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선자금 사건 수사를 지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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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국 명대 말 홍자성이 지은 <채근담>은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 고전이다. “사람이 나물뿌리(菜根)를 늘 씹어 먹을 수 있다면 세상의 어떠한 일이라도 못할 게 없다”고 했던 <소학>의 구절에서 제목을 따온 <채근담>은 역경에 대처하는 지혜와 벗을 사귈 때 유의해야 할 점 등을 알려주는 인생과 처세술에 관해 논한 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립지사이자 시인이었던 만해 스님은 왜 <채근담>에 주목하고 해설서를 펴내게 됐을까?
“세상에는 분에 넘치는 권력을 얻기 위해 허리를 만 번씩 굽히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자들과 부정한 이익을 얻기 위해 온 몸을 다 바쳐 일하고도 만족하는 자들이 넘쳐납니다. 자유롭되 방탕하지 않고 포용하되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편안히 가지기 위해서는 오직 정신을 수양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만해 스님은 ‘정신 수양의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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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뜻대로 안 되는 일은 심신을 단련하는 도가니와 같습니다. 천하만사는 변동이 무상해서 성공과 실패가 정해진 것이 아니므로 어떠한 경우에 처하더라도 눈앞의 상황에 구애 받지 말고, 사물의 공통된 이치에 의거해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이처럼 스님은 <채근담>의 각 구절을 풀이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바른 이치와 자신의 정신을 수양하는 길을 조목조목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중국 청나라 건륭 시대에 내림 스님이 간행한 <채근담> 광본(廣本)을 저본으로 삼았고 일본에서 널리 읽히는 약본(略本)을 일일이 대조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출간됐던 <채근담>이 전집과 후집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과 달리 만해 스님의 <정선강의 채근담>은 수성, 응수, 평의, 한적, 개론의 다섯 편으로 구성돼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스님이 1915년 저술한 <정선강의 채근담>은 17년 신문관에서 발행됐고 21년 동양서원에서 재판이 나왔으나 이후 절판됐다. 이번에 새로 번역되어 나온 <한용운의 채근담 강의>는 신문관에서 발행한 초판을 원본으로 삼았으며 한문투의 번역을 우리말로 새롭게 다듬어 현대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조선불교원보> 사장과 불교전문학교장을 역임한 박한영 스님은 추천사에서 “책을 덮고 사방을 바라보니 적막한 하늘에 서늘한 바람이 한점 일며 스스로 감화됨도 깨닫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 <한용운의 채근담 강의>(한용운 지음, 어성원 이민섭 옮김, 필맥, 1만6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