주례로 불교전통혼례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현재 법무부 한국갱생보호공단 불교협의회 회장으로 있는 윤용병(52)씨와 김애열(44)씨. 윤씨는 “예전부터 불자라면 당연히 불교식으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며 “국적불명의 예식장에서 형식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조상과 부모, 불연을 생각하는 자리라서 더욱 뜻 깊다”고 밝혔다.
풍물패의 흥겨운 ‘길놀이’ 가락이 봉은사 앞마당을 한판 감돌고, 사모관대를 한 신랑과 활옷으로 곱게 단장한 신부가 들어섰다. 신부는 오색주단을 사뿐히 밟으며 들어선 뒤 서로 맞절을 했다. 이어 양측 가족이 초에 불을 붙였다. 증명법사로 모신 원혜스님의 집전 아래 삼귀의를 올리고 고불문을 읽은 뒤 신랑신부가 부처님 전에 꽃을 바치는 헌화식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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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이 불교혼례식은 불자들 뿐 아니라 최근에는 일반인에게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인사동 쌈지길에서 열린 ‘화혼식-성스러운 인연, 연꽃같은 삶’의 시연회에 5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어 불교혼례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시연회를 주최했던 (사)우리는 선우의 임동숙씨는 “기형적으로 변질된 결혼문화 대신 우리 고유의 정신적 문화유산을 이어가면서도 현대적 감수성에 어울리는 대안혼례방식이 바로 화혼식”이라며 “전통혼례식 안에서 불교적 의미를 부여하는 등의 시도로 불교혼례문화의 외연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불교혼례식과 전통혼례식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불교혼례식에서는 헌화식과 고불식이 빠질 수 없다. ‘헌화’는 부처님 본생담에 나오는 선혜 선인과 구리 선녀의 이야기에서 유래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전생에 선혜라는 이름으로 수행하던 당시, 연등 부처님께 꽃을 공양하기 위해 구리 선녀와 부부의 인연을 맺는 대신 함께 연꽃을 바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를 본받아 신랑이 5송이, 신부가 2송이의 꽃을 부처님께 바치는 것이 헌화다. 이 때문에 불교혼례식을 ‘헌화식’이라고도 부른다. 고불은 불교 혼례식에서 또 다른 큰 특징이다. 불교에서는 부부가 전생에서 맺어진 인연이며, 부처님이 인도해주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처님께 부부됨을 고하는 순서가 바로 고불식이다.
헌화식과 고불식 후에 이어지는 근배례에서도, 술을 마시는 일반 전통혼례와는 달리 신랑신부는 차를 나눠 마시며 마음을 맑게 밝힌다. 주례 대신 증명법사 역할을 맡을 스님을 모시고 경건하게 두 사람의 발원문을 낭독하는 순서를 갖는다면 더욱 뜻 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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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서 혼례식을 올리고 싶은 불자들은 재적사찰에 먼저 상담을 해보는 것이 좋다. 서울 구룡사, 서울 능인선원, 일산 여래사, 광주 향림사, 해남 대흥사 등 많은 사찰들이 불자들의 결혼식을 환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국대 정각원에서도 여법한 불교혼례식을 올릴 수 있다. 특히, 서울 구룡사와 능인선원 등은 결혼회관이 따로 마련돼 있어, 사찰법회가 있는 일요일에도 장소걱정 없이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
1. 개식 : 종을 5번 친 후, 식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2. 등공양 : 양측 아버님은 불단에 놓여있는 오방색 초에 불을 붙인다. 양측 어머님은 초례상에 놓여있는 초에 불을 붙인다.
3. 신랑, 신부 입장 : 신부 측 친구가 꽃잎을, 신랑 측 친구가 대나무나 솔가지로 물을 뿌리며 지나가면 신랑신부가 입장한다. 입장 후, 신랑 신부는 불전에 경례한다.
4. 삼귀의례 : 일동 일어나 부처님 전에 삼귀의를 올린다.
5. 고불식 : 증명 법사나 평소 존경하던 분이 부처님께 화혼식을 고한다.
6. 헌화식 : 다섯 송이는 신랑이, 두 송이는 신부가 불단에 놓는다.
7. 교배례 : 신랑은 남쪽 대얏물에 손 씻고, 신부는 북쪽 대얏물에 손 씻은 뒤 각기 상대 시자가 건네준 수건으로 손을 닦는다.
8. 근배례 : 신랑신부는 초례상 좌우에 마련된 다기에 차를 따라 시자(侍者)의 도움을 받아 서로에게 헌다(獻茶)한다.
9. 증명법사의 법문 : 증명법사는 법문 시작 전 불단에 향을 피우고 법문 뒤에는 경전, 염주 등 신행생활에 필요한 불구를 하사한다.
10. 신랑신부의 발원문 낭독
11. 신랑신부는 불단과 증명법사를 향해 삼배를 올리고 양가 부모님과, 하객께 큰 절을 올린다.
12. 사홍서원
13. 폐식
14. 퇴장 후 신랑, 신부를 포함하여 참석한 모든 사람과 함께 초례상을 중심으로 탑돌이 놀이를 한다.
(자료제공: 우리는 선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