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운동장 연등축제의 한 장면. 현대불교 자료사진.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었다. 불기 2549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5월 8일 조계사 및 종로 일대에서 열린 ‘봉축행사’는 그 어느때보다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우선 축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시선을 고정시킬 수 있는 문화 컨텐츠 부재가 역력했다. 조계사 앞 도로에서 펼쳐진 불교문화마당은 지난해와 비교해 눈에 띄는 볼거리가 없었다. 연꽃등 ? 컵등 만들기, 사찰음식 전시회, 수지침 자원봉사 등 굳이 대규모 봉축 행사가 아니더라도 지역 불교축제 현장에서도 충분히 만날 수 있는 연례 프로그램들이었다. 처음 한국을 찾은 벽안의 이방인들에게는 한번쯤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겠지만, 매년 참가하는 내국인들에게는 식상할 뿐이다.

또한 봉축행사도 하나의 불교 축제인데 행사 진행도 무척 경직됐다는 인상이 강했다. 연등행렬을 지켜보려는 시민들의 설레이는 마음도 원활한 행사를 위한 명목으로 곳곳에서 차단당했다. 외국인들은 편안자리에서 연등행렬을 관람할 수 있어도 시민들은 그 뒤에 파수꾼처럼 인도에 서서 비집고 거리 행렬을 맞아야 했다.

	제등행진. 현대불교 자료사진.

세계에는 유명 축제들이 많다. 브라질의 삼바축제,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 축제, 프랑스의 와인 축제,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 축제들에 세계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매년 충분한 볼거리와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축행사도 끝난 후 참가자들이 행복한 후유증에 시달리게 하기 위해선 이제 행사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