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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가르침에서 사회의 새로운 발전의 단초를 모색하는 제3회 '불교와 사회' 토론광장이 불교지식인연대(대표 김규칠)와 현대불교신문(사장 김광삼) 공동주최로 4월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160여명의 참석자가 발표장을 가득 채운 가운데 열린 이번 세미나에서는 유헌식 박사의 ‘새로운 인간상의 구현과 문명혁신의 전략’, 이찬훈 인제대 교수의 ‘불이사상과 21세기 한반도’, 김규칠 국민대 객원교수(前 불교방송 사장)의 ‘복합시대, 인간존엄의 사회철학적 기초’가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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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들은 산업사회·자본주의의 반(反)인간적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불이사상과 원효 스님의 화쟁사상의 대안적 가치를 강조하며 사회제도에 이 같은 사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특히 김규칠 객원교수는 “모든 존재와 관념 등에는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측면이 있다”며 “그 같은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사회제도는 사회문제만 가중시킬 뿐이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서 남을 나와 동일화시키려는 욕구의 전체주의적인 성격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새로운 차원의 자유화, 다차원성이 인정되고, 제도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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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훈 교수와 유헌식 박사는 불이사상과 화쟁사상의 대안적 측면을 다뤘다. 이찬훈 교수는 불이사상은 우리의 실존적 현실이며, 이를 발견하고 제도화함으로써 불이사상이 구현된 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헌식 박사는 “문명의 중심과 주변의 중간구역에서 새로운 문명이 태동할 수 있다”며 “오늘의 한국이 그 같은 중간구역에 속해 있어 새 문명을 주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유 박사는 원효의 화쟁사상과 같은 전통 사상을 새로운 문명적 사유의 자산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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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논문 발표가 끝난 후에는 장오현 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정성기 경남대 교수(경제학), 정태경 21세기화쟁사상연구회 연구위원과 참석자들의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다음은 토론 내용.
정성기 교수 : 이찬훈 교수에게 질문하겠다. LG전자 경영철학을 말할 때 노사불이(勞使不二)란 말이 있더라. 그걸 보니 불교문화가 생각보다 깊숙이 실생활에 침투해 있음을 깨달았다. ‘노(勞)와 사(使)가 둘이 아니다’고 하는데, 서로 적대시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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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경 연구위원 : 불이사상의 사회적용이라는 것이 관념적이지 않나. 참선을 통해 불이사상을 구현해야하는 것인가?
이찬훈 교수 : 두 분의 질문의 맥락이 유사하니 묶어서 답하겠다. 불이사상을 부르짖는 게 결코 공허한 것만은 아니다. 불이사상은 세상의 존재방식으로, 깨달음이란 존재실상을 발견하는 것을 일컫는다. 참선을 통해 모두가 깨닫는다면 불이적 가치가 회복될 수 있겠지만,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참선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불이적 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정성기 교수 : 김규칠 객원교수는 다수결 논리를 전체주의적인 것으로 간주하며 비판했다. 그런데 그에 앞서 다수결의 대안을 제시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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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칠 객원교수 : 대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다. 자연적·연생적 질서를 거스른 것이 다수결인 만큼, 다수결을 지지하는 이들이 먼저 다수결이 옳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성태용 교수(건국대 철학전공) : 불이사상 등의 현실 적용을 논하면서, 우리가 한 걸음씩 발전해가는 듯하는 느낌이 들지만 구체적인 서원으로 만들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하다. 불이사상이 다만 이상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불이적 가치를 따름으로써 ‘노 개인도 이러 이러하게 잘 될 수 있다’는 구체적인 유인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오늘 발표들은 그런 구체적인 유인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김규칠 객원교수 : 오늘 토론의 장은 구체적 대안 제시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대안 도출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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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월 스님(동국대 정각원장) : 오늘의 토론 공방을 보면서, 그간 동국대가 불교지성의 요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자괴감을 금할 수 없다. 불교와 사회 토론광장이 사회적 이슈에 대한 바람직한 대안 모색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