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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사 1000년 한눈에"



스테파노 추피의 <천년의 그림여행>.
올해 들어 특히 미술안내서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편집과 인쇄, 화가나 작품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주제어를 통해 지난 1000년의 미술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 이 책의 큰 특징이다. 책은 중세 유럽 로마네스크 프레스코에서 현대 뉴욕의 낙서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0년간 제작된 위대한 작품들을 순례하고 있다. 순례를 하다보면 300여 명의 화가가 그린 800여 점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서양화 역사에서 가장 흔히, 혹은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모든 작품이 이 책에 실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명작, 화가, 도시, 예술운동 등 하나하나를 주제어로 삼아 그에 대한 간략하고 명쾌한 설명을 큼지막한 도판과 함께 곁들여 배치했다. 예를들어 ‘미켈란젤로’ ‘고야’ ‘피카소’ 등 화가의 이름으로 제시되는 장도 있지만, ‘위대한 프레스코의 시대’ ‘다다에서 초현실주의로’ 같은 미술사조, ‘솔로몬 왕과 시바의 여왕’ ‘풀밭 위의 점심’ 처럼 미술작품이 제목으로 나온 장도 있다.

명화에 대한 상식의 허와 실을 드러내면서 미술 작품에 얽힌 일화와 미술사적 의미를 담은 것도 이 책을 읽는 또하나의 재미다. 르네상스 초기 회화의 대표작인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결혼식 장면을 담고 있다. 신혼부부의 낭만적 사랑을 담은 그림인 듯하지만 실제 사정은 그렇지 않다. 그림 속의 신랑은 60대의 남자이고 자신의 권세를 이용해 젊은 유부녀를 납치해 겁탈한 뒤 결혼식을 올려서 정식 정부로 삼았다고 한다.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면, 그림 속의 모델이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살이 쪘고 사산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모나리자는 그림 밖으로 빛을 내뿜으면서 신비감을 더하고, 그 배경화의 몽환적 분위기는 비오는 날에 빛이 가장 아름답다는 다빈치의 생각을 반영한다.

20세기 미술의 거장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은 프랑스의 아비뇽과는 전혀 상관 없는 그림이다. 피카소가 청소년 시절에 자주 들락거렸던 바르셀로나의 아비뇽 거리의 매춘부들을 그린 작품이다. 원래 피카소는 아가씨 외에도 한복판에 선원 한 명과 해골을 든 의과대학생을 나란히 배치했다. 이 그림에서 해골은 악덕, 섹스, 죽음의 비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피카소는 아가씨들만 그린 채 작업을 끝냈다.

실제로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쳐 보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그림의 의미를 알고 나면 이것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점에서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멀기만한 그림을 조금 더 우리곁으로 가깝게 당겨주는 역할을 충분히 해주는 책이라 확신한다.

또한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 100명 이상 화가들의 생몰연대를 색띠로 표시한 권말 부록도 애호가들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자료다.


천년의 그림여행 스테파노 추피 지음|서현주·이화진·주은정 옮김|예경 펴냄 | 1만9천8백원
장윤성(문막고 미술교사) |
2005-04-20 오전 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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