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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에는 불사발원자·동참자·불모의 역할이 모두 중요하다. 불사가 이뤄지기 위해서 가장 앞서야 할 것은 불사의 발원이다. 불사의 발원 없이 어떤 불사도 시작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사를 발원하는 자는 큰 신심을 일으켜야 한다. <대지도론>에 따르면 신심이 크면 의심과 후회함이 없다. 불사 발원자는 부처님의 수행정신을 믿고 실천하는 의미에서 불사를 추진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원력을 본원으로 삼아야 한다. 신심을 다해 정성껏 진행하는 불사와 건성으로 하는 불사의 성취도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불사를 주관하는 설판제자도 중요하지만 불사에 동참하는 환경의 연기는 더욱 소중하다. 더불어하는 신심이 일치되지 않으면 불사를 원만하게 성취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신심을 일으켜 동수정업(同修淨業)의 인연으로 선근을 길러 깨달음의 길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불상·불화·불경 등의 성보는 불보살을 상징하는 신앙의 대상으로, 성보는 단순한 예술품이 아니다. 성불을 목적으로 신앙하고, 실천 수행해 최종목적인 깨달음을 성취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성보를 조성하는 불모에게는 출가 수행자적 생활과 계율을 엄수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불모의 원력은 부처님의 설법을 조각이나 그림으로 담아내 보고 느끼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심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불사로서 불법을 드러내는 것은 여러 기법으로 중생의 근기에 따라 느끼고 교화될 수 있는 방편으로 부처님 설법의 현장을 현현시키는 일이므로 부처님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신앙심은 더욱 강조돼야 한다.
불사는 영리나 명예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일체 상을 떠나 무욕의 마음으로 추진돼야 한다. 불사 주관자와 동참자는 불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불사의 원만 성취를 위해 불모를 도와야 한다. 그리고 불모는 투철한 신앙심으로 수행자의 마음으로 불사에 임해야 한다.
[논평] 김방룡 박사(조계종 불학연구소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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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를 발원하고 동참하는 자의 원력과 신심을 담아내는 것은 불모의 역할이다. 여기에 더하여 또 하나 강조해야 할 것은 신앙적인 의미를 법답게 담아내는 것 또한 불모에게 주어진 과제라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교학적 고증과 전통기법 전수를 전제로 새롭게 창조된 성물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욱 근본적으로는 불자들이 자신의 신행과 신앙의 의미를 바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바른 신행이 이뤄지고, 그에 맞춰 적절한 불사가 이뤄질 수 있다. 신행과 불사는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전통사찰의 대형불사는 불자들의 보시뿐 아니라 국고 지원에 의해서도 이뤄진다. 그렇다보니 문화재적 가치가 우선하고 신앙적 의미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불교의 신앙적인 의미가 살아나지 않는 한 진정한 문화재적 가치는 퇴색하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