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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오니 이렇게 따뜻하고 좋은 걸. 와, 저 나무는 크기도 하다!”
날씨 좋은 바깥 풍경, 싱그러운 봄날 기분을 만끽하는 65명 장애인들의 목소리가 4월 13일 강원도 평창 월정사 전나무 숲을 가득 메운다. 월정사 8각9층석탑 앞에서 사회국장 관행 스님의 탑 설명과 월정사 창건 이야기를 들을 때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월정사에 이어 찾아간 곳은 푸른 동해가 보이는 강릉. 산 하나를 온통 조각 공원으로 꾸며 놓은 ‘하슬라 아트월드’ 산책길을 오르는 장애인들의 얼굴에는 땀방울과 함께 웃음이 서린다. 특히 미술관에서 바라보는 수평선과 활짝 핀 벚꽃은 장애인들에게 가슴 두근거리는 설렘으로 다가온다.
4월 20일 ‘제25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강북장애인복지관(관장 명궁)이 마련한 ‘밝은 세상 나들이’ 현장. 이번 나들이 대상자는 몸은 조금 불편하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거동을 할 수 있는 장애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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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나들이는 강북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들도 세상에 당당히 설 수 있다는 의지를 고취시키고자 강원도까지, 다소 먼 거리를 달려 나왔다. 월정사 석탑과 전나무 숲도, 강릉 미술관에서 보는 바다도 나들이를 나온 장애인들에게는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풍경들이다. 2년 전 다리를 다쳐 절뚝거리게 되면서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왔다는 한윤희(가명ㆍ58)씨는 “이렇게 좋은 세상이 있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되어 기쁘고 삶의 즐거움까지 되찾았다”고 말할 정도다.
이도선(가명ㆍ69)씨도 “9년 전 쓰러지고 난 후 장애를 얻었지만, 이렇게 한 번씩 세상 구경을 하는 것에 힘을 얻는다”고 거들었다.
‘장애’가 특별함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고 장애인들 스스로 세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작은 길을 마련한 이번 행사에 참가자들은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조계종 사회복지재단도 4월 21일과 22일 장애인 20명 초청, 합천 해인사와 김천 직지사에서 ‘장애인 세상 나들이’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