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이대론 안된다' 연재순서
1. 어쩌다 여기까지 왔나.
2. 불교대학 ‘개혁’만이 살길이다.
3. 재단에 대학발전 기대할 수 있나?
4. 100년 동국대 비전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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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의 현주소
동국대가 학교의 재정과 교육여건 등을 종합 분석해 지난 2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항목에서 경쟁 대학과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교수확보율은 교육부 기준의 45.8%로 교수 1인이 42명의 학생을 가르쳐야한다. 서울캠퍼스의 교지 면적도 교육부 기준의 40% 수준인 4만7835평으로 열악하기만 했다.
학교운영 외에 필요한 교원확보, 연구지원, 교직원과 학생 복지 등에 소요되는 자금인 적립금 현황은 2003년 결산을 기준으로 이화여대가 4517억원, 연세대가 1527억원, 경희대가 1485억원 등인데 비해 동국대는 209억원으로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대외협력처의 한 관계자는 “2003년 100만등 달기로 발전기금 모금을 대대적으로 벌였지만 지금까지 순수 모금액은 약 5억원 남짓인 것으로 안다”고 말해 사실상 실적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의 노력으로 각종 연구사업을 유치하는 국고보조금도 99년 19억3500만원이던 것이 2003년 8억 1400만원, 2004년 3억2200만원으로 급감했다.
사회적 관심이 컸던 중앙일보의 대학평가결과 종합순위도 2003년 30위에서 2004년 37위로 추락했다. 일부에서는 벌써 ‘올해도 40위권 밖일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나마 100년 사학이라는 ‘이름값’으로 30위권에 명함을 내민 것이다.
특히 교육여건 재정, 교수연구, 개선도 등에서 동국대는 지난해 각 60위, 48위, 82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이 가운데 눈여겨 볼 것은 82위로 처진 개선도 분야다. 이는 현재 동국대의 복잡한 학내 사정을 그대로 반영하는 결과다. 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여건과 재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불교계와 동문들을 상대로 한 발전기금 유치, 재단의 전입금 확대만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현 상태로는 요원한 얘기일 뿐이다.
이에 대해 정보관리학과 이종옥 교수는 “비슷한 규모의 중앙대(11위) 성균관대(6위) 고려대(5위) 등은 각종 교육지표를 높이기 위해 재단과 동문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대학당국은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학교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당국이 말하는 발전 방안
대학당국은 동국 100년의 마스터플랜을 교육시스템 선진화, 인프라 및 행정지원 시스템 구축, 특성화 집중육성, 연구 성과향상으로 2010년 10대 명문 사학, 2014년 3대 명문, 세계 100위권 대학 진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조만간 ‘100주년 비전&미션’ 선포식을 계획하는 한편, ‘마스트플랜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도약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영상문화콘텐츠, 불교생태학, 법학전문대학원을 특성화 분야로 집중 육성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교육부문 강화를 위해 4월 4일 교무위원회는 교수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년교수들의 연구ㆍ교육 업적을 평가하는 인센티브제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기획처 관계자는 “일부 교수들이 익숙하지 않는 제도 도입에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실제 도입되면 오히려 교수들의 수당과 연구비가 더 늘어나는 제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수회는 “대학당국이 말하는 발전방안은 구체적인 재정조달 계획도 없는 허망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하고 “재단과 학교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수들만 쥐어짜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총장의 대학 경영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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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총장은 “필동병원 매입 등 부족한 공간 확보를 위해 300억 넘는 재원이 한꺼번에 투입되면서 교육관련 투자를 못했던 탓으로, 올해는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 사무총장은 “요즘 같은 대학간 무한 경쟁시대에 한번 추락한 등수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총장의 개인적 자질에 대한 시비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02년 말 재단 이사회의 총장 선출 과정에서 자격시비로 인한 잡음이 적지 않았던 데다, 9개월 전 종립대학의 수장인 총장과 이사장이 비리의혹으로 고발당하면서 교직원들의 사기는 물론이고 학교 이미지도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총장의 대학경영과 외부활동이 제약되면서 외부 발전기금은 바닥수준으로 급감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검찰 수사로 출국금지까지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악순환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대학보직을 맡았던 한 교수는 “총장의 취임 첫 해는 직원사회를 양분하는 이른바 ‘코드인사’ 탓에 대학이 제대로 일을 할 형편이 못되었다”고 말했다.
일산불교병원 개원 어떻게?
이러한 혼란속에서도 3년여 동안 개원을 미뤄왔던 일산불교병원은 5월말 (가)개원을 앞두고 순조로운 준비상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만난 고양시 화정동 명지대병원 한 소아과 의사는 “일산불교병원의 엄청난 규모를 보고 놀랐다”며 병원 시설에 대한 부러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포화상태인 일산지역 의료 시장환경에 메머드급 신생병원이 새로 진입하는데 대해서는 우려를 드러냈다. 일산불교병원은 백병원, 일산병원, 명지대병원과 고양시 인구 100만명을 놓고 무한 의료서비스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인 때문이다.
일산불교병원 이석현원장은 시설ㆍ장비ㆍ인력의 경쟁력 면에서 타 병원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성공적 개원을 자신하고 있다. 일산불교병원은 인근에서 최근 최근에 지어진 새 건물로, 국내 유일의 EMR(통합의료정보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시설과 장비 면에서 최고수준이다. 게다가 민영일, 이명묵 교수 등 분야별 최고 명의들이 포진해 있음을 강조했다. 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전국병원과 경쟁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려움도 있다. 우선 개원에 필요한 재원조달이 가장 큰 부담이다. 1100억원을 예상하고 있는 개원 자금을 대부분 차입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기간 내 흑자를 내지 못하면 자칫 대학과 병원이 공멸할 수도 있다. GS건설(옛 LG건설)과 소송중인 공사비 잔금 문제도 걸림돌이다. GS건설은 지난해 4월 동국대 재단을 상대로 230억원 가압류를 신청해 놓은 상태. 5월 말 개원을 앞둔 직원들은 말 그대로 ‘부처님의 가피’가 있기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