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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딩딩 징이 울리자 사뿐히 들린 수십 쌍의 바라가 춤을 춘다. 법당에 들어찬 30여 수강생들의 바라가 강사 스님의 박자에 맞춰 일제히 돌아간다. 움직이는 것은 바라만이 아니다. 넉넉한 법복 안에 숨은 팔다리의 작은 움직임이 잠시도 쉬지 않고 이어진다.
4월 27일 신촌 봉원사 법당. 옥천범음대학(학장 일운) 작법 강좌가 한창이다. ‘작법’시간은 올해 3대 학장이 취임하고부터 이론 강의와 별도로 마련된 일종의 실기 과정. 범패의 기초를 배운 2학년 이상 수강생들이 들을 수 있는 수업으로, 바라춤ㆍ나비춤ㆍ법고춤 등의 춤사위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이날 배우는 내용은 바라춤의 기본인 ‘요잡바라’.
“바라 돌리는 데에만 신경을 쏟다보니 무릎을 못 쓰는 분들이 많아요. 장삼자락이 바닥에 닿았다 떨어지는 모습이 항아리 치마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형태와 비슷해야 한다고 했잖아요. 그만큼 끊임없이 무릎을 움직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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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의 단체시연이 끝나자 강의를 맡은 해사 스님(옥천범음대학 강사)이 입을 연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을 갓 넘긴 수업으로 제대로 된 의식을 구현하는 것은 무리일 터.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 허둥대다 저 혼자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바라를 받친 팔을 힘차게 뻗어 올리지 못해 바라가 귀 옆에서 뱅글뱅글 도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단 한 사람도 시연중에 바라를 내리는 법이 없다. 힘이 들면 드는 대로, 틀리면 틀리는 대로 묵묵히 몸짓을 이어갈 뿐이다. 그 치열한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다.
“올해부터 중간ㆍ기말고사를 본대요. 출결상황과 성적 등을 종합해서 ‘수료증’이냐 ‘졸업증’이냐를 결정한다고 해요. 열심히 해서 ‘졸업증’ 따야죠. 그러면 대선법계(선덕) 품수도 받을 수 있어요.”
올해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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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른 사설 교육기관을 거쳐온 수강생도 적지 않다. 이들은 추가 수강을 통해 자세를 교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메꾼다. 특히 신라때 범패를 들여온 진감선사의 맥을 이었다고 자부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 영산재보존회 부설사학의 탄탄한 교수진’이 이들 지원의 계기가 되고 있다. 구해(준보유자), 일운(전수교육조교), 기봉(전수교육조교) 스님 등이 수업을 진행한다.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몸은 하나의 공양구가 돼야 합니다. 동작으로 모양을 내겠다는 생각을 버리세요. 신구의(身口意) 모두를 부처님께 오롯이 올린다는 지극한 마음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다시 한번 시작합니다.”
딩딩 징이 울리고 둥둥둥 북소리가 그 뒤를 잇자, 다시 한번 수십 여 쌍의 바라가 돌고 돌기 시작한다. ‘징’하는 소리를 내며 바라가 맞닿는 순간에 공양을 올리는 지극한 마음이 문득문득 살아난다. 옥천범음대학의 작법 과정은 매주 수요일 그렇게 이어진다. (02)392-3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