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9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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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등 스님 “수행자로서의 삶을 마감”
백창기 회장 “일행삼매 정신 받들 것”


벽암당(碧岩)당 동일(東日) 대종사(大宗師) 원적과 관련,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법등 스님과 중앙신도회 백창기 회장이 조사를 발표했다.

법등 스님은 조사를 통해 “오늘 큰스님께서 들려주시는 이 간절하고 진실한 법문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의 가슴에는 커다란 아쉬움과 슬픔만이 넘쳐흐르고 있다”며 “이는 큰스님께서 마지막 육신을 불살라 보여주신 생사거래(生死去來)의 본지풍광(本地風光)을 몰라서가 아니라 아직도 가르침을 받아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은 까닭”이라고 원적을 애도했다.

백창기 회장도 “저희 조계종 이천 만 신도들은 가고 멈추고 앉고 눕고 간에 항상 곧은 마음을 쓰는 일을 깨우쳐 주신 큰스님의 일행삼매(一行三昧) 정신을 받들어 굳게 수련 정진할 것을 서원하며, 일심으로 큰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조사 전문.


조 사

생자(生者)는 필멸(必滅)이요 회자(會者)는 정리(定離)라, 무릇
법등 스님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태어나면 반드시 소멸하고,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정한 이치입니다. 큰스님께서도 홀연히 사바(裟婆)의 인연을 마치시고 오늘부터 무생(無生)의 적광토(寂光土)로 돌아가시니 이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생멸의 법칙을 여실하게 보여주는 대적법문(大寂法門)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큰스님께서 들려주시는 이 간절하고 진실한 법문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의 가슴에는 커다란 아쉬움과 슬픔만이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이는 큰스님께서 마지막 육신을 불살라 보여주신 생사거래(生死去來)의 본지풍광(本地風光)을 몰라서가 아니라 아직도 가르침을 받아야 할 일이 더 많이 남은 까닭입니다.

벽암당 동일대종사님
큰스님께서는 일찍이 해방이 되던 1945년 근대의 고승 적음화상을 은사로 득도한 이래 이판에 머물 때는 불조대기(佛祖大機)를 투득(透得)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고, 사판에 몸을 던져서는 종단발전을 의해 헌신적인 삶을 사신 종단의 원로이셨습니다.
큰스님께서 종단을 위해 스님께서 해 오신 일은 실로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총무원 교무부장, 불국사 주지, 동국학원 이사장, 선학원 이사장, 중앙종회의장, 원로회의 부의장 등의 직함이 말해주듯 큰스님께서 평생을 부종수교(扶宗樹敎)하는 일에 헌신했으니 오늘의 종단은 큰스님의 단심(丹心)에 큰 은혜를 입었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저런 백 천 가지 일보다 더욱 후학들에게 감명을 주는 것은 만년(晩年)의 행적입니다. 스님께서는 어느 날 문득 일체의 시비를 도방(都放)하고 계룡산 신원사에 머물면서 오직 연좌수선(宴坐修禪)으로 자기를 관조하는 한편 벽안(碧眼)의 납자를 제접하며 수행자로서 삶을 마감하셨습니다. 흔히 연치(年齒)가 깊으면 광음세월(光陰歲月)을 미뤄놓고 편안하게 지내는 것을 복락(福樂)으로 생각하는데 스님은 도리어 그 반대의 길을 걸었습니다. 이는 오늘의 우리가 수행자로서 마지막을 어떻게 회향해야 할지를 무언(無言)으로 가르쳐준 고경(古鏡)과 같은 행장(行狀)이었습니다.

벽암당 동일대종사님
때는 바야흐로 신록이 우거지고 대지에는 생명의 기운이 넘쳐나는 만화방창(萬化方暢)의 호시절입니다. 이 좋은 계절에 스님의 웃음은 꽃이 되고 따뜻한 손길은 바람이 되어 청정법신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생들은 그것만으로 큰스님의 체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하오니 하루속히 원생(願生)으로 다시 오셔서 천지를 자비광명으로 밝혀주시기를 청하고자 합니다.
저희들의 말없는 말을 귀 없는 귀로 들으시거든 산천초목을 더욱 푸르게 하는 신통력으로 감응하소서.

삼가 분향하고 머리를 조아려 큰스님의 크신 법력에 귀의하나이다.

불기2549년 5월 10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의장 법등 분향


조 사

‘해와 달이 시냇물처럼 흐른다’고 크게 경책해 주시던 벽암당
백창기 회장
동일대종사님께서 시공의 열반에 드시니, 저희 신도들은 마음이 닫히고 육신을 바로 할 수가 없습니다.

저희들은 큰스님의 영전에 무상참회(無相懺悔)하며 향을 사르고 있습니다. “인연 따라 생긴 것은 바뀌고,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가르침을 받들고도 크게 슬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벽암당 동일대종사님!
이제 스님께서 열반에 드시니, 모든 중생들은 지혜의 눈을 잃고 바른 길 걷기 힘듭니다. 항시 자애롭게 저희들을 제접해 주시던 스님께서는 왜 자꾸 슬픈 비만 흩날리고 계십니까?

“저희들에게 기운 내어 정신 차려 절도 있게 살펴가며 살아가야 옳다”고 하신 큰스님의 사자후가 아직 메아리 치고 있는 것이 들리지 않습니까? 스님 어서 오십시요. 벽암 큰스님!

비록 수미산이 높고 넓다하여도 끝내는 다시없어지기는 마련입니다만, 저희 신도들은 미련하고 아직도 미혹하여 그 무상도(無常道)를 헤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하옵건대, 다시 한번 큰스님의 참 활구를 청하옵니다.

벽암당 동일대종사님!
저희 조계종 이천 만 신도들은 가고 멈추고 앉고 눕고 간에 항상 곧은 마음을 쓰는 일을 깨우쳐 주신 큰스님의 일행삼매(一行三昧) 정신을 받들어 굳게 수련 정진할 것을 서원하며, 일심으로 큰스님의 극락왕생을 발원합니다.

불기2549년 5월 10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회장 백창기 분향


남동우 기자 | dwnam@buddhapia.com
2005-05-10 오전 1: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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