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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문학 전문가인 김홍근씨가 지난해 가을부터 불교정보센터 부다피아(cafe.buddhapia.com/community/khg)에 연재한 <참선일기>는 ‘나는 누구인가’를 찾아 떠난 100일간의 참선 체험을 하루하루 일기 형태로 써내려간 글이다.
비록 여러 사람들에게 열린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쓴 글이지만, 그 내용만큼은 지극히 진솔하고 꾸밈이 없다.
스페인 마드리드대학에서 멕시코 시인 옥타비오 파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지은이는 동양 사상에 심취해 고전 강좌를 운영하면서도 정신적 갈증을 느꼈다.
‘이성을 통한 공부’의 한계를 느끼고 참선을 체험해보고 싶었지만 그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참선이란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지도해줄 스승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는 사실에 고뇌하던 그는 20여 년간 불교를 전파해 온 현웅 스님(육조사 주지)을 만나며 드디어 참선의 세계로 들어서게 된다.
“이제야 스승을 만난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드디어 제대로 참선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나 자신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1일 ‘열심히 해보시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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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머리 속이 왜 이리 복잡한가? 왜 화두가 딱 잡히질 않는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믿음을 확인해보고, 화두를 점검해보고, 의식적으로 화두를 끌어내려 단전에 딱 붙였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3일 ‘앉아서 공을 들이다’ 中)
공부에 진전이 없는 자신을 책망하며 눈물을 흘리고, 피로가 축적돼 앉아 있기도 힘들어하다가도 현웅 스님에게 ‘몸 관리법’을 배우며 초발심(初發心)을 다잡는 과정도 눈에 보이듯 자세히 그려져 있다. 반복되는 시행착오에도 굴하지 않고 하루하루 성실하게 화두를 참구하고 소참법문을 곱씹던 그는 조금씩 참선에 익숙해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침에 문득, 참선을 시작한 뒤로 꿈을 거의 꾸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이 놓여서 걱정을 하지 않으니 꿈이 없어진 것이다. 그만큼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말이다. 모두 믿음의 힘이라 믿는다.”(29일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 中)
“이제 아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나’를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 급선무이고, ‘남’도 제대로 알아 나가야겠다. 이제 진짜 공부를 시작한다.”(56일 ‘잘 가라, 앎이여’)
물론 100일 간의 경험으로 선의 경지를 체험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은이도 알고 있다. “내면의 잠자는 꽃씨에 비를 뿌리는 것이 참선이고, 그 꽃을 피우는 것은 바로 자신”이라는 지은이는 100편의 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절절히 호소한다. “이제 여러분이 직접 해보십시오. 그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으십시오”라고.
□ <참선일기>(김홍근 지음, 교양인,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