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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위로 뜬 ‘자정’
교단자정이 촉발된 계기는 문화연대의 기자회견. 문화시민운동단체인 문화연대는 4월 6일 기자회견을 갖고 불법 골프연습장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 분리징수를 강력하게 제기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불교환경연대, 참여불교재가연대(이하 단체들)도 4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불국사 골프연습장 ․ 주지 종상 스님의 호화요트 구입과 외환관리법위반 혐의, 화엄사 前 주지 명섭 스님의 국고보조금 횡령, 불교중앙박물관 건립 관련 의혹, 동국대의 교비전용 및 필동병원 매입 의혹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들 단체들은 의혹들에 대해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 모든 것을 밝히고, 종단도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불국사 골프연습장은 지난 15일 철거됐으며, 명섭 스님에 대해서도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4월 8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불교중앙박물관 관련 의혹은 조계종 총무원이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책임자 문책과 시공사 계약해지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동국대 관련의혹은 조계종 중앙종회 내에 특위가 구성돼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는 없다.
시스템 정비로 거듭나는 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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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법장 스님은 “종단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일반 및 특별감사에 재가자를 포함시키고 국고지원사업이행지침을 마련해 배포하며, 종무구조혁신위원회 등을 설치하겠다”고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은 14일 일련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자정의지를 밝혔다.
총무원은 성명에서 “종단은 이번을 소중한 계기로 삼아 종단과 사찰의 운영을 투명하게 만드는 시금석으로 삼겠다”며 “모든 것을 사부대중이 함께 운영하는 열린종무행정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빠른 시일 안에 법적 제도적 대안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법등 스님과 호계원장 월서 스님도 4월 14일 단체 대표들과 만난자리에서 “비리 의혹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종단어른들과 상의해 현명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교구본사 주지스님들도 동참
교구본사주지스님들도 자정 움직임에 동참했다. 14일 열린 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결의문을 통해 “교구와 사찰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비롯한 각종 대안을 제시하고 시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교구본사주지스님들은 또 “각종 불사를 진행하면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고 종단에서 시행하는 지침에 근거하여 투명한 종무행정을 구현함으로써 청정한 교단을 세우는 데 적극 협력한다”고 결의했다.
이날 회의에서 불국사 주지 종상 스님은 “골프연습장에 대해서는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한 수 “환치기를 했거나 호화요트를 구입했다면 모든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일각의 의혹제기를 일축했다. 종상 스님은 또 “최근 불교계 안팎의 단체들이 제기한 의혹이 거짓으로 드러날 경우 관련 당사자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단체들은 15일 두 차례 논평을 발표, 조계종 자정 선언에 대해 환영의 뜻을 전하면서도 “불국사 골프연습장 문제는 사과 차원이 아니라 관련 사회법과 종헌 종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또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엄정한 조사를 실시할 객관적 조사 기구를 구성하라”고 촉구하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과 관련한 기구를 시급히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각계 요구도 높아
이러한 자정 흐름과 관련해 종단 안팎에서도 보다 근본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파계사 율원장 철우 스님은 “수승한 것이 아니면 행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다. 최근의 사태는 스님들이 의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며 전면적 의식개혁을 촉구했다. 서울대 종교학과 윤원철 교수도“잘못된 것이 있으면 공식적으로 참회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 김희욱 원장과 법률사무소 <신영>의 김성규 대표변호사는 “신도가 사찰운영에 참여해 재정 현황을 공유하고 필요하다면 외부 감사도 받아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부장 무관 스님은 “지금은 말 그대로 철저한 자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스님들의 의식변화, 종단관리시스템의 마련, 본말사 감사기능 확대 등의 총체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전반적인 교단 내부의 반성을 바탕으로 조계종 총무원이 ‘자정’을 위한 시스템 구축 등의 후속조치를 어떻게 현실화해 나갈지 사부대중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