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학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인 해부학적 지식에 근거하고 있다. 티베트인들이 일찍부터 인체의 구조에 정통할 수 있었던 것은 티베트의 ‘조장(鳥葬)’ 풍습 덕택이다.
티베트인들은 히말라야 고원의 혹독한 기후와 험준한 지세 때문에 시신을 땅에 매장할 여건이 못 되었다. 고산지대의 바위나 돌밭에 시신을 매장할 땅이 어디 있겠으며 설령 있다손 치더라도 꽁꽁 언 동토에 시신이 어디 썩기나 할 수 있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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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척박한 자연환경과 불교적 세계관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장례 풍속이 바로 ‘조장’인 것이다. 인연 따라 몸을 빌어 잠시 이승에 머물다가 홀연히 떠나며 마지막 육신까지 한점 한점 독수리에게 보시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보다 장엄한 순간이 어디 또 있겠는가!
육신을 보시 받은 독수리들은 망자의 영혼을 싣고 내생으로 인도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조장’ 풍습을 미개하고 흉측스러운 엽기적 풍속으로 오도하거나 곡해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그처럼 종교적으로 성스럽고 과학적으로 친환경적이며 세속적으로 비장한 풍습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세상 연을 다해 한갓 고깃덩이나 다름없는 이 몸뚱이를 대궐 같은 호화 분묘에 모셔 한풀이하듯 유세라도 부려야 문화 민족의 미풍양속이란 말인가.
우리의 장례 문화에도 일대 의식의 전환이 일지 않으면 안 된다. 사견이지만 최근 소개된 ‘수목장(樹木葬)’이 우리 자연환경과 민족정서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아 매장 풍속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티베트인들은 조장의 오랜 풍속에 따라 망자의 시신을 일일이 해체하며 자연스럽게 인체의 구조나 장기 상태 그리고 사망 원인 등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꾸준히 축적해 온 것이다. 모든 사람은 죽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임상 사례를 남기는 셈이다.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가. 시신 기증자가 없어 해부학 실습도 제대로 한 번 못해보고 졸업해야 할 지경에 이른 오늘의 우리 의학교육의 참담한 현실이 자꾸만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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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일곱 가지 기본성분은 소화와 대사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위로 들어가면 위 속에서는 왜깬이 그것들을 잘 섞이도록 하고 때빠는 소화를 도우며 룽은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와 쓸모없는 불순물로 분리해 낸다. 필수 영양소의 정수(精髓) 성분에서 혈액이, 혈액의 정수 성분에서 근조직이, 근조직의 정수 성분에서 지방이, 지방의 정수 성분에서 뼈가, 뼈의 정수 성분에서 골수가, 마지막으로 골수의 정수 성분으로부터 정액 또는 생식액이 각각 만들어진다.
일곱 가지 체구성 물질의 생성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소장에서 흡수된 필수 영양소는 정수 성분과 분순 성분으로 나누어진다. 정수 성분은 간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혈액을 만들게 되고 불순 성분은 점액으로 변한다. 혈액은 정수 성분으로부터는 근조직이, 불순 성분으로부터는 담낭의 쓸개즙이 만들어진다. 근조직에서는 정수 성분에서 지방조직이, 불순 성분에서 눈곱과 귓밥 같은 아홉 구멍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만들어진다. 지방조직의 정수 성분으로부터 뼈가, 불순 성분으로부터는 땀과 피지가 만들어진다. 뼈는 정수 성분에서 골수가, 불순 성분에서 털·손발톱·치아가 만들어진다. 마지막으로 골수로부터는 정수 성분에서 정자나 난자의 생식액이, 불순 성분에서 피부나 얼굴을 매끄럽게 해주는 기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