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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의무를 마쳐야 국적을 포기할 수 있도록 한 국적법이 5월 4일 국회를 통과한 뒤, 법 개정안이 공포되기도 전에 ‘한국인임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출입국사무소 내 국적업무 출장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 간 27건이던 국적 포기 신청 건수가 불과 몇 일만에 160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히 ‘폭발적인’ 수치다. 신청 연령대와 성별을 들여다보면, 그 심각함은 더욱 점입가경이다. 대부분이 14~17세 남자들이다.
왜 이들은 6월 법 시행에 앞서 부리나케 ‘한국 국적 포기행렬’에 나서고 있을까? 사실 이들의 속사정은 뻔하다. 병역 회피에 있다. 새 국적법이 이중국적자의 경우, 병역의무를 이행해야만 국적 포기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누구에게나 국적을 선택할 권리는 있다. 어떤 나라의 사람으로 살지는 전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그 과정과 동기가 ‘타율적’이라면 문제가 있다. 영문도 모른 채 부모의 손에 이끌려 단 10여 분 만에 국적을 포기했다는 13살 아이를 생각한다면, 분명 곱씹어봐야 문제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부모의 선택이 자녀의 정체성을 뒤흔든다는 점이다. 앞으로 이들 대부분이 미국 등으로 이주하지 않는 한 국내에서 거주할 텐데, 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게 될 혼란은 어떻게 할지, 벌써 생각만 해도 정신이 아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