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2. 불교대학 ‘개혁’만이 살길이다.
3. 재단에 대학발전 기대할 수 있나?
4. 100년 동국대 비전은 어디에?
최근 언론과 교계 단체들은 동국대가 온갖 비리와 의혹의 온상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재단’이 자리잡고 있다. 동국대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대부분은 재단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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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재단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관 성오 종상 장윤 스님, 류주형 이사 등 5인과 일면 범여 스님, 박도근 감사 3인이 연명으로 총장과 이사장을 작년 8월 검찰에 고발했다. 중앙대 필동병원을 매입하면서 이사회 승인 이전에 총장이 서둘러 계약을 체결하고, 중앙대 측이 최초 제안한 260억원이 아닌 273억원에 매매가 이루어졌으며, 100억원이라는 과다한 계약금이 지급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과 관련, 검찰수사가 장기화되면서 결국 피해는 학교 구성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지금 학교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의혹과 관련해 납득할만한 해명 없이 버티기로 일관하는 이사장 측이나,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로 이사회를 1년 넘게 파행시키고 있는 반대측 모두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라는 비난이 비등하다.
사범대 모 교수는 “이사들마다 입으로는 자신들이 학교를 위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학교가 이렇게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 대해서는 서로가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면서 “학교를 위한 공심보다는 사사로운 이해관계에만 열중하는 이사들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라며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동국대 재단과 관련한 의혹들은 중앙대 필동병원 매입 건 외에도 △부속병원 의약품 납품관련 잡음 △총장 출국금지 △부속 한방병원 매각 △GS건설(옛 LG)에 의한 병원 압류조치 등의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조계종 중앙종회는 동국대 재단의 의혹사건들에 대한 진상조사특위(위원장 자승)를 구성하고 4월 29일 前 감사 박도근씨를 불러 관련 의혹을 집중 조사했다. 중앙신도회ㆍ불교환경연대ㆍ참여불교재가연대 등 재가신도 단체와 동국대 교수회 등은 차례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재단에 대학발전 기대할 수 있나?
이런 상황에서 재단에 대학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 동국대 구성원들 대부분은 “NO”라고 잘라 말한다. 재단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이미 재단의 ‘폐해론’ ‘무용론’까지 제기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적 원인으로 첫째 기형적인 재단이사회 구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동국대 이사회는 종단 파송 9인(승려)과 재가 4인 등 총 13인으로 구성돼있다. 현재 이사 13명 가운데 동창회장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사실상 관선이사나 다름없는 ‘종선(宗選)’ 이사들이다. 정치적 성격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종립학교관리위원회(위원장 원택)가 추천하는 이사들의 면면은 중앙종회 정치구도의 축소판이라는 평가다. 두 차례에 걸친 정부의 관선이사 만큼이나, 종단의 ‘종선이사’가 동국대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둘째 사학재단의 기본적인 역할이 재정적 기여라고 봤을 때 동국대 재단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동국대 재단 전입금은 약 65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상당액은 학교와 연결 회계로 잡히는 특별회계전입금으로 실제 동국대 재단이 학교에 지원하는 전입금은 겨우 몇 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특별회계전입금이란 정각원, 출판부, 역경원 등의 수입을 재단이 학교에 지원하는 전입금 수입으로 환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타 대학의 경우 2003년 회계 기준으로 연세대가 약 1000억원, 고려대가 320억원, 성균관대가 620억원의 전입금이 지원된 것에 비하면 동국대 재단의 전입금 규모는 턱없이 낮다. 재정적 기여가 거의 없으면서도 동국대를 비롯한 9개 산하학교 운영의 전권을 행사하는 동국대 이사회의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입금 출연이나 재정적 기여에 따라 이사 선임자격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의 도입이 절실하다.
셋째 이사들의 자질 문제도 심각하다. 전문성의 검증 보다는 문중 등 종단 내적 이해관계에 의해 이사들이 선임되기 때문이다. 재단의 모 이사스님은 “이사들 중에 이사로서 자신의 소임에 책임감을 못 느끼는 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일단 다툼이 시작되면 극단적이고 끝까지 다툰다”며 일부 이사들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 또 재가 이사들도 선임과정의 투명성이 재고되지 않는 한 승려이사들의 ‘들러리’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때 재단 사무처장을 맡았던 모 인사는 “건학이념을 충실히 구현할 수 있는 교육전문가가 아닌, 종단의 정치적 이해에 따라 이사회가 구성되는 구조속에서 학교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단이 변해야 대학이 산다.
재단이 제 역할을 하기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불교대학 박사과정의 한 스님은 “만약의 경우 종립대학 동국대를 사회에 환원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제2건학 수준의 재단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재단은 자신의 본래 역할인 전입금과 재정확대에 전력을 기울이고 총장 이하 대학당국은 학교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종단정치의 장으로 변질된 재단 이사회가 건학이념 구현에만 전념 할 수 있도록 이사회 선출과 구성과정 등에 얽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부여당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립학교법 개정의 골자는 사학재단의 건전성과 투명성 확보에 있다. 이에 따라 학원의 공공성에 걸맞은 사회적 지명도와 도덕성을 겸비한 유력인사의 이사회 참여를 통해 재단의 건전성을 담보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교수회 부회장 홍승기 교수는 “재단의 이사 선임과정과 활동내용들이 투명해져야 이사회를 둘러싼 온갖 의혹들로부터 자유로워 질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십 년 동안 지속돼온 종단과 재단 간의 갈등도 종식시켜야 한다. 조계종은 동국대의 실질적 주인이면서도 70년대 이후 하나뿐인 종립대학을 거의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임이사 영배 스님은 “지금이라도 총무원장이 재단운영에 참여해 학교에 대한 지원을 종단이 전폭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며, “총무원장과 이사회가 대학의 경영상황을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는 비정치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의 수장인 총장이 소신을 가지고 학교경영을 책임질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사회가 정관부터 보직교수들의 인사까지 모두 간섭하는 등 총장의 경영자율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현재의 구조로는 대학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동국대 구성원들과 1000만 불자들은 이사회가 학교발전을 위해 화합하는 모습과 먼저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보여줄 것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