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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의 100년 역사는 불교대학의 역사이자 한국불교학의 역사다. 한국불교학의 산실이라 일컬어졌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이 지금은 ‘옛 영화’에만 머물러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불교학 총본산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학문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있다는 안팎의 지적대로라면 얼마못가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은 지금보다 더 큰 위기로 내몰릴 수도 있다. 불교대학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교과에서부터 구성원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 불교대학의 위상
1900년대 초반 일제 강점 하에서 운영됐던 불교학과는 단순히 불교만을 위한 학과가 아니라 불교라는 중심사상을 축으로 해서 한국사상ㆍ문학ㆍ역사ㆍ문화를 가르치는 한국학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동국대는 불교학을 비롯한 국학 분야 최고의 대학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불교학은 동국대를 대표하는 학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학교와 재단에서는 불교대학발전위원회(위원장 영담)를 설치하고 불교대학 활성화를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섰다.
최근 불교대학의 성과 및 위상을 정리한 불교대학발전위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교수ㆍ강사는 1970~80년대에 비해 불교대학의 학계 위상이 높아졌다(40.3%)고 보는 반면 대학원생은 낮아졌다(58.6%)고 보고 있어 극명한 차이를 드러냈다. 불교대학의 사회적 불교적 위상저하 요인을 졸업생들은 동국대의 전반적인 위상저하(30.3%), 교수진의 수준저하, 종단의 지원부족(각 18.5%) 등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또 교수ㆍ강사 상당수(36.2%)가 동국대의 교수 임용과정이 폐쇄적이라고 답해 그동안 불거져 왔던 임용 파행문제를 구성원들조차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반증했다. 교수ㆍ강사,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불교대학의 발전저해 요인을 묻는 질문에는 불교대학 교수진의 관심부족(35.2%), 교수간의 반목 분위기(33.3%), 학생에 대한 교수들의 무관심(11.1%) 등의 답변이 나와 교수들의 의식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교과과정
올해 3월 초 불교대학발전위에서 발표한 <동국대 불교(문화)대학 및 주요 종립대학교 교과과정 자료집>에 따르면, 전공과목 가운데 사회 연계과목을 조사한 결과 불교사회경제론, 종무행정 등 7개 과목이 개설되어 있는데 반해 이화여대는 기독교 교육학, 예언자 연구 등 17개가, 감리교신학대학교는 24개 과목이 개설되어 있어 과목수에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기독교계에 비해 사회연계성이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회 연계 과목들은 인력 양성과 졸업자 취업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다.
포교과목을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동국대 서울캠퍼스에 전법교화론, 경주캠퍼스에 포교학과 불교상담심리학이 개설되어 있는데 반해 연세대학교는 11개, 감리교신학대학교는 13개 과목이 개설되어 있다.
출ㆍ재가자를 함께 교육하는 불교대학 교과목의 비효율성도 문제다. 공통교육 이외에 출가자의 경우 수행 실수, 율장의 학습 등 수행자 교육이, 재가자의 경우 불교 체험 강좌와 대중성 있는 불교교양과목 개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단과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종책 종무 관련 교육, 불교문화산업 연계 교육 등 실용 교육 프로그램 도입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교계가 할 일과 과제를 분석해 현 시대에 맞게 맞춤식 교육을 할 수 있는 교과과정의 유연성도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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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쇄성과 교수 역량
불교대학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보다는 자족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다. 동국대 출신 중심의 학회 구성과 타 대학 출신 교수가 임용되기 힘든 분위기 등은 불교대학 조직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교과 강의의 효율성도 문제다. 출가자 학생들은 강원에서 배우는 것보다 못한 한문경전 등 교과목의 전문성이 부족함을 지적한다. 반면 재가자 학생들은 기본적인 한자 교육 없이 바로 어려운 경전 한자를 접하게 돼 교과를 따라가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불교대학의 전공과목이 사회적인 현상을 불교로 풀어낼 수 있는 능력 배양 교육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불교학의 질적 향상을 가로 막는 요인이다. 불교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들이 ‘불교학을 위한 불교’로 전락되면서 현실과는 괴리된 학문을 위한 학문이 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교응용학문 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 접목시킬 불교적 사회연계과목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있다.
교수들이 전공 연구보다 외부 강의나 외고 작성에 주력한다는 지적도 교수들의 자질 시비와 실력저하를 불러오는 이유의 하나다. 연세대학교 신학과 교수들의 경우 2003~2005년에 발표한 논문이 평균 12편이었는데 반해 같은 기간 불교대학 교수들이 발표한 논문은 평균 5편으로 차이를 보였다. 단순히 실력의 문제만이 아니라 학교와 재단에서 재정적인 뒷받침과 연구할 수 있는 여건조성을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동국대 교수회는 4월 6일 발표한 성명에서 "교육ㆍ재정여건과 개선도가 최하위인 상황에서 교수연구업적 개선을 바랄 수 없다"며 "재정확충에 따르는 교육 및 연구기반 시설 확대"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뿐이 아니다. 교수들의 실제 전공과 강의과목의 불일치는 심각한 문제이다. 실제 전공 내지 주력 연구분야에 따라 전공이 세분화되고 과목이 더 확충돼야 한다. 전공이 세분화되면 교원수를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 재정 지원은 필수다. 또 교수들의 연수풍토를 진작하기 위해 동국대와 본사급 사찰이 손잡고 부설연구소를 운영하는등 ‘사학(寺學)협동’을 구현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 졸업생의 진로 보장되나
불교대학 졸업생들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취업지원팀이 제공한 2001~2004년 자료를 살펴보면 불교학 전공은 58%, 인도철학 전공은 39%, 선학 전공은 91%의 졸업생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 불교대학 전체 4년간 취업률은 68%로 대학 평균인 60%에 비하면 높게 나왔다. 그러나 스님들이 다수 포함된 선학 전공에 비해 재가자가 많은 불교학ㆍ인도철학 전공 졸업자들은 대학 평균 취업률 60%에 못 미치고 있어 재가자 취업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불교대학에서 제시하고 있는 졸업 후 취업진로는 한정적이다. 출가를 비롯해 군법사 교법사 등 포교사, 종무직 사원, 대학원 진학, 불교단체 운영, 불교계 언론 및 사회사업 등을 제시하고 있다.
취업지원팀 한문우 팀장은 “최근에는 종무원을 공개 채용하겠다는 공문이 오는 등 불교계 취업 추천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혀 긍정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졸업생을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취업지도 및 진로 교육을 체계적으로 보강해야 한다. 종단 차원에서 불교대학 졸업생들을 활용할 마스터플랜이 세워져 있지 않은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무리 학교에서 전액 장학금을 준다 해도 졸업하고 갈 곳이 없다면 지원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종단 재단 학교가 모두 연계해 졸업생 관리에 나서야 한다. 졸업생에게 포교사 법사 불교요가 및 다도 지도자 예비승려 등의 자격제도를 시행해, 종단과 불교계에서 흡수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불교학회 회장 이평래 교수(충남대)는 “종단은 구인난이 될 정도로 일을 벌려 불교대학 출신자들의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데 생명을 걸어야 한다”고 밝혀 졸업 후 취업진로 확보가 중요함을 지적했다.
불교생태학 특성화전략
2년의 집중육성 불구 '구심점 부재'
요즘 대학가 화두는 ‘특성화’다. 대학이 구조조정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특성화만이 대학과 학과가 살 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다. 동국대가 2003년부터 본격 추진한 불교생태학 특성화 전략도 이 같은 대학환경 변화가 반영된 것이다. 과연 불교생태학 특성화 사업은 동국대를 살리고, 불교대학을 살려내는 원군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회의적’이라는 평가다. 불교생태학이라는 주제가 적절하지 않다거나 동국대 불교대학과의 관련성이 미약해서가 아니다. 불교생태학은 환경문제로 인한 위기감이 고조된 오늘날 시의적절할 뿐 아니라, 대안사상으로 주목받아 왔던 불교를 실천적으로 현대화하려는 시도로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회의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까닭은, 불교생태학이 지난 2년간 특성화 사업으로 집중 육성됐음에도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대의 불교생태학 특성화사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다. 불교생태학은 특정 학과 단독으로 연구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 불교학을 비롯해 인문사회과학 및 자연과학의 다양한 전공분야가 머리를 맞대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제적인 과정은 구심점 없이는 안정적인 연구가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동국대에는 불교생태학을 전담하는 구심점이 없다. 하다못해 행정만이라도 챙기는 주무부서도 없다.
현재 동국대 내에서 불교생태학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곳은 동국대 BK21불교문화사상사교육연구단(단장 조용길), 불교문화연구원(원장 박경준), 에코포럼(대표 고건·권태준·홍기삼)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 세 곳을 묶어주거나 업무를 조율하는 주체가 없어 효율성이 떨어짐은 물론, 성과와 노하우가 축적되기 어렵다. 동국대 한 관계자는 “불교생태학이 부상하면서 관련 논문이 활발하게 나오는 등 분위기는 무르익어가고 있는데, 이를 이끌어갈 중심이 없어 흐지부지돼버릴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특성화를 위한 집중육성을 표방해왔음에도 주무부서조차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쯤이면 육성 의지를 의심받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불교생태학 연구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센터(혹은 핵심 주무부서) 설립이 학교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아직 설립 여부는 불투명하다.
불교생태학에 대한 회의적 전망의 또 다른 이유는 불교생태학 특성화 전략의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다. 송석구 전 총장이 외치던 ‘의학동국’ ‘과학동국’이 홍기삼 총장이 취임하면서 폐기돼버린 예를 봤기 때문이다. 홍기삼 총장이 불교생태학에 나름대로 공들이고 있지만, 다음 총장이 들어서면 폐기돼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성화 사업 관련 한 전문가는 “아무리 좋은 특성화 기획이라도 학교와 재단의 장기적인 육성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 대학특성화란?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비교우위에 있는 학과나 특정 분야를 집중 육성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대학의 정원감축과 교원확보 등을 특성화 지원과 연계함으로써 대학교육의 질적 개선 및 구조조정을 도모하고 있다. 2004년 수도권 소재 73개 국·공·사립대학 가운데 특성화 계획과 실적이 우수한 27개 대에 총 6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 600억원, 2006년 800억원, 2007년 1천억원, 2008년 2천억원으로 지원 규모를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지원 내역을 살펴보면, 서울대 41억원을 비롯해 한양대 39억원, 중앙대 36억원, 숙명여대가 16억원 등 27개나 되는 대학이 선정됐다. 하지만 동국대는 27개나 되는 대학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교원확보율이 50%에 미치지 못해 신청자격조차 갖지 못했다.
"위기가 아니라 최고의 전성기"
■ 불교대학장 조용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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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외형적 성장과는 달리 외부의 불교대학의 평가는 늘 혹독한데 대해서는 “불교대학 100년의 사상적 역사적 문화적 자긍심을 갖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건전한 비판보다는 일부 정치적 의도를 가진 이들의 의도적 흠집 내기도 동국대 불교대학의 위기를 부채질 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불교대학 일부 교수들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시각과 관련해 “교수들이 힘과 권한이 있을 때 이것을 누리려고만 하기보다 불교대학의 발전 동력으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있었어야 하는데 이런 면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일부 교수들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또 “불교대학의 환골탈태를 요구하며 올해 시작된 ‘불교대학발전위’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교수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구성원 모두가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아직도 일부 교수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하는 조 교수는 “특히 선학과 일부 스님교수들을 비롯해 전공과 강의가 일치하지 않는 교수들의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외부의 부정적 평가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불교대학 구성원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불교대학 100주년을 발전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만들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종단의 지원없이 불교학 미래 없어"
■ 한국불교학회장 이평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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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4월 8일 불교대학발전위원회의 공청회에서도 파격적인 발언으로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단적으로 불교대학도 사관학교나 경찰대학 같은 목적대학처럼 ‘주문식교육’ 시스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단은 자신들이 설립한 교육기관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고, 그러한 인재들로 종단발전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불교학을 전공한 이들에게, 그들이 배운 것을 종단에 되돌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불교대학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학교 안에 있는 분들은 외부의 평가를 무조건 배격할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지적에 대해서는 귀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며 불교대학의 폐쇄성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학교가 교수와 연구원들이 열심히 강의하고 연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는데도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불교대학을 살리는 일은 불교를 살리는 일이며, 부처님의 정신을 실천할 도재를 길러내는 일”이라며 “불교대학에 종단이 보다 큰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