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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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무자’ 때문에…
523호 할로 죽이고 방으로 살리고 <15>

초심자 시절 처음으로 용맹정진을 하러갔다.
그 때 삼천배를 하고나서 받은 화두가 '조주무자(趙州無字)'였다.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없다.”
의심이 일어날 리가 없다. 의심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이었으니까 당연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전혀 의심이 일어나지 않는데요.”
“억지로라도 자꾸 의심을 일으키다보면 나중에 저절로 의심이 일어나게 될거야.”
억지의심으로 일주일간 밤낮 앉아서 용을 쓰던 기억이 새롭다.

‘조주무자’ 공안은 가장 인기있는 화두이다. 통계를 내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모르긴 해도 ‘이뭣고'화두와 더불어 가장 대중적인 공안이 아닌가 한다.
대혜종고 스님이 스승 원오극근 선사의 <벽암록>을 불태워버리고서 간화선을 주창하면서 대중화시킨 공안이 바로 이것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수행자들이 <벽암록>을 외우고는 각본(?)에 의거하여 서로 선문답을 나누는 것이 당시 선가의 일반적인 풍토였다.
모두가 선사요 게송을 멋있게 뽑아내는 선시작가였다. 급기야는 누가 앵무새인지 아닌지조차 구별할 방법이 없었다. 이른바 ‘송고문학’ 시대가 되어버렸다. 그리하여 모든 공안이 사구화(死句化)되어 버린 것이다.
‘종문(宗門)의 제일서(第一書)’가 모두의 눈을 가려버리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가만히 있을 대혜 스님이 아니었다. 하늘같은 스승의 책마저 불태워버리고서 해설서가 없는 ‘무자’공안을 통하여 간화선을 다시금 제창하여 조사선의 본래정신을 되살린 것이다.

공부를 하다보면 크고 작은 경계를 만나게 된다. 이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옆길로 새거나, 병을 얻거나, 공부가 더 이상 진전이 없게 된다.
<능엄경>에서 가장 인기있는 품이 가장 마지막에 붙어있는 ‘변마장(辨魔章)’이다. 정진하면서 나타나는 갖가지 장애에 대한 설명과 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일본 백은 선사의 <병든 몸은 이렇게 다스려라> 한글번역본도 선병(禪病)에 대한 치료에 도움이 된다. 그 외에도 갖가지 경계에 대한 치유책은 선어록 곳곳에 보인다.

그런데 마(魔)도 공부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 공부가 깊어질수록 마도 치성해지기 때문에 도고마성(道高魔盛)이라고 한 것이다.

‘무자’ 공안으로 정진하다가 정말 개가 나타나는 경지를 체험한 선사가 있다. 운문종의 덕산연밀 선사 회상에서 정진하던 응진 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근기가 매우 예리하였으며, 또 ‘무자’를 오랫동안 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공부에 진척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경계가 나타났다.
개가 태양만한 입을 벌리고서 잡아먹겠다고 달려드는 것이었다. 이를 보고 겁이 나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개를 피하여 달아났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대중들이 그 까닭을 묻자 자초지종을 이야기하였다. 그랬더니 스승에게 물어보길 권하여 방장인 덕산연밀 선사에게 올라갔다.
원철 스님.
“두려워할 것 없다. 단지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렸다가 개가 입을 벌리거든 달려가서 그 속으로 뛰어들어라. 그러면 없어질 것이다.”
응진 스님은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고 ‘무자’를 들고서 앉아 있었다.
밤중이 되어 개가 다시 나타났다. 그 큰 입을 쩍 벌리고서 잡아먹을 듯이 달려왔다. 그러자 응진 스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달려가서 그 입 속으로 뛰어들었다.
“퍽!”
한참이 지났다. 정신을 차리고서 주변을 돌아보니 그곳은 다름이 아니라 나무 궤짝 속이었다. 이에 확연히 깨닫고서 뒷날 문수사에 나아가서 선풍을 크게 떨쳤던 것이다.

나도 ‘무자’를 들고 있다가 보신탕이 한 그릇 눈앞에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원철 스님 |
2005-05-18 오전 10:33:00
 
한마디
화두에 문제가 많으면 하지 말아야지. 또다시 망상을 붙들면 어떻하나? 화두가 바로 진실한 그대로이니, 달리 헤아리지 말라!
(2005-05-18 오후 12:35:10)
36
무자 들고 있었더니 개가 연상되어서 치워버렸는데 그런일이...
(2005-05-18 오전 11:51:18)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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