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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는 원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종교 술어와 상징적이고 심오한 의미가 많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주인공들이 요괴를 물리치는 과정만 기억할 뿐, 그 안에 숨어 있는 진정한 가치와 함축적 의미는 잊은지 오래다. 따라서 구속받지 않는 개성과 능력, 또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 반항적 기질을 지닌 손오공이 오랫동안 아이들의 우상이 돼왔다. 하지만 이번에 출간된 <삼장법사처럼 인재를 경영하라>에서의 손오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천궁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오행산과 험한 서역 여정의 고통을 견디면서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조직의 성공을 실현하는 손오공으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렇듯 손오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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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이 책에서 네 사람을 아주 절묘한 팀워크를 지닌 그룹이라고 소개한다.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 이 네 가지 인간 군상을 모두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중 CEO격인 삼장법사는 정신세계를 탐색하는 것을 좋아하고 절대적인 선과 품위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또 신중한 사고와 걸출한 재기까지 겸비한 인재중의 인재다. 지은이는 삼장법사가 이렇게 엄격하고 신중하며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관세음보살은 그를 가장 이상적인 대업의 전수자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삼장법사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손오공을 비롯해 다른 구성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관세음보살에게 불교의 관리학인 ‘팔정도’를 전수받았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삼장법사의 단점은 마음은 착하지만 시비를 분명히 가리지 못하고 세상일에 어둡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또한 손오공이 세 번에 걸친 백골 요괴를 처치할 때 삼장법사는 매번 자신의 철학만 늘어놓기에 바빴지 한번도 화를 억누르고 손오공과 의견을 교환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화내며 손오공을 내치려 하는 바람에 결국 조직 전체의 역량만 크게 훼손했다. 여기서 지은이의 충고는 시작된다. 삼장법사처럼 한 조직의 구성원과 관리자도 때로는 백골요괴와 같은 마수에 빠져 시비를 가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장법사의 잘못은 요괴의 유혹에 넘어간데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관리하는 조직내에 효과적인 의사 전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데 있다고 설명한다.
이 책에는 손오공과 우마왕의 아들인 홍해아에 대한 대결이 나오는데 손오공이 진압에 실패한 걸 결국 관세음보살이 굴복시킨다는 내용이 나온다. 관세음보살의 승리 비법은 홍해아의 분노를 이해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인 것에 있다. 여기서 지은이는 자아 관리 능력의 측면에서 볼 때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은 아주 불쌍한 약자라고 치부한다. 자기 자신도 관리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타인과 조직, 그리고 대자연을 관리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 책에는 △파트너의 생각을 관리하라 △소극적인 태도를 버려라 △프로일수록 조직의 규율을 엄수하라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외 관계를 수립하라 △마음속에 포용이라는 방을 지어라 등 <서유기>를 현대적 시각으로 분석해 사람을 경영하고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인재경영술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의 교훈을 얘기하자면 뛰어난 재능을 가진 개인보다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표와 가치관을 공유하면서 팀워크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소 딱딱할 것 같은 교훈적인 내용을 <서유기>라는 고전 속에서 발췌해 쉽고도 재미있게 풀어낸 것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러면서도 경영과 조직관리에 대한 화두를 놓치지 않고 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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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구성원으로 활동하는 현대 직장인들과 조직을 이끄는 리더들이 부담 없이 읽으며 조직경영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이라는 강석진 회장(현 CEO 컨설팅그룹)의 추천사를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말이다.
■ 삼장법사처럼 인재를 경영하라 청쥔이 지음 | 한민영 옮김|랜덤하우스중앙 | 1만2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