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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VS 구례, 차 시배지 논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차를 심었던 곳은 어디일까?

4월 21일 구례군이 화엄사 장죽전에 세운 신라대렴공 차시배지비
그동안 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의 쌍계사 입구냐, 전남 구례군 화엄사 장죽전(長竹田)이냐를 두고 공방이 뜨거웠던 ‘차 시배지’ 논란이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4월 21일 구례군이 화엄사 입구 장죽전(長竹田)에 ‘신라대렴공 차시배지(新羅大廉公 茶始培地)’ 비석을 세우고 관련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한편 녹차 9천주를 식재하는 등 ‘차 시배지’ 알리기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1981년 5월 25일 한국차인연합회는 쌍계사 입구에 ‘김대렴공 차시배추원비(金大廉公 茶始培追遠碑)’를 세운 바 있다. 차인들뿐만 아니라 학자들과 지방자치단체까지 가세한 ‘차 시배지’ 논란은 차의 전래시기와 중국에서 차씨를 가져온 ‘대렴’의 존재, 쌍계사와 화엄사의 창건연대 고증으로까지 번져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차 시배지에 관련된 기록으로는 <삼국사기>와 <동국여지승람> <동국통감> 등이 있다.

1981년 5월 25일 쌍계사 입구에 세워진 김대렴공 차시배추원비
<삼국사기> 10권 흥덕왕 3년 12월조에는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대렴이 차종자를 가져왔으므로 왕은 이를 지리산에 심게 했다(入唐 廻使大廉茶種子來, 王使植地理山)”는 기록이 보인다. 또한 <동국여지승람> 30권 ‘진주목’ 토산편에는 “신라 흥덕왕 때에 대렴이 당나라에 사신으로 들어갔다가 돌아오면서 차종자를 가지고 와서 지리산에 심게 하였더니, 성덕왕 때에 비로소 무성하였다(新羅興德王時 入唐回使 大廉持茶種 來使植地異山 至聖德王時始盛焉)”고 기록되어 있다. 이 밖에도 서거정이 쓴 <동국통감>과 이수광의 <지봉유설> 등에도 비슷한 기록이 보인다. 이러한 ‘정사(正史)’의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면 처음 차를 심은 때가 흥덕왕 3년, 즉 828년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차를 심은 곳은 ‘지리산 일대’라고만 명기되어 있어 학자들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지리산 화개면 운수리 쌍계사 입구는 1985년 한국차인연합회가 이곳을 차 시배지로 지목하고 ‘김대렴공 차시배추원비’를 세운 후 통상적인 ‘차 시배지’로 인식되어 왔다. 쌍계사 입구를 차 시배지로 지목하는 학자들은 초의 선사의 <동다송> 중 “지리산 화개동에는 차나무가 50~60리에 걸쳐 자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차밭으로 이보다 넓은 곳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기록과 최치원이 지은 진감국사대공탑기문, 그리고 조선후기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이 남겼다고 하는 ‘대렴공이 당나라에서 가져온 차종자는 화개동 계곡에 심었다’ 기록을 그 근거로 든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쌍계사 시배설’을 반박하는 연구가 많은 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화엄사 장죽전을 차 시배지로 지목하는 학자들은 “828년 당시 쌍계사는 창건되기 전이었으며, 화엄십찰 중의 하나인 화엄사를 두고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었던 화개동 계곡에 차를 심었을 리 없다”는 것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구례군은 최근 화엄사 장죽전에 차시배지를 세우고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4월 21일 열린 ‘장죽전시배지 학술발표회’에서 ‘신라차 시배지 연구’를 발표한 이형석 박사(한국차문화연구회장)는 “<대화엄사사적>과 <조선의 차와 선>에서 화엄사 장죽전을 차 시배지로 지목하고 있고, 828년 당시 쌍계사는 창건되지 않았다”며 “화엄 10찰 중의 하나인 화엄사에 고승대덕들이 주석하고 있었으며, 왕명에 의해 차를 기념식수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박사는 1991년 전남도 지방기념물 제138호로 지정된 ‘구례장죽전 녹차시배지’ 용어에서 ‘녹차’를 ‘차’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에 앞서 석정원 차회를 이끌고 있는 선혜 스님은 ‘한국의 차시배지에 대한 연구’라는 논문에서 “<화엄사지>에 ‘인도의 고승 연기조사가 화엄사를 창건하고 장죽전에 차종자를 심었다’는 기록으로 볼 때 화엄사 장죽전을 차 시배지로 봐야 하며, 그 시기도 흥덕왕 3년보다 74년 정도 앞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죽전의 위치가 화엄사 일주문 근처인지 아니면 화엄사 구층암 근처인지 혹은 제3의 장소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한국차문화협회는 이능화의 <조선불교통사>에 전하는 ‘김해 백월산(白月山)에는 죽로차가 있다. 세상에서는 수로왕비인 허씨(허왕옥)가 인도에서 가져온 차씨라고 전한다’는 기록과 <삼국유사>에 근거해 백월산이 위치한 경남 창원시에 ‘가야 차시배지 비’를 건립할 계획이라 또 다른 차 시배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5-05-01 오전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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