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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었던 4월 넷째주 주말. 전국은 봄을 만끽하기 위해 집밖에 나온 상춘객들로 들썩였다. 이날은 특히 올해 두 번째로 실시된 월1회 학교 토요 휴업일이어서 가족단위의 인파가 많이 몰렸다.
이러한 가운데 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수경)가 마련한 ‘어린이 불교생태학교’(이하 생태학교)가 부안 내소사에서 열렸다. 토요 휴업일에 맞춰 어린이들이 불교문화를 체험하고 사찰생태환경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30여명의 학부모와 아이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찰 구석구석을 둘러보고 자연의 숨소리를 들으며 1박 2일간의 생태학교를 마친 참석자들은 “불교계가 토요 휴업일에 맞춰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전형”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들 용기와 함께 생태학교에 참가한 김옥희(45 ㆍ 서울 은평구 대조동)씨는 “사찰이라고 하는 불교문화를 토대로 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다”며 “내년 이후의 전면 토요일 휴업에 대비해 불교생태학교와 같은 알찬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낯설지만 신기하기만 한 ‘사찰’
서울에서 4시간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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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는 혜구두타 스님이 소래사라는 절을 세운데서 유래합니다.” 스님의 설명이 계속되자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법당을 뛰어 다니던 영서(8 ㆍ 서울 미동초1)가 “스님 언제 끝나요?”,
“스님은 왜 대머리에요?” “부처님 얼굴은 왜 황금색이에요?”등의 질문을 쏟아낸다. 대웅전에서의 사찰소개가 끝나고 전각들에 대한 안내가 계속됐다. 참가자들은 스님과 함께 봉래루, 3층 석탑, 설선당, 무설당, 봉래선원 등을 둘러봤다. 엄마와 함께 생태학교에 참가한 다슬(13 ㆍ 용인 서천초6)이는 “절에 처음 와서인지 모든 것이 낯설지만 신기하기도 하다”며 호기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다슬이는 “이렇게 자주 오다 보면 스님과 친해질 수 있고 또 절도 친숙해질 것 같다”고 흐뭇해한다.
# 나무들이 물을 먹고 숨을 쉬는 것이 들려요!
참가자들은 사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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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기 놀이에 이어 참가자들은 생태해설가 이현숙(43)씨의 설명에 따라 ‘애벌레놀이’를 했다. 작은 손거울을 코에 대고 거울을 보며 앞사람의 등에 손을 올린 채 한 걸음씩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 이현숙씨는 “걸음을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애벌레와 같은 작은 생명들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아이들은 이렇게 자연과 하나가 되고 또 생명의 소중함을 배워갔다.
# 108배와 차담으로 마음을 모은다
저녁 공양 후 참가자들은 템플스테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혜승당에 모였다. 곧이어 불교환경연대 정성운 사무처장의 집전으로 108배가 시작됐다. 일 배를 할 때 마다 “하나, 둘, 셋 ……”을 함께 따라하던 아이들의 목소리는 50배가 넘어서자 사라졌다. 좌복에 쓰러져 일어날 줄 모르던 아이들은 끝났다는 엄마 아빠의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일어난다.
첫날 마지막 일정으로 마련된 차담(茶談) 시간. 진원 스님과 아이들이 마주 앉은 찻상을 비롯해 4개의 찻상 주위에 참가자들이 둘러앉았다. 상(床)에 앉아 지난 하루를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엄마 아빠들의 모습이 정겹다.
아들 경민이와 함께 생태학교에 참가한 임인숙(34 ㆍ 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매월 마지막 주가 되면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할지 고민하게 된다”며 “템플스테이도 하고 자연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에 와서 만족스럽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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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만금 갯벌에서 생명을 찾다
이튿날 아침 일찍 발우공양을 마친 참가자들은 삼보일배로 생명의 상징이 된 새만금 갯벌을 찾았다. 갯벌에 초라하게 서있는 장승들처럼 갯벌은 이미 죽어가고 있었지만 납작게, 갯고동, 비트리 등의 바다 생명들은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비이커에 게를 담아 관찰하던 무연(12 ㆍ 서울 발산초5)이는 “아직까지 이렇게 살아있는 게가 있는 줄 몰랐다”며 “갯벌과 게 모두 죽지 않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어느덧 무연이는 자연과 하나가 된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부처님이 말씀하신 자타불이(自他不二)가 아닐까?
마지막 일정으로 금강철새조망대에 들른 참가자들은 독수리, 말똥가리, 수리부엉이, 공작 등의 새들을 본다. 가창오리 전시관에서 오리의 내부구조를 둘러본 세민(12 ㆍ 천안 불당초5)이도 “오리몸속의 여러 기관들을 지나오니 기분이 색다르다”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신기해하는 아이들과 달리 학부모들은 “너무 좁은 곳에 새를 가둬둔 게 아쉽다”고 씁쓸해 하기도.
다소 빡빡한 일정으로 피곤해하기도 했지만, 30여명의 참가자들은 많은 것을 배웠다며 졸업(?)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7월 26~28일 여주 신륵사에서 열리는 여름 불교생태학교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각자의 가정과 학교로 발걸음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