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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불교계 단체들의 엄한 요구가 담긴 성명이 발표됐고,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도 이번 기회에 자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하니 일단은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사건이 터질 때마다 참회와 시정 조치들이 취해졌음에도 이런 사건들이 계속된다는 것은 그간의 조치들이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하기에 이번의 자정을 위한 조치들도 표면만 봉합하는 고식책이 되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의구심을 해소할 만한 확실한 노력과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면 성숙해진 불자들의 의식이 등을 돌릴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종단과 사찰의 재정운영에 투명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이다. 단지 드러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라면 지금의 승단 구조상 말 그대로 미봉책에 그칠 것이다. 지속성을 지닐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그 제도가 현재 승단이 지니고 있는 문중과 인맥 등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공정성과 엄정성을 지녀야 한다는 두가지 과제에 조계종단은 당면한 것이다.
우선 이번에 드러난 사안의 처리부터, 모든 불자들이 엄정성과 공정성을 인정하도록 투명히 처리함으로써 확고한 자정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사부대중이 함께 투명성을 확보하는 길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출가승단은 재정운용의 지향점을 제시·감독하고 실제 운용은 재가불자들이 맡는 방식도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언제나 뚫릴 수 있는 외양간의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부서진 곳만 손질하곤, 외양간 잘 고쳤는데 또 소를 잃었다고 변명하는 일은 이제 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