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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학은 단순히 불교 사유체계의 흐름만을 일컫지는 않는다. 2300여 년 전 불교가 수용된 이래 우리의 삶과 사상 속에서 형성된 불교는 단순히 하나의 종교로서의 사상체계를 넘어서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인식틀이 투영되어 있는 사유체계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불학의 흐름을 짚어보는 <한국불학사>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고영섭 교수(동국대)는 지난 2002년 ‘신라시대사’편에 이어 최근 ‘고려시대편’ ‘조선ㆍ대한시대편’을 펴냈다. 고 교수는 “한민족의 사유체계의 근간을 이루어 온 불교문화의 통사를 기록하는 작업은 불교사와 불학사가 주축이 된다”며 “불교에 대한 역사적인 접근인 불교사는 종적으로 지평을 넓혀 철학적 접근인 불학사로 체계화되고, 불학사는 횡적으로 지평을 넓혀 불교사로 종합화 된다”고 불학의 개념을 정의한다.
책에서는 한민족의 불교적 사유체계를 업설인 ‘연기사관(緣起史觀)’에 입각해 풀어가고 있다. 한 나라의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에는 장시간에 걸친 역사적 현상 즉 사료들이 내재해 있고, 해당 민족의 업식(業識)이 투영된 이들 사료들은 연기사관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각 시대별 불학의 흐름을 주도한 인물과 불교사유체계의 개념, 학통 등을 통사적으로 기술하고, 분야별 연구과제와 문제점 등을 짚어주고 있다. 신라시대편에서는 자장ㆍ문아ㆍ원효ㆍ의상 스님의 불교 이해와 통일산라시대 유식학과 화엄학의 흐름 그리고 선사상과 수행법의 전개를 보여준다. 고려시대편은 나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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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승 불학과 근현대 불교학의 장점들을 흡수하고 새로운 불학의 방향을 모색해 가야 할 과제가 한국의 불학자들에게 부여되어 있다. ‘불교는 인류를 위해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거대담론 위에 오늘의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실천 가능한 세부 담론을 만들어내야만 할 시기에 직면해 있다”라고.
■ <한국불학사>(고영섭 지음, 연기사, 전 3권, 각권 1만5천, 1만8천, 1만2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