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낙동 정맥이 경상북도를 세로로 가르는 동쪽의 바닷가 고장 영덕과 울진, 산이 많은 고장 청송과 영양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며 나름의 독특한 풍광과 문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아름답고 풍요로운 경관과는 달리 팍팍한 삶의 힘겨움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어느 지역보다도 이농현상과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지역사회 기반자체가 위태롭기까지 하다.
불교활동 역시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첩첩 산골짜기가 끊어질 듯 이어지듯 부처님의 가르침도 힘겹게 전해지고 있다.
# 영덕
대게로 유명한 영덕은 바다를 끼고 남북으로 길게 뻗은 고장이다. 농ㆍ어업에 종사하는 영덕주민의 삶은 청송, 영양에 비해서는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역시 살아가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영덕불교는 신라 때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되었다는 유금사와 고려 말 나옹선사에 의해 창건된 장육사가 가녀린 맥을 잇고 있고, 영덕읍의 법륜사와 포교당 덕흥사 등 5개 사찰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연합으로 준비하면서 지역포교 일선에 나서고 있다.
조선시대 행정 중심지였던 영해에는 포교당인 관음사가 있으며, 약사암 주지 현담 스님이 지역주민을 위한 요가 강습을 비롯해 청송교도소 재소자를 위한 요가강습과 참선법회를 지도하는 등 많은 활동을 담당하고 있고, 옥천사가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암연합회는 결성돼 있지 않다. 또, 영덕군을 대표할만한 신행단체도 없다. 장육사 종수 스님이 경찰불자회의 결성을 도왔으나 갑자기 조계종 호법부장 소임을 맡는 바람에 결실을 맺지 못했다.
법륜사 법성 스님은 “영덕불교 발전을 위해 사암연합회가 형성되고, 학생회가 부활하고, 불교문화생활공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또, 약사암 현담 스님은 “사암연합회가 결성된다면 발로 뛰는 중간 심부름은 얼마든지 열심히 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영덕은 경북의 여타 지역보다 비교적 불교세가 약하다는 평을 듣지만 충분히 발전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 울진
산림이 울창하고 여러 진귀한 물산이 많다고 이름 붙여진 울진은 신라 때 창건된 고찰 불영사를 중심으로 30리를 이은 불영계곡이 유명하다.
해수욕, 온천욕, 산림욕이 가능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울진은 독일·미국·일본에 이어 네 번째 개최되는 국제행사로 7월 22일부터 열리는 ‘2005 울진세계친환경농업엑스포’를 앞두고 군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천태종 사찰들로 구성된 ‘천태울진사암연합회’는 엑스포의 성공을 기원하는 봉축법요식과 예술제를 5월 11일 개최할 예정이다.
천태울진사암연합회는 울진 불교사암연합회가 없는 가운데 울진불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울진읍 봉화사를 비롯해 죽청사, 부국사, 백운사, 후포 포교당, 기성 포교당, 왕피사 등 7개 천태종 사찰은 독특한 울진불교의 특징을 이루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천태종의 종정 스님을 비롯해 총무원장, 종회의장 스님들이 모두 울진 출신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울진의 7개 천태종 사찰들은 지난해부터 천태울진사암연합회를 형성해 울진 청소년 수련관에서 봉축법요식을 함께 봉행하고 있다.
이번 천태연합 봉축법요식에는 천축산 불영사를 비롯해 지역의 타 사찰들을 직접 방문해 동참을 권유할 예정이다.
신라 진덕 여왕 5년(651)에 의상 스님이 창건한 천축산 불영사는 울진불교의 중심사찰중 하나다. 부처 형상을 한 바위 그림자가 항상 못에 비쳤다는 불영사는 비구니 수행도량인 천축선원으로 유명하다. 사철 끊이지 않고 들어가는 안거에 불영사 주지 일운 스님은 빠지지 않고 동참하며 수행도량의 면모를 지키고 있다.
또 울진지역 대부분의 신행단체를 아우르며 봉축법요식을 대표하고 연말 제야의 타종식을 거행하는 등 불교행사 대부분을 주도하고 있다.
울진에는 100여개의 사찰이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군소종단 사찰이며, 무속신앙이 성행하고 있다.
울진의 대표적 신행단체들은 대체로 불영사를 중심으로 신행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울진군청 공무원불자회인 정불회(회장 임영수)와 울진 원자력 발전소의 불자회인 문수회의 활동이 활발하다.
그 외 개인택시운전불자연합회와 여성불자들의 수행 모임인 경전반 등이 있다. 또 지난해에는 지역 교사불자들 20여명이 모여 교사불자회(회장 이동선)를 결성해 신행활동을 펴고 있다. 교사불자회는 불교학생회와 파라미타 결성을 발원하고 있다.
| ||||
# 영양
육지의 섬이라 일컫는 영양은 영덕에서도 내륙으로 한 시간 가량 달려야 닿는 내륙 오지의 고장이다. 첩첩 산골짜기를 끼고 내려온 주민들의 삶은 극심한 이농현상과 고령화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인들을 중심으로 2만명 남짓한 주민이 남아있는 영양불교는 그래서 더욱 힘겨운 모습이다.
영양에는 전통사찰이 하나도 없다. 또, 조계종 공찰이라야 일월산에 있는 천화사(주지 용담)가 전부다. 그러나 불자들의 발길이 쉬 닿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영양의 북쪽에 우뚝 솟은 일월산은 산신신앙 3대 성지 중 하나로, 산을 둘러 무속인들이 빼곡히 자리를 틀고 있다.
그나마 영양에는 봉감 모전오층석탑을 비롯해 현2동 모전오층석탑, 현1동 십이지삼층석탑 등 불교유적들이 곳곳에 남아있어 불교의 맥을 잇고 있고, 한국전쟁 이후 생겨난 군소 종단 4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천태종 월삼사, 법화종 무량사, 태고종 용화사 등이 영양읍에서 지역불교를 힘겹게 이끌고 있다. 21년 전에 창건된 천태종 월삼사는 지역 최고의 신도수를 자랑하며 지역포교의 선두에 서 있고, 무량사는 매년 노인회관 어른들을 모시고 무료방생법회를 다녀오는 것으로 유명하다.
용화사는 15년 전 13개 사찰과 함께 영양군 불교연합회를 조직하고 영양불교를 주도했던 대표사찰중 하나다. 한때는 불교학생회까지 조직해 청소년포교에까지 힘을 기울였으나 6년 전부터 일체의 대외활동을 중단했다.
그 외 영양에는 3년 전부터 한국불교금강선원 통신대학이 개설되어 불교교리 강좌를 실시하고 있으나 20여명 남짓 되는 불자들이 공부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불교 활동의 불모지에 1999년 영성사 주지 지거 스님이 영양에 들어와 현2동 모전석탑 앞에 스러져가는 영성사를 인수하여 조계종에 등록하고 도량정비에 나섰다. 또, 영양 곳곳에 남아있는 불교 문화재의 가치를 부각시키고 재인식시키는 작업을 펼쳐 영양 곳곳에 방치됐던 불교문화재를 새롭게 부각시키는데 일조했다. 스님은 또 2002년 영양불교대학을 개설해 정법 포교에도 몰두했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대다수가 노인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 청송
소나무 울창한 청송 역시 경북 중동부 내륙에 위치해 청정 공기와 맑은 물을 자랑한다. 그러나 82% 이상이 산지를 이루는 산중 오지로 영양 못지않게 이농현상과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이다.
1993년 4만이 넘는 청송인구가 현재는 2만 7천명 남짓 된다. 신생아 출산율도 감소하여 지역 학교들이 속속 문을 닫는 실정.
읍에 위치한 청송포교당조차도 포교에 어려움을 겪을 만큼 청송불교 척박한 환경 속에 놓여있다. 그나마 주왕산 국립공원 내의 대전사가 지역불교를 대표하고 있지만 활동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대전사도 초하루, 보름 법회에 차량을 운행하고 불교교양대학을 열었으나 운영이 쉽지 않았다. 대전사 주지 법일 스님은 이제 주말 주왕산을 찾는 불자들을 위한 수행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스님은 5월부터 산내 암자인 백련암을 재가불자를 위한 주말선방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또 대전사를 수행도량으로 쇄신하기위한 준비작업도 하고 있다. 대전사의 산내 암자를 복원할 계획을 추진 중인 법일 스님은 동국대에 의뢰해 대전사 기본 정비 계획을 수립한 상태다. 대전사는 문화재청의 심의가 끝나는 대로 수행도량으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그 밖에 대전사는 청송교도소를 전담하는 법사를 두어 재소자 교화에 앞장서고 있다.
■ 지역불교 이끄는 주역들
‘미래의 인재’ 배출 노력
● 법성 스님 (영덕 법륜사 주지)
| ||||
이제 아늑하고 정갈한 도심 속 도량의 모습을 갖춘 법륜사는 입간판 하나 없지만 지역불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겨울 여름 1달간의 교리강좌를 개설하고, 2003년까지 27회의 영덕불교학생회를 이끄는 등 지역포교에 매진하고 있다.
미래 인재 배출을 위해 불교학생법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스님은 2년 전 지역의 젊은 스님에게 학생회를 맡겼다가 와해된 것이 못내 안타깝다. 스님은 조만간 요사 2층에 지역불자들을 위한 시민선방 및 문화생활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연합회 통해 ‘화합’ 전통세워
● 진성 스님 (영양 용화사 주지·영양군불교연합회장)
| ||||
그러나 6년 전 지병이 생기면서 지금은 대외활동을 중단했다. 최근에 건강이 많이 회복되면서 스님은 다시 지역불교현장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스님은 명맥만 남아있는 영양군 불교연합회를 되살려 예전처럼 지역 사찰들이 동참하는 연합 봉축법요식을 봉행할 예정이다. 또 내년에는 요사채 불사도 새롭게 진행하고 소년소녀 가장 돕기에도 나설 계획이다.
주변 ‘와요지’복원 계획
● 종수 스님 (영덕 장육사 주지)
| ||||
비록 영덕에서도 한참을 내륙으로 달려야 닿는 오지의 사찰이지만 법회 때마다 봉고차를 운행하며 포교에도 열심이다. 꼬박 2시간이 넘도록 산골 구석구석을 다니며 불자들을 실어 나르는 스님은 법회 때만이라도 정기적으로 지역 버스가 장육사까지 운행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장육사 주위에 있는 와요지를 복원하여 청소년 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창수면민대회 복사꽃 축제 등에 참석해 지역민과의 화합도 잘 이뤄 온 스님은 총무원 호법부장 소임을 맡아 지역불교를 위해 많은 활동을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불교유적 보존·홍보 앞장
● 지거 스님 (영양 영성사 주지)
| ||||
스님이 영양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곳곳에 방치된 불교유적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역민들과 관을 꾸준히 설득했고, 영양 곳곳에 남아있는 문화재를 새롭게 보존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 문화재 주변의 밭은 정리되고 잔디가 깔렸다.
또 영양군 입안면 어느 농가 마을에 깊이 숨겨져 있던 봉감모전오층석탑(국보 187호)은 주변 정비와 함께 그 가치를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도로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볼링선수'이력 포교에 접목
● 무원 스님(영해 관음사 주지)
| ||||
볼링공이 굴러가는 것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한다는 스님은 관음사에 부임한 후 어린이 법회 등을 개설하며 지역포교에 나섰다.
그러나 어린이법회의 운영이 쉽지 않아 지속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첫째는 교사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고, 둘째는 재정적인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청송교도소서 참선법회
● 현담 스님 (영덕 약사암 주지)
| ||||
스님은 청송교도소에서 재소자를 상대로 요가, 참선법회를 열고, 지역 경승모임의 간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 영덕경찰서 유치장에 불서 보내기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지역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무료 요가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포교에 남다른 관심
● 자운 스님 (울진 봉화사 주지)
| ||||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지역 7개의 천태종단 사찰들과 연합체를 형성 천태울진사암연합회를 결성하는데 앞장섰다. 지역의 모든 사찰이 동참하는 봉축법요식 개최를 발원하는 스님은 우선 지역의 천태종단 사찰들부터 연합체를 형성해 봉축법요식과 연등축제를 개최하면서 지역불교를 하나로 결집하는데 힘을 모을 생각이다.
또 스님은 지역의 포교수행도량으로 백년을 이어나갈 2차 불사를 생각하고 있다. 1984년 낙성이후 그대로 사용해온 33평의 기도실이 이제는 너무도 협소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