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된장은 된장 냄새가 나지 않는 것처럼 벽암 스님은 선 냄새나지 않는 선사였습니다.”
벽암당 동일대종사 문도 중 한탑 스님은 벽암 스님을 “엄격했지만 자유로웠고 냉정했지만 자상했다”고 회고했다.
신원사 벽수선원장 묘봉 스님의 생각도 비슷했다.
“스님 호 ‘벽수’처럼 원적에 들기 전까지 물 흐르듯 사셨습니다. 사람들이 찾아와 온갖 불평불만을 쏟아놓더라도 모든 것을 인연법으로 설명하시면서 마음에 두지 않으면 자유로워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특히 사람은 분수를 알아야 되고, 때를 알아야 될 뿐 아니라, 자기 그릇을 알아야 된다며 이 세 가지 덕목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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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른쪽부터 법전 한탑 묘봉스님과 강동균 거사.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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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 유명한 현각 스님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안거 때마다 선방을 지켰던 벽암 스님의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던 이야기를 꺼내자 묘봉 스님은 “어떤 특정한 것이 아닌 사람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도리를 강조하기 위해 그렇게 하셨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원사 회주 법전 스님은 “벽암 스님은 한 번 옳다고 생각하시면 굽히지 않으셨다”며 ‘엄격함’을 강조했다. 유발상좌인 강동균 교수(동아대)도 “수행을 무리하게 해 이가 없어지고 폐병까지 얻을 정도였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수행했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상좌들에게 주지 자리 한 번 추천한 적 없었을 뿐 아니라 동국대학교 이사장으로 계셨을 때도 동국대 다니는 상좌들에게 장학금 한 번 챙겨주시는 법 없으셨다”며 “이러한 점 때문에 일부 상좌들이 서운한 감정을 가지기도 했다”고 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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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벽암대종사 영결식에 쓸 만장을 쓰는 한탑스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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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봉 스님은 벽암 스님이 원적하기 전 “제발 내 죽음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마라. 그냥 기름 한 통 붓고 불태워버려라. 사리도 수습하지 마라”며 신신당부했다고 전했다.
자기 자신에게 엄격했기 때문에 그만큼 자유로울 수 있었던 ‘선 냄새나지 않는 선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