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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우산 고쳐 보시하는 이원복 거사
새 우산 되어 쫙~ 펴질때 세상은 ‘맑음’ 입니다
6년간 경로당 등에 고친 우산을 3천여개나 보시한 이원복 거사.


전주 인후동 아중리 현대아파트 경비로 일하고 있는 이원복 거사(66). 그는 아파트 단지뿐 아니라 인근에서 ‘우산 아저씨’로 통한다. 고장나 버려진 우산을 고쳐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보내기 때문이다.

“지금은 우산이 너무 흔해졌어요. 조금만 손보면 멀쩡한데도 쉽게 버리곤 해요. 비 오는 날 우산이 없으면 다급해 하면서도 평소에는 하찮게 여기는 것을 보면 사람 마음이 그만큼 간사해요.”
6년 전, 20년 가까이 근무하던 직장에서 정년퇴직 후 이곳 아파트 경비일을 하게 되었다. 단지내 쓰레기를 정리하던 중 무심코 버려진 우산을 주워들었고, 간단히 손을 보니 새것과 같았다.

이렇게 수선하기 시작한 ‘버려진 우산’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 둘 초소에 쌓이게 되었다. 갑자기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 없이 뛰어가는 주민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아예 경비 초소 옆에 있는 자전거 보관대 위에 30여개를 걸어두고 누구나 쓰도록 했다.

“아파트 생활이라는 것이 바깥세상하고 단절돼 있잖아요. 아침에 비가 와도 1층 밖으로 나오고 나서야 비 오는 것을 알게 되거든요. 바쁜 출근시간에 우산 가지러 다시 올라가는 것만큼 낭패인 경우도 없어요. 이제는 너나없이 이곳 초소로 뛰어와요.”

바로 이 맛이다.
이원복 거사는 우산을 고치며 사람과 삶을 새롭게 배운다.
삭막한 시멘트 공간에서 누군가 찾아온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더구나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이 거사의 ‘우산보시’소문은 아파트 단지를 넘어 밖에까지 퍼졌다. 관내에 있는 10여개 경로당은 물론 우아동사무소, 구청민원실, 전주시청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수선한 우산을 보냈다. 지난달에도 겨우내 수선한 우산 100개를 전주 우체국에 전달했다. 되돌아보니 그동안 보시한 우산이 3000여개에 이른다.

의외로 버려진 우산은 주변에 많은 편이다.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쓰레기장은 물론 집에서 아파트까지 오고가는 출퇴근길에서 만나는 고장난 우산이 하루에 2~30여개.

요즘은 이 거사의 ‘우산보시’ 소문을 들은 청소부들이 버려진 우산을 모아다 주어 수선하는 손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렇게 모여진 우산은 먼저 완전해체된다. 우산살, 천, 손잡이, 꼭지 등으로 분해되어 재활용할 것은 남기고 버릴 것은 버린다. 단순해 보이는 우산이지만 수선하는 데는 제법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 더구나 우산 종류가 워낙 많아 맞는 부속품을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연장은 물론 부족한 부품을 구입하는 경비 또한 만만치 않다. 1평 남짓한 좁은 초소 안의 보물은 연장과 함께 주요부분 부속을 모아놓은 4개의 작은 상자이다.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망가지고 고장 나는 부분은 우산살이다. 꺾이기 쉬운 살대가 하나라도 상처나면 버려지기 일쑤다. 우산을 수선하는데 이력이 난 이 거사에게 몸체를 고치는 것은 쉬운 일에 든다. 우산천을 다시 입히고 천에 맞는 실을 꿰어 일일이 꿰매는 일이 더 성가시고 신경 쓰이는 일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바늘에 찔리고 바느질이 매끄럽지 않아 볼품이 없어진다.

“우산을 수선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릅니다. 살다보면 힘든 일도 있는데 우산만 잡고 있으면 모든 것이 잊어져요. 그럴 때는 단순히 우산이 아니더라구요. ‘어쩌다 이렇게 다쳤니’ ‘그래도 너 버렸다고 주인 미워하지 말어라’ ‘고놈 참 손보기가 고약스럽게도 생겼네’ 그러다가 새것이 된 우산을 활짝 펼치면 ‘고맙습니다’해요. 정말 그래요. 제 마음도 활짝 펴진다니까요.”

이 거사가
이 거사의 보시행은 번뇌에 찢기어 비가 새는 사람들의 마음을 덮어주는 포근한 우산이다.
반가워하는 이들이 있다. 가끔 우산 수선을 부탁하는 이들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주에 우산을 수선하는 곳이 몇 곳 있었다. 요즘은 그나마 모두 없어져서 우산 수선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이제는 이 거사가 전주에서 유일하게 우산수선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무료수선이다.

더불어 급하게 우산을 쓰고 제자리에 다시 가져다 두는 이들도 반갑다. 그들은 사소한 물건이라도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가 오면 고마워하며 무료우산대를 이용하면서도 다음 사람을 위해 가져다 두지 않는 풍토가 아쉽다. 어찌된 영문인지 대부분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본래 꼭 필요할 때 필요로 하는 이들이 쓰도록 한 것이니 이 거사의 일은 거기까지일 뿐이다. ‘고맙다’는 인사도 바라지 않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이다.

“언제나 ‘욕심’이 문제를 일으켜요. 잘은 몰라도 부처님도 결국 ‘욕심 부리지 말라’고 하시잖아요. 욕심이 없어야 남을 생각하는 마음도 나오는 겁니다.”

이 거사의 재적사찰은 완주 정수사이다. 어려서 어머니 손잡고 따라 나서던 절에 이제는 부인 조종선 보살(65)과 함께 다닌다.
시골의 작은 절이어서 경전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지도 않고, 대중법회가 자주 있어 법문을 듣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남에게 피해주지 말고 착하게 살아야한다’는 것을 불자된 도리로 알고 있다. 정수사 부처님을 보면서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다.

“부처님이 ‘마음먹기 나름이다’고 하셨잖아요. 특별하지는 않아도 내가 마음내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요. 그러니 몸이 허락하는 한 ‘우산 보시’를 계속할 것입니다.”



전주=이준엽 기자 ·사진=박재완 기자 |
2005-04-25 오후 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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