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대 이후, 이전 시대와 달리 한국의 종교는 기존의 순기능적인 역할을 거부하고 물질만능주의에 탐착해 종교재산을 사유화, 세습화하고 부정과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으며, 또 다른 권력으로서 교단 안팎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한 종교 교단은 그 누구도 손댈 수 없는 성역으로서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점점 더 권력화, 보수화의 길을 걷고 있다.”
참여불교재가연대(상임대표 박광서)가 발행하는 〈참여불교〉가 ‘종교개혁’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참여불교〉는 2005년 봄호에 “4회에 걸쳐 종교의 권력화, 자본주의화, 보수우경화, 배타주의 문제에 접근해 종교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참여불교〉는 서문에서 “우이동 보광사에서 일어난 선학원 재단 소속 승려들간의 절 뺏기, 조계종에서 불거지고 있는 각종 부정비리 의혹, 교회 내의 운영을 둘러싼 광성교회 폭력사태” 등을 거론하며 “종교가 스스로 개혁의 실마리를 풀지 않는다면 대중으로부터 영원히 외면당할 존폐의 기로에 와 있다”고 종교개혁을 주제로 연중 기획한 배경을 설명했다.
봄호는 정웅기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정책실장의 ‘조계종 권력과점 현상의 심화와 그 문제점’, 박득훈 교회개혁실천연대 공동대표의 ‘개신교의 권력화 현상을 진단한다’, 박문수 신학박사의 ‘가톨릭교회 권위주의의 양상과 해결방향’을 담았다.
▲탈색된 문중주의와 교구본사권력
| ||||
정웅기 정책실장은 글에서 조계종 내부가 ‘독점에서 권력과점으로’ 권력구조가 재편됐으며, 그 중심에 ‘탈색된 문중주의와 교구본사권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정 실장은 “조계종의 권력을 지탱하고 있는 근본적인 힘은 여전히 ‘문중(門中)’인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문중이 스승의 수행가풍을 잇고자 생겨난 자발적이고 수행적인 모임으로 기능했다면, 최근의 문중은 교구본사라는 행정체계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변형된 ‘문중주의’”라며 “문중이 특정사찰에 대한 집단적 소유권 개념으로 변질되면서, 교구본사는 권력과점을 유지하는 근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 실장은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교구권력’이 안정화되면서 ‘사유화’를 오히려 극명하게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교구 내 몇몇 주류인사를 제외하고 교구권력에 도전할 기회 자체가 봉쇄된 작고 힘없는 문중의, 또는 문중이라 할 것도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미약한 많은 출가 승려들이 본사 중심의 행정단위에서 소외되면서, 자신의 사적영역을 별도로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 교구권력의 집중과 비민주성이 이러한 경향이 확산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권력핵심으로 등장한 중앙종회
“중앙종회는 과도한 겸직문제(입법/사법/행정)의 진원지로, 무책임하고 반불교적인 정치세력화, 선거부정(금권선거), 선거법 무력화(책임추궁 없음/평가 부재)등 온갖 부정적 역할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 실장은 탈색된 문중주의와 교구본사권력 뿐만 아니라 ‘권력핵심으로 등장한 중앙종회’도 권력과점의 한 축으로 꼽았다. 중앙종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질 수 있게 된 배경으로 정 실장은 ‘인사에 대한 폭넓은 선출권’과 ‘불징계특권’ 등을 꼽았다.
정 실장은 종책모임에 대해서도 “정당정치의 긍정적 측면, 즉 유사한 정치적 지향을 가진 이들의 안정적인 정책과 기능을 갖춘 대신, 이익을 수호하는 이익집단으로서의 특성만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며 “큰 사회적 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문화재보수비 횡령, 사찰 내 불법 골프장 건립, 각종 공사 비리 의혹 등 주요한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들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같다해 부정과 비리를 눈감는다거나, 상대편의 행위에 대해서는 세속 뺨치는 폭로전과 언론플레이를 마다 않는다”고 혹평했다.
정 실장은 이 외에도 ▲선거제도 등 근대적 의미의 권력 재생산 시스템이 도입됐으나 문중주의, 금권 선거 등에 의해 왜곡돼 제도 자체의 존립에 항시적인 위협이 존재한다 ▲형식적으로 3권 분립이 돼 있으나 사실상 사법부가 독립적이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권력내 책임 주체를 찾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등을 지적했다.
▲‘민주화’ 단계 충실히 밟아야
정 실장은 “권력과점의 폐해를 치유하는 길은 진정한 권력분산, 권력분점의 실천”이라고 주장한다.
철저히 3권 분립을 실시하고, 권력별로 권한과 책임을 더욱 분명히 제도화해 대중의 신뢰를 얻고자 애써야 된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 일반이 요구하는 투명화 수준에 맞게 사찰과 종단의 살림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나아가 소외된 대중의 참여를 더욱 늘려 사회 어느 조직에 비춰도 손색없는 민주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책임, 투명성, 참여라는 이 3가지 영역에 현재의 어정쩡한 권력과점의 형태를 벗어나 권력 민주화의 길로 확실히 들어서는 것. 이것이 단기적으로 내부종교권력의 폐해를 치유할 가장 분명한 처방”이라는 정 실장은 “과점의 폐해를 치유하는 1차 치료제인 ‘민주화’의 단계를 충실히 밟는다면, 그 다음에는 걱정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불교적 가치로 이를 재해석하는 일들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