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차가 좋은 차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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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7일 제31회 보성다향제 기간에 차의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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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이라면 한번쯤 받아봤을 질문이다. 차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요즘, 차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좋은 차’가 무엇인지 궁금하게 마련이다. ‘곡우차’ ‘우전차’ ‘수제차’ ‘야생차’ 등 차를 수식하는 말들은 많지만, 정작 그 차가 어느 정도의 품질을 가지고 있는지 일반인들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후 확산된 ‘차문화 운동’이 차라는 존재를 알리고 차 마시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데 앞장섰다면, 최근에는 차의 품질을 감별하는 품평(品評)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이 확산되고 있다.
객관적인 차 품평은 소비자에게는 차 선택 시 올바른 기준을 제시하고, 생산자들에게는 세계 유수의 차와 경쟁하기 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전남 보성과 경남 하동이 지역 차문화 행사 기간에 ‘보성명차선정대회’와 ‘올해의 명차 선정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바로 ‘좋은 차’를 가려보고, 이를 통해 제다기술의 발전, 더 나아가 우리나라 차문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이미 중국이나 일본, 대만 등의 차 생산국들은 세계적인 품평대회를 열고 차의 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제다기술 발전의 바탕이 되는 차의 등급을 정하고 있다.
지난 5월 7일, 제31회 보성다향제 기간에 열린 ‘국제명차품평대회 국내 예선전’은 이런 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보성군과 보성다향제추진위원회가 주관하고 한국차인연합회와 한국
국제차엽연구소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중국 절강성 항주에 본부가 있는 국제명차품평회에 출품할 국내 차를 선발하는 대회다. 우리나라 차 생산자들이 국제 행사에 차를 출품하는 길이 흔치 않은 현실을 비추어보면 우리 차가 세계로 나아가는 일종의 교두보라 할 수 있다.
이날 심사위원으로는 국제명차품평위원인 공슈링(중국 절강대)ㆍ정인오(한서대) 교수, 전남차시험장 김주희 선임연구원ㆍ김종태 연구원, 한국차인연합회 김대성 고문, 보성제다 서찬식 대표, 선혜 스님이 참여했으며 쌍계제다 김동곤 대표가 감수를 맡았다.
올해에는 녹차 24종과 발효차 10종이 예선심사에 올랐다. 차는 출품 신청을 한 제다업체의 제품 중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100g 단위의 포장 제품을 추진위원회측에서 직접 구입해 사용했다.
품평은 마른 잎 외형과 녹차는 80℃, 발효차는 100℃의 물로 5분간 우려낸 후 색향미(色香味) 그리고 우려내고 난 후의 찻잎을 각각 100점 기준으로 채점했다. 마른 찻잎을 심평판에 놓고 가볍게 흔들어 고루 퍼진 찻잎의 색깔과 투명도, 형태, 파손 정도에 따라 점수를 매긴다. 또한 우린 찻물의 색이 맑고 깨끗한지, 찻물의 향과 맛이 순수한지에 따라 우수 양호 보통 세 단계로 나누어 평가했다.
특히 올해 품평 대회는 상대평가를 통해 우수한 품질의 차 1~2종을 선발했던 예년과 달리 90점 이상을 획득하는 차는 모두 본선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수한 품질의 차가 좀 더 많이 세계 시장에 선보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이어진 품평 결과 녹차부문은 쌍계제다와 다우제다, 곡천다원이 그리고 발효차 부문에서는 고려다원과 명가원이 각각 선정됐다. 선발된 제품은 오는 10월 미국에서 열리는 제7회 국제명차품평대회에 출품돼 세계 유수의 차들과 기량을 겨루게 된다.
대회를 주관하는 하승완 보성군수는 품평 현장을 직접 찾아 “국제 대회에 참가함으로써 우리 차 품질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발판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대회를 개최하게 됐다”며 “공정하고 엄밀한 심사를 통해 세계 차 시장에 우리 차의 우수성을 보일 수 있는 대표상품을 선정하고 있다”고 대회 의의를 밝혔다.
대회를 총괄한 정인오 교수는 “국내 제다 기술의 현주소와 해외 차의 수준을 가늠해 보고 서로 기량을 겨뤄볼 수 있다는데 행사의 의의가 있다”며 “앞으로 많은 국산 차가 국제 시장에 선보이도록 제다인들이 더욱 분발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