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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말 녹차는 이 같은 효능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우리는 실제 음다 생활을 통해 이런 유용한 성분들을 다 섭취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대한의학회(회장 고윤웅)와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는 녹차의 관상동맥질환과 비만 예방 효과에 대해 ‘근거 자료 불충분’ 등급을 매김으로써 녹차의 효능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72가지 보완요법과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국내외의 논문을 검색ㆍ분석한 후, 질환별 효능에 대해 ‘권고’에서 ‘근거 자료 불충분’ 등급까지 모두 7개 등급으로 평가했다. 여기서 녹차가 ‘근거 자료 불충분’ 등급을 받은 것은 녹차의 효능에 대한 연구결과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또한 녹차의 기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녹차 추출물을 재료로 이루어지는 실험과 ‘기호성’을 중시 여기는 음다 생활 사이의 간극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례로 폴리페놀은 대표적인 항산화제이지만, 그 맛이 떫기 때문에 차를 우려 마실 때 이 성분이 많이 우러나지 않도록 하는 음다법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이러한 때, 지난 5월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8회 국제녹차심포지엄’에서는 과학적 연구결과와 실제 음다 생활의 간극을 줄이는 시도가 이루어져 눈길을 끌었다. 바로 서울대 치과대학 예방치과의 백대일 교수(56)가 발표한 ‘녹차 음용이 초등학생의 구강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이다.
백 교수를 비롯한 연구진은 국내 최초로 300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4개월간 대규모 임상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서울시에 소재하는 2개 초등학교 4학년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실험군 163명에게 하루에 두번 100㎖씩의 녹차를 음용하도록 하고, 대조군 137명에게는 일반식수를 음용하게 했다. 이 결과 실험군의 구강 내 충치 유발 세균수가 감소되는 양상을 보였고 치아를 썩게 하는 요소인 산(acid)을 완충시키는 능력(buffering capacity)이 상승함을 확인, 녹차 음용법이 구강 건강을 증진시키는 모델로 적합함을 입증했다.
녹차와 구강건강과의 관계는 이미 차를 즐기는 중국과 일본 등에서도 연구되고 있지만 모두 실험실 내 동물에 국한된 것이었고, 연구실을 나와 사람들을 상대로 임상실험을 한 것은 백 교수팀이 최초이다. 또한 이번 연구는 현미 등이 섞이지 않은 100% 순수 녹차를 우려서 사용한 결과이며 일상적으로 마시는 농도로 우려낸 녹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고 말했다.
연구진은 “충치가 가장 잘 생기는 10∼11세 무렵은 구강관리가 어려운 시기이기도 해서, 이때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영구치의 보존 여부와 구강 건강이 좌우된다”며 “이때 녹차를 마시면 치아우식증(충치)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충치를 효과적으로 예방하려면 하루 세 번, 식후에 녹차를 입 안에 머금고 치아를 충분히 적신 뒤 마시는 것이 좋으며 티백보다는 잎녹차를 우려내 마시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어린이는 어른들이 마시는 것보다 연하게 우린 녹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처음에는 녹차를 거부하던 어린 학생들도 하루에 1∼2회 마시도록 하니까 나중에 먼저 녹차를 찾을 만큼 본인이 더 즐기게 됐다”면서 “10∼11세부터 녹차를 꾸준히 마시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한편 백 교수는 올해 연말까지 이 연구를 지속해 2006년 호주에서 열리는 국제치과학회에서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