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8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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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사유체계 어떻게 흘러왔나
고영섭 교수의 <한국불학사>

<한국불학사>를 펴낸 동국대 고영섭 교수
부처님이 설한 가르침과 그 가르침을 외호하는 사람들을 아울러 우리는 ‘불교’라고 이름 한다. ‘불교’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종교문화는 시대와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와 요구에 따라 각기 그 모습을 달리했다. 이 같은 불교의 흐름을 역사적 변천사에 따라 기록한 것을 불교학(佛敎學)이라고 한다면, 그 시대의 불교에 대한 사유체계를 불학(佛學)이라고 한다.

하지만 불학은 단순히 불교 사유체계의 흐름만을 일컫지는 않는다. 2300여 년 전 불교가 수용된 이래 우리의 삶과 사상 속에서 형성된 불교는 단순히 하나의 종교로서의 사상체계를 넘어서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인식틀이 투영되어 있는 사유체계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불학의 흐름을 짚어보는 <한국불학사>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고영섭 교수(동국대)는 지난 2002년 ‘신라시대사’편에 이어 최근 ‘고려시대편’ ‘조선ㆍ대한시대편’을 펴냈다. 고 교수는 “한민족의 사유체계의 근간을 이루어 온 불교문화의 통사를 기록하는 작업은 불교사와 불학사가 주축이 된다”며 “불교에 대한 역사적인 접근인 불교사는 종적으로 지평을 넓혀 철학적 접근인 불학사로 체계화되고, 불학사는 횡적으로 지평을 넓혀 불교사로 종합화 된다”고 불학의 개념을 정의한다.

책에서는 한민족의 불교적 사유체계를 업설인 ‘연기사관(緣起史觀)’에 입각해 풀어가고 있다. 한 나라의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종교 등에는 장시간에 걸친 역사적 현상 즉 사료들이 내재해 있고, 해당 민족의 업식(業識)이 투영된 이들 사료들은 연기사관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각 시대별 불학의 흐름을 주도한 인물과 불교사유체계의 개념, 학통 등을 통사적으로 기술하고, 분야별 연구과제와 문제점 등을 짚어주고 있다. 신라시대편에서는 자장ㆍ문아ㆍ원효ㆍ의상 스님의 불교 이해와 통일산라시대 유식학과 화엄학의 흐름 그리고 선사상과 수행법의 전개를 보여준다. 고려시대편은 나말여
한국 불학의 흐름을 짚어보는 <한국불학사>
초의 불교사상사와 균여ㆍ의천ㆍ지눌ㆍ일연 스님 등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불학의 흐름을 짚어본다. 조선시대편은 불교와 유학자들의 사상 교류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광복 이후 일본과 우리나라의 상호 불교연구 현황을 살펴본다. 우리나라 불학의 흐름을 짚어본 후 고 교수는 이러한 학문적 토대 위에서 새로운 불학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제 전승 불학과 근현대 불교학의 장점들을 흡수하고 새로운 불학의 방향을 모색해 가야 할 과제가 한국의 불학자들에게 부여되어 있다. ‘불교는 인류를 위해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거대담론 위에 오늘의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실천 가능한 세부 담론을 만들어내야만 할 시기에 직면해 있다”라고.


<한국불학사>(고영섭 지음, 연기사, 전 3권, 각권 1만5천, 1만8천, 1만2천)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5-05-09 오후 6: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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