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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늦은 오후 양양 낙산사.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지 꼭 한 달이 지난 낙산사는 하루 종일 내린 봄비 말고는 찾는 이가 거의 없었다. 이따금씩 도량을 오가는 스님과 종무원들이 눈에 띌 뿐이다. 부처님오신날을 불과 열흘 앞둔 사찰치고는 적막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경내 곳곳에 연등이 설치돼 있기는 했지만 예년에 볼 수 있던 연꽃등은 찾아볼 수 없다. 겨우내 만들어 원통보전 옆 무설전에 보관해 놓았던 연꽃등이 모두 타버렸기 때문이다. 현재 설치돼 있는 비닐로 된 주름등이 낙산사의 아픔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성금을 들고 찾아오던 이들의 발길도 열흘 전쯤부터는 거의 끊겼다. 4~5월은 관광철이라서 예년 같으면 하루 종일 관람객들과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을 정도였지만 지금은 그때의 1/3도 안된다.
특히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낙산사를 찾는 이들이 단 등은 큰 폭으로 줄었다. 5000여개의 등이 일주문에서부터 홍례문을 지나 경내 안까지 설치돼 있지만 등표가 달린 등은 1/5도 채 되지 않았다. 관광객이 줄면서 등을 다는 사람들도 덩달아 줄어든 것이다. 검게 그을린 채 죽어있는 키 큰 소나무들은 황량함을 더해주고 있다.
발굴을 위해 불에 탄 기와더미를 그대로 쌓아놓은 원통보전(보물 1362호)에는 여기저기 그을린 7층석탑(보물 499호) 위로 100여개의 주름등이 걸려 있었지만 이 역시 애처로움만 더할 뿐이다. 불에 타 녹아버린 범종이 있던 종각 오른쪽 옆에 걸린 빨강 노랑 파랑 연두 분홍색의 주름등은 텅 빈 공간 위에 매달려 있어서인지 어색한 느낌마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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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무소 역시 봉축을 앞둔 분위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차분하다. 종무소래야 의상교육관에 임시로 마련된 것이어서 휑한 느낌을 준다. 종무소에서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봉축법요식 초대장 외에 봉축준비물은 눈에 띄지 않았고, 문화지킴이연합회에서 성금을 모아 보내온 작은 돼지저금통 150여개가 시선을 끈다.
봉축 분위기는 예년에 비해 분명 쓸쓸하지만 스님과 신도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매일같이 2~30여명의 신도들이 도량을 정비하고 등과 등표를 다는 작업을 하는 등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예년 같으면 사람을 사서 했던 일이지만 지금은 신도들이 하고 있다. 신도들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데다, 모내기철이라서 하루 일손이 귀한 때지만 자발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봉축준비도 예전 같지는 않지만 소홀함 없이 준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양군내 낙산사 포교당에서 신도들이 장엄물을 만들고 있고, 15일로 예정된 양양군 사암연합회 제등행렬에도 1200여명의 신도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스스로도 어려운 처지지만 제등행렬 당일에는 산불 이재민을 위한 성금모금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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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면 아직은 (봉축)분위기가 안 느껴지죠. 게다가 사찰 경관도 그렇고 아무래도 불안정하다보니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완전히 복구가 되기까지 낙산사는 매일매일을 부처님오신날로 생각하고 정진할 것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대로 모든 것이 정부에서 지원되지 않는다고 설명한 주지 정념 스님은 낙산사 사중과 함께 많은 불자들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낙산사에 등을 달며 낙산사에 희망과 용기를 달아주길 기다리고 있다.
관련 링크 : 부다피아 낙산사 홈페이지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