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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구국구세대법회 첫날 강연에 참석한 200여 대중으로 도피안사 법당안은 발디딜 틈이 없다. 광덕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구국구세운동을 펼치고 있는 도피안사의 이번 법회는 가정을 주제로 삼았다.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가정의 가치를 발견하고 제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답을 찾는 일이야말로 구국구세임을 일깨우기 위한 자리다.
총8회에 걸쳐 진행되는 구국대법회의 첫 연사로 중앙승가대 교수를 맡고 있는 미산 스님이 나섰다. 연기와 중도사상에 비추어 ‘나’의 존재를 일깨우고, 수행터전으로서의 가족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강의를 진행한 미산 스님은 초기경전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 화두1 최선 다하는 것이 중도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
이 구절이 연기의 기본공식이라고 단언한 미산 스님은 연기법을 설명하기 위해 법회현장에 그대로 대입시켰다.
“오늘 여기에 왜 왔습니까? 구국구세대법회가 열린다고 해서 왔죠? 여러분이 여기에 모인 인(因)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구국구세대법회가 어떻게 열리게 됐습니까? 주지 송암 스님이 법회를 기획해서 강사를 섭외하고 날자와 장소를 정해서 마련했습니다. 이것이 연(緣), 즉 조건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구국구세대법회 첫 강연이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과(果)죠? 이처럼 인, 연, 과가 구족했을 때 어떤 사건이나 현상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연기법에 의해서 살아가고 있는데, 미처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삶 속에 연기 아닌 것이 없습니다.”
중도에 대한 해설은 의외로 간단했다. 강의를 하는 사람은 최선을 다해서 강의를 하고 강연을 듣는 사람들은 잘 듣고 증득하는 것이 중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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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시간과 공간의 관계속에서 가장 적절한 역할이 중도입니다. 연기에 의해 마련된 이 시간, 이 자리에서 저는 강의를 잘 하고, 여러분은 강의를 잘 듣는 것이 연기, 중도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강의를 듣던 대중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연기와 중도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미산 스님의 특유의 부드러움을 가미한 강연에는 막힘이 없다.
“나라고 하는 존재는 무엇일까요. 여기 앉아있는 여러분은 시간에 의해서 형성된 존재입니다. 시간에 의해서 여기에 있게 되는 존재예요. 부처님이 얻은 깨달음도 ‘나는 연기적 존재이다’라는 것입니다. 바꾸어서 얘기하면 ‘나는 오온(五蘊, 색·수·상·행·식)으로 연기한 존재이다’ 입니다. 오온은 다섯 가지 쌓임이라는 뜻인데,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의 연기적 화합입니다. 이 다섯 가지의 연기로 있는 존재를 ‘나다’ ‘인간이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 화두 2 연기 아닌 것이 없다
미산 스님의 자세한 설명에 힘입어 강연의 열기가 뜨거워졌다. 그러나 두 번째 던져진 화두는 ‘연기법을 실천하라’. 연기법을 교리로 이해하려고 하다보면 추상화된 개념으로 느껴져 실생활과 멀어진다는 미산 스님은 이 화두를 푸는 실마리로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덕목을 일러주었다.
“연기법을 실천하라는 말은 웃어른을 공경하고 많은 사람에게 감사의 생활을 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연기적 존재라고 했는데, 시간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내가 지금 존재하는 것은 부모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위에 조부모님이 있고, 증조부모님, 고조부모님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30대까지 올라가면 20억명입니다. 30대를 거쳐오는동안 내가 여기에 존재하기 위해서 20억명이 인과 연을 제공한 것입니다. 그 20억명의 조상 중에 지혜와 자비가 충만한 분들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그런 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미산 스님은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생활을 두 번째 덕목으로 제시했다. 공경과 감사의 마음이 시간적 연기를 실천하는 것이라면, 두 번째 덕목은 공간적 연기를 실천하는 적극적인 실천법이었다.
“또한 연기법을 실천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을 기쁜 마음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공존의 생활이예요. 여러분이 이 공간 속에 존재하게 될 때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 차를 운전해준 사람이 있었고, 밥을 해준 사람이 있었을거예요. 그들의 중도적 역할로 내가 지금 이 법회에 참석해 있는 것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이것이 여기에서 들을 때는 ‘맞아 맞아’ 하는데, 가정으로 돌아가면 문제는 심각해집니다. 가정은 같이 살아가는 공동공간이면서 하나의 공동체예요. 구성원들이 가정을 이루고 사는데, 구성원들이 서로 공경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면 모든 일이 잘 됩니다. 예부터 가정은 모든 일의 근본이라고 했어요.”
◇ 화두 3 가족은 공경의 대상
‘가족이란 식구들이 즐거울 때 같이 즐거워하고 괴로워할 때 같이 괴로워하고 일할 때 같이 뜻을 모아 일하기 때문에 가족이라 한다’
가족에 대한 정의를 내려놓은 <잡아함경>의 구절이다. 그런데 근간의 우리 사회는 가족붕괴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전통적인 가족중심의 사회가 자기중심의 사회로 바뀌어가는 특징이 뚜렷하다. 미산 스님은 이 문제를 세대간 패러다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화시대에 놓여 있습니다. 정보는 인드라망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서 찰나찰나에 전하고 받을 수 있는 취득의 용이성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보는 누구나 가질 수 있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사고방식, 즉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으면 뒤쳐지고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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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세대간 갈등은 가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미산 스님은 패러다임의 차이를 극복하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구국구세임을 경전에 근거해 역설했다.
“가정사에 대해 가장 많이 나온 것이 <선생경>입니다. 또는 <육방예경>이라고 하지요. <선생경>에서는 ‘육방’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방은 부모님께 절을 하는 것이요 남방은 스승님게 절을 하는 것이며 서방은 아내에게 절을 하는 것이고 북방은 친지들에게 절을 하는 것이니라. 하방은 하인에게, 상방은 수행자들에게 절을 하는 것이다. 부모를 섬김에 다섯가지가 있다. 부모를 받들어 모시되 부족함이 없게 하라. 자기가 하고자하는 일에 대하여 부모님과 상의하라. 부모의 하시는 일에 순종하고 거역하지마라. 부모님이 하는 훈계를 감히 어기지마라. 부모가 해오던 사업을 이어서 더욱 번창케하라.’ 우리에게 너무나 간곡한 말씀입니다.”
<선생경>에는 남편과 아내의 도리 또한 명시하고 있다.
“남편은 처자식을 어여삐 생각해야 한다. 처자식을 업신여기지 말아야 한다. 장신구를 때에 맞게 마련해주어야 한다. 집안에서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아내의 친족을 생각해주어야 한다.”
“아내는 남편을 이런 자세로 섬겨야 한다. 남편이 밖에서 돌아오면 일어나서 맞이해야 한다. 남편이 밖에 나가면 집안을 잘 정리하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딴 남자에게 마음을 팔지말고 남편이 잘못을 꾸짖더라도 얼굴을 붉히거나 대들지 말아야 한다. 남편의 의사를 존중해주고 재산을 감추어 빼돌리지 말고, 남편이 휴식을 취할 때는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 화두 4 가정에서 수행하라
미산 스님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왕따’를 예로 들며 문제의 출발이 가정에 있음을 강조했다. 범죄의 증가와 물질중심적 사고 등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현상은 부모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 ‘왕따’가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사회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보면 부모의 가정불화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부모가 자주 싸우거나 가정폭력이 자행되면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소심해지고, 비사회적이며, 이기적인 인성과 비정상적인 방어기질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면에 불과합니다. 문제의 출발은 가정이지만 사회전체가 물들고 있습니다.”
미산 스님은 가정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가정에서의 수행을 제시했다. 가정이 수행공동체가 돼야 구국구세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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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하는 구체적인 방법은 부처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수행이 가정에서 행해져야 합니다. 가정은 좋은 수행공동체예요. 최소단위이지만, 가정에서 되지 않으면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안됩니다. 절에서 수행하다가 가정에 돌아가면 남편에게 삿대질하고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어서는 안되지요. ‘나는 연기적 존재’라는 것을 순간순간 정확하게 인지하고 중심을 잡으세요. 그러기 위해서 가정에서도 참회하고 간경해야 합니다. 수행하면 화를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화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그것이 수행력이예요. 수행력이 생겼을 때 참다운 불자가 되는 것이예요. 다음엔 나라는 생각을 놓아버려야 합니다. 내 안에 나라는 생각이 꽉 차 있으면 뭘 담을 수가 없어요. 이것이 잘 이루어졌을 때 가정이 맑아지고 행복해집니다. 이런 가정들이 안성에서 경기도로, 경기도에서 우리나라 전체로 점점 번져나갈 때 나라가 맑아지고 행복해지는 것이죠. 이것이 나라를 구하는 것이고 세상을 구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