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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로 푸는 '북핵' 화두
[불자세상보기]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전임연구원.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이후 북ㆍ미간 마주 달리던 기차가 일단 멈춰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8일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의 북한 주권국가 인정 여부 확인 후 6자회담 참가 결정’이라는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고,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무장관이 ‘미국의 북한 주권국가 인정과 북한 공격 의도 없음’을 거듭 밝혔기 때문이다. 평양과 워싱턴이 오랜만에 아귀가 맞는 발언을 주고받음으로써 이제 북핵문제는 새로운 전환점에 들어선 느낌이다.

지난 2월 10일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이후 북핵문제는 혼미를 거듭해 왔다. 4차 6자회담 개최 가능성은 보이지 않은 채, ‘6월 위기설,’ ‘10월 위기설’ 등 각종 위기설이 난무했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언론에서부터 제기된 북한의 ‘핵실험 징후설’은 꼬리를 물고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일부에서는 곧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처럼 추측하기도 했다. 미국의 북핵문제 유엔 안보리 회부 시사는 실현 가능성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을 압박했다. 더욱이 부시 미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폭군’으로 부르고, 북한이 부시를 ‘불망나니’로 비하하면서 북ㆍ미간 갈등은 감정싸움의 양상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같이 극단적인 대결로 치닫던 북핵문제가 최근 대화로 전환되고 있는 데에는 중국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력 행사에 동참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미국이 실질적인 대북 압박 카드를 행사할 수 없게 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반대하면서도 대북 압박에는 반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ㆍ중 관계는 혈맹관계라는 역사의 차원을 넘어 지리적으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미국의 ‘중국 포위론’을 의식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대북 제재를 용인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선택인 것이다.

우리 정부도 대결국면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핵 보유 반대와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기본 입장을 갖고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이 모험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중국의 역할을 추동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북한의 핵실험징후설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의혹 확산을 막는 데도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같이 중국의 명확한 입장 표명과 한국의 역할 속에서 미국이 채찍을 일단 거두고 북한이 이에 호응하는 대화국면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 북핵문제의 전개과정을 볼 때, 이 같은 국면 전환의 조짐은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극단적인 위기상황으로까지 치닫던 이 문제가 한 고비를 넘기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과 미국을 비롯한 유관 국가들의 자세와 역할이 대단히 중요함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북한은 남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 아님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위기를 최고조로 끌고 가 ‘벼랑 끝 전술’을 쓸 수 있는 기회도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따라서 북한은 조속히 6자회담 틀로 복귀하고, 그 속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을 폐기시켜야 할 것이다. 미국 역시 대북 압박정책을 포기하고, 6자회담 틀 내에서 ‘북핵 폐기’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양자 간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어쨌든 6자회담은 어느 일방이 완승을 거두는 장이 아니라 주고받기를 통해 북한과 미국이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당장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북ㆍ미간 실무접촉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대결에서 대화로의 대전환을 통해 북핵문제 해법의 실마리가 조속히 풀려야 할 것이다. 석가세존이 오신 오늘, 한반도가 긴장과 위기에서 상생과 평화의 길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전임연구원) |
2005-05-12 오후 2: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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