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교육의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 한 대학교가 100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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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100주년을 맞는 동국대도 예외가 아니어서, 2002년 ‘건학100주년기념사업회(본부장 이관제, 이하 기념사업회)’를 발족시켜 준비해왔다. 하지만 100주년을 1년 남긴 지금, 동국대는 ‘축제’를 앞둔 학교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 침체된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기념사업회가 하는 일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고, 100주년이라는 도약의 기회를 놓치고 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동국대가 계획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념사업에는 △비전(Vision) 선포식(2005. 9) △일류동국 도약기원 봉축연등 점등식(2006. 5) △<동대백년사>편찬·간행(2006. 6) △‘지식기반사회와 불교생태학’ 외 국제학술대회 3건(2006. 5) △<우리말불교개념사전> 외 출판사업 5건(2006. 9) △일산불교병원 개원 및 100주년기념관 건립(착공) 등이 있다.
기념사업회 김영진 팀장은 “기념사업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특히 국제학술대회에는 세계적인 석학이 다수 참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업의 중량감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년 100주년을 맞아 ‘세계대학총장 포럼(세계 24개국 94명과 국내 104명의 총장 참석)’, ‘노벨상 수상자(10명) 강의시리즈’ 등을 개최해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 고려대와 비교해볼 때 동국대 기념사업에는 그다지 눈에 띄는 것이 없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것은 서울과 경주에 설립 예정인 100주년기념관 건립사업이다. 기념사업회는 100주년에 즈음해 기념관을 착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 부지조차 확정되지 않아 착공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고려대는 물론 2006년 100주년을 맞는 숙명여대가 100주년 기념관을 이미 완공한 것과 대조적이다.
동국대의 100주년기념사업이 안고 있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점은 100주년을 궁극적으로 동문·학생·교직원을 하나로 묶어 발전의 계기로 만들어내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데 있다. 1960년대 졸업한 한 동문은 “모교가 100주년을 맞아 기금을 모집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기념사업의 구체적인 내용은 모른다”고 말했다. 또 한 교수는 “기념사업회가 공개하지 않아 사업 진행 추이를 전혀 알 수 없다”며 “다른 교수들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 구성원들이 소외된 상황에서 100주년기념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 게다가 학교는 비리의혹과 갈등으로 얼룩져 있어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없다. 고려대가 최근 2년새 1800억원의 기금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경영진이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동문들은 학교에 대한 강한 신뢰와 자긍심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는 고려대 100주년기념사업회 이금철 팀장의 말은 새겨볼 만하다.
동국대100주년기념사업회 단장을 겸하고 있는 이관제 대외협력처장은 “학교의 비리의혹과 갈등이 불거져 나올 때마다 발전기금모집은 큰 타격을 받는다”며 “100주년을 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해서는 학교가 먼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