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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과 안티지율 네티즌들이 마주 앉았다.
이번 만남은 지율 스님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날이 갈수록 과열되는 게시판의 논쟁에 대해 풀 수 있는 오해가 있다면 풀고 서로 상생의 길을 찾아보자는 생각에서 지율 스님이 제안했고 안티지율 네티즌이 이를 받아들였다.
5월 1일 부산 법원 앞 정림빌딩 천성산대책위 사무실에서 가진 모임은 오후 2시부터 5시간 30분에 걸친 열띤 공방으로 이어졌다.
이날 만남에는 ‘개털’ ‘청심’ ‘강철군화’ ‘자갈치’ ‘장아찌’ ‘산사랑’ ‘가이드’ 등의 아이드를 쓰며 안티지율 활동을 해왔던 네티즌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하루전 마산에서 미리 만남을 가지고 질문 자료 들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시흥, 안산 등에서 참석한 네티즌들은 지율 스님의 백일 단식 이후 지속적으로 안티지율 활동을 해오며 정토회와 천성산 홈피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글을 올리며 때론 욕설 섞인 비난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지율 스님과 오프라인에서 첫 만남을 가진 이날 이들은 말쑥한 양복을 차려입고 예의를 다해 진지한 대화를 시도했다.
지율 스님이 우린 녹차를 마시며 진행된 대화의 시간은 세 차례의 짧은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계속됐다. 두툼한 자료집을 준비하고, 밤을 새워가며 게시판을 달구던 안티지율 네티즌들과 지율 스님의 만남은 온라인상의 갈등을 오프라인상에서 풀어가는 진지하고도 진솔한 대화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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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지율 활동을 해왔던 네티즌들이 지율 스님에게 요구하거나 답을 구한 사항은 크게 네 가지 정도. ▲최근 천성산 홈피 게시판을 오픈해 달라 ▲지율 스님의 100일 단식 진실성을 믿을 수 없다 ▲공동조사단에서 빠질 의향은 없는가 ▲공동조사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에 지율 스님의 답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게시판을 일단 오픈하겠지만 너무 심한 욕설은 삼가달라 ▲100일 단식 진실성 여부에 대해서는 말할 만큼 했다. 그런 질문은 오히려 결례가 아니냐 ▲공동조사단에서 빠질 수 없다. 이 사건의 전 과정을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고 대신할만한 사람이 없다 ▲공동조사 결과가 나쁘다고 또 단식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도롱뇽 소송이 남아 있어 대법원까지는 갈 것이다.
지율 스님은 시종일관 그간의 정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비록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지만 적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밤을 새워가며 글을 올리고 일을 하는 것을 보고 고맙게 생각했다. 파괴되어가는 국토에 대해, 또 나라 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같이 고민하는 입장에서 오해가 있다면 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강철군화’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강연을 들으러 갔을 때 실제로 모습을 보고 나니 신랄한 비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고 ‘청심’이라는 네티즌도 “앞으로 글을 쓰려고 하면 스님의 얼굴이 아른거려 조금은 편치 않을 것 같다”며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율 스님으로 인해 엄청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우리들의 기본입장은 변하지 않았으며 공동조사 후 또다시 대법원으로 간다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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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만남 이후에도 안티지율 네티즌들의 활동이 누그러든 것은 아니지만 만남 이후의 변화가 읽히는 글들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강철군화’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천성산 홈피에 올린 글에서 “테이블에 마주앉아 질문을 던지고 스님의 답변을 들으면서 참 허무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하고 “백일단식의 후유증이 그대로 남아있는 초췌한 얼굴과 승복 속의 가녀린 체구를 정면으로 바라볼 자신이 없었다”고 그 날 만남의 소감을 솔직하게 전했다.
또한 “비구니가 이 년에 걸쳐 이백 십 몇 일을 단식하여 얻어낸 것이 삼개월간의 환경영향 평가인데 이것이 정부로부터 받은 전부이다. 그것마저 부정할 것인가 라는 스님의 질문이 머리에서 내내 떠나지 않았고 지금도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다”며 “날카로움과 독기가 서려있는 예전 같은 글은 금방 올리지는 못하겠다. 전투의지가 사라졌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지율 스님은 앞으로 공동조사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는 대로 5월 중순부터 파괴되어가는 현장을 찾아 그곳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국토순례기를 적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