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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촘스키가 늘 주장해온, 미국의 세계 지배 음모, 지배권력의 속성, 지식인과 여론조작,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메커니즘 등을 속속들이 파헤치고 있다. 특히 언론과 지식인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지배권력의 편에 서서 소극적이고 무지하며 프로그램화된 민중을 만드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두 시간의 짧은 인터뷰이지만, 대화의 주제는 점점 깊어져 권력의 속성과 실체, 현실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허구성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의 이야기는 책 제목처럼 현재 세계를 누가 무엇으로 움직이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촘스키의 생각이나 사상, 그의 주장 등이 쉽고도 간결하게 고스란히 담겨 있어 촘스키를 알고 싶었던 독자들에겐 유용해 보인다.
그는 특히 ‘권력의 중심에 있는’ 다국적 거대 기업들의 오만과 횡포, 그럴듯한 홍보에 가려진 치부를 낱낱이 까발린다. 또 “그럴싸한 논리로 포장된 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를 무차별 공격하며 거대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복지국가의 기본틀이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민주주의를 보전키 위한 시민들의 각성과 실천적 행동을 촉구한다.
이 책에는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라는 명분 아래 세계 도처에서 저질러지고 있는 미국의 패권전략에 대한 비판,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사례인 ‘포리송 사건’에 얽힌 이야기, 사생활 등도 실었다.
촘스키는 “지식인이란 진실을 말하는 자”여야 하지만, 역사적으로 지식인들은 대개 지배권력의 이해를 대변·선전하는 데 복무해왔다고 말한다. 요컨대 ‘조작된 동의’의 배달부 노릇을 해왔다는 것이다.
촘스키가 프랑스에서 ‘천대’받게 된 경위는 이렇다. 1970년대 말 로베로 포리송이라는 한 대학교수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글을 발표했는데, 그는 그 때문에 교수직에서 해임됐다. 촘스키는 이 사건과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후 프랑스에서 촘스키는 반유대주의자를 옹호한 “빌어먹을 촘스키”가 됐고, 그의 책도 거의 소개가 되지 않았다.
틀에 얽매이지 않은 거침없는 대화와 두 기자의 리드미컬한 진행, 그리고 삽화를 이용한 경쾌한 편집은 세계적인 석학 촘스키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미 촘스키 저서들을 읽은 독자라면 그리 새로운 내용이 없어 다소 실망할 것이나, 평소 촘스키를 궁금해하면서도 어렵게 생각해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독자라면 이 책으로 가볍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드리로베르 글, 강주헌 옮김
시대의 창 펴냄
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