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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는 재화가 무한정하다면, 그저 욕망에 따라 나누면 될 것이고, 거기에는 싸움도 없을 것이고, 많이 가진 자에 대한 시기와 질투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자기 몫을 무단히 내어주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재화, 재능, 서비스가 희귀할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럴 경우 부득이 강제로 나눌 수밖에 없으며, 아주 정교한 나눔의 기술이 아니고는 다툼을 피할 길이 없다. 그래서 인류는 수 천 년 동안 어떻게 하면 만인이 승복하는 공정한 분배의 룰을 정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이처럼 강제로 분배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무상으로 나누어주기도 하고, ‘사회적으로 가장 좋은 것(socially good)’으로 꼽는 돈을 자발적으로 내 놓기도 한다. 더욱이 죽은 후는 물론이고,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주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자발적 나눔은 세상을 건강하게 만든다. 돈은 세상에서 명백히 가장 소중한 것이지만, 결국에는 자발적 나눔이 돈보다 더 좋은 사회적 선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재화와 용역은 많으면 많은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우리 마음속에 근심으로 자리하지만, 나눔은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마음의 평안으로 돌아온다.
본지는 불기 2549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자들이 서비스, 돈, 생명, 재능을 얼마나, 어떻게 나누면서 사는지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불자들의 나눔의 정신은 우리 국민들의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으며, 특히 불자들이 생명나눔(장기기증)에 매우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진 것을 나누고, 빈손으로 다시 어울리는 것, 즉 ‘나눔과 어울림’이라는 불교의 기본정신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나눔은 숭고한 것이기 때문에, 인위가 개입해서는 안 되고, 선한 의지(free will)의 장터에 맡겨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지는 기술 지배 사회에서 나눔을 효율적이고 체계적이게 하는 제도가 필수적이다.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보다는 나눔을 심부름하는 사람이 더 많은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개인의 자발성에 맡겨두기보다는 제도와 시스템을 정착시킴으로써 나눔이라는 것이 ‘잘난 사람들만의 의무(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아니라, 보통사람들의 보편 문화로 확대해 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