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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강대 종교학과에서 한국불교를 가르치는 프랑스인 예수회 서명원 신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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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인 5월 8일, 우리시대 가정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한 구국구세(救國救世)법회의 두 번째 순서가 안성 도피안사(주지 송암)에서 봉행됐다. 전국에서 온 사부대중 200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열린 이날 법회에 초청된 법사는 프랑스인 가톨릭 신부이면서 한국불교와 성철 스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서명원(본명 베르나르 서네칼, 52) 신부.
‘로만 칼라 위에 승복은 입은’ 신부로도 유명한 서명원 신부는 이날 ‘서양인은 한국 가정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를 주제로 우리 시대의 주요 과제인 ‘가정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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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버이 날인 5월 8일 열린 안성도피안사의 구국구세법회에는 200여 사부대중이 동참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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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신부는 먼저 오랜 서양사회 생활을 통해 경험한 서양가정과 한국가정을 비교하고 ,그 차이점을 제시했다. “인간 모두가 생로병사를 겪듯, 동서양 가족문제는 비슷한 면이 있죠. 서양가정은 2차대전 이후 급격하게 소가족화가 진행됐고 이제 한국의 상황도 많이 비슷해졌죠. 서양인이 봤을 때 한국의 특이한 점은 중매결혼 제도 같은 게 있는 거죠.”
그에 따르면, 동서양 가족제도는 대체적으로 일치하지만 중매결혼, 고부갈등, 엄청난 교육열 등은 한국 가족제도의 특징이다. “프랑스인 봤을 때 한국의 남아선호, 남존여비, 맏며느리 장남의 시부모 봉양 등은 낯선 풍경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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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명원 신부는 "이혼은 할 수 있지만 최후의 수단이 되야 한다"며 "최대한 화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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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원 신부는 이어 우리시대 가정의 문제를 이혼율 증가를 통해 살펴보았다. “프랑스의 이혼율은 50%를 상회합니다. 누구나 쉽게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하죠. 그렇다고 이혼이 쉬운 건 아니에요. 자식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등 경제적 정신적 부담이 만만치 않아요. 이혼가정의 아이들에서 흔히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적지 않고요. 그건 한국의 상황도 마찬가지죠. 이혼은 할 수 있지만 그건 정말 최후의 수단이어야 해요. 그전에 화해의 길을 먼저 찾아 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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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의시간에 질문을 하는 참가자들. 가정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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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원 신부는 한국 가정의 특징 중 하나가 여성들의 희생정신이 강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내가 희생해야 가족이 산다고 생각하고 희생 속에서 존재이유를 발견하는 여자들이 많죠. 가정에서는 아내와 어머니 역할을 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그들의 희생을 보상해주어야 해요.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도 결국 여성으로서의 삶이 너무 힘들기 때문이겠죠.”
서 신부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교육문제로 넘어갔다. 서 신부가 봤을 때 한국의 교육문제는 사회성을 갖춘 인간을 교육시키지 못하는 것이었다. “얼마 전 서강대 입시비리에 연루된 교수를 보면 참 안타까워요.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나와 내 자식에만 눈멀어 그 일을 한 거죠. 입시열풍에 눌려 인성교육을 제대로 못 하고 자기 자신만을 아는 사람을 키운다면 결국 똑같은 일을 반복할 뿐이에요.” 서 신부는 한국의 부모들에게 자녀를 희생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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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가자들은 서 신부의 강연을 꼼꼼히 메모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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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암 스님은 이날 법회에 앞서 “이 시대는 학식이나 물질보다 인간됨의 기본을 갖출 때 더 멀리 보고 나아갈 수 있다”며 “우리사회의 기본인 가정을 강화시켜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법회는 결혼제도, 이혼문제, 자녀문제, 입양, 고부갈등 등 한국 가정의 문제를 서양인의 눈으로 바라보며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시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